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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런 연임제 시도, 인사·로비 관련 각종 의혹 부상시켜
연임법안 관련 ‘국회 로비’, ‘낙하산 인사’, ‘조합장 관리’ 의혹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7일 오후 1시 국회 정문앞에서 열린 농민·농협노조·국회의원의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반대’ 기자회견에서 주최자들은 농협과 국회의원들의 ‘주고받기식 법안 거래’,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인사청탁’, 농협중앙회 ‘스마트폰 게이트’ 등 농협 안팎에서 제기돼온 수많은 의혹들을 연임제와 묶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은 그야말로 ‘느닷없이’ 튀어나와 농업계 모든 담론을 뒤로 제쳐버렸고 비정상적인 속도로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이 광경은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농협 조직 내외에서 맴돌던 무수한 소문과 의혹이 연임 의제와 퍼즐처럼 맞춰져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농협중앙회, 국회 로비 의혹
비슷한 시기에 돌연 네 건의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이 중복 발의됐다는 점, 네 법안 모두 연임제를 현직 회장에게 소급적용케 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모습을 띠었다.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것도, 정치적 쟁점이 된 것도 아닌데 이런 ‘집중 발의’가 일어났다면, 남은 가능성은 ‘이해당사자’의 대국회 민원 작업이다.
농협중앙회의 로비 능력은 이미 국회 내에선 정평이 나 있다. 농협중앙회 상무들이 국회 농해수위 의원실을 하나씩 ‘나눠 맡고’ 있고 중앙회 지역조직들이 각 지역구 의원들과 접촉한다는 증언은 본지가 이미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연임 법안 역시 농협중앙회 지역본부 출신 직원들이 해당 지역구 의원들을 움직인 결과라는 후문이며, 이 직원들은 현재 농협중앙회 중진급 자리로 영전해 있다.
국회에 민원을 넣는 일 자체가 지탄받을 일은 아니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로비가 철저히 음성적으로 이뤄진 데다 의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그 ‘비법’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로비가 사실이라면, 쌀값폭락·시장개방·농자재폭등 상황에 침묵하던 농협중앙회장이 본분을 방기하고 연임에만 욕심내고 있다는 비판이 매우 주효해진다.
‘주고받기’식 법안 거래 의혹도 있다. 현재 발의돼 있는 농협법 개정안 중엔 중앙회장 연임 법안 만큼이나 뜬금없는 법안이 하나 있는데, 김승남 의원이 발의한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법안이다. 김 의원은 중앙회장 연임안을 발의한 의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자연스러운 두 개의 법안을 묶어, “농협중앙회를 이전시키는 대신 중앙회장 연임을 열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때마침 김 의원 지역구가 속한 전라남도는 최근 도지사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농협중앙회 전남 이전’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직원 인선에도 저의가 있다?
지난 2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전협노)은 농협중앙회 비서실장 인선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협노에 따르면 중앙회 비서실장은 행장급 이상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 거치는 핵심 요직이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비서실장 자리에 기획조정본부 직원 A씨를 내정했는데, A씨는 전협노가 그간의 행적상 ‘농업·농민과는 관계없고 로비와 처세술에만 능한 인사’라고 줄곧 비판해왔던 인물이다. 전협노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농협중앙회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 인사청탁을 하고 있고 그 중심에 A씨가 있다고 의심했다. 즉 농업과 농협을 위한 인사가 아닌, 중앙회장 연임제 관철을 위한 인사라는 주장이다.
임원급 인선에도 논란이 있다. 지난 6일엔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가 농협금융지주 대표 내정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소문의 주인공인 B씨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요직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대선 캠프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사 출신 금융지주 대표는 가뜩이나 농협 정체성 상실, 관치금융 부활 우려를 수반하는데, B씨 인선엔 연임제 논란 국면에서 모종의 거래 대상 혹은 로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일부 농협 관계자들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실 핵심 인사인 C씨(전 농협대학교 총장)를 농협의 ‘뒷배’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 인식에 비춰봐도 매우 편치 않은 그림이다.
조합장에게 스마트폰을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논란에 있어 대다수 지역농협 조합장은 ‘연임제 찬성’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불편한 시각은 있다. 애당초 농협중앙회장은 중앙회 및 지주회사 내에서 조합장들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을 갖고 있는 데다 지역농협의 젖줄인 조합상호지원자금을 틀어쥐고 있다. 평상시는 물론이거니와 조합장 선거를 3개월여 앞둔 지금은 더더욱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의 뜻에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말엔 농협중앙회가 전국 조합장을 대상으로 중앙회장 연임제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반대자 색출’이 가능한 방식을 택해 논란이 됐다. 농협중앙회의 조직적·노골적인 ‘조합장 관리’도 문제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건 설문 문항이다.
설문은 ‘중앙회장 연임제’와 함께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에 대한 찬반 의견을 같이 묻고 있다. 현재 발의돼 있는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은 조합장들의 최대 적인 만큼, 이 설문은 조합장들에게 ‘중앙회장 연임 법안이 통과된다면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을 막아 주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가 있다. 애당초 농협중앙회가 ‘조합장 관리’의 수단으로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 발의를 유도했으리라는 추측도 존재한다.
전협노가 최근 폭로한 농협중앙회 ‘스마트폰 게이트’는 ‘조합장 관리’ 의혹의 백미다. 전협노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말 전국 조합장들에게 시가 200만원 상당의 최신 스마트폰을 지급했는데, 총 소요예산이 2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협노는 이 때부터 이미 조합장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중앙회의 밑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는 농협으로선 골치아픈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부 조합장들이 이 스마트폰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가족 등에게 증여해버린 것이다. 전협노 관계자는 “중앙회가 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지급했다’고 항변하면 이걸 증여한 조합장들은 횡령을 한 게 되고, ‘업무용이 아니다’라고 하면 근거규정도 없이 20억원이나 써버린, 이해관계(중앙회장 연임)가 얽힌 뇌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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