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아시파 총회가 열린 인도 남부 트리반드룸시 마리아 라니 센터는 무더운 인도 날씨를 무색케 하는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20여개국에서 참가한 300여명 소공동체 관계자들은 7박8일간 강의와 그룹 토론 및 발표, 미사, 현지 본당 소공동체 방문 등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을 함께 하면서 아시아교회에 소공동체를 보다 깊이 심기 위한 방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
○…'복음 나누기 7단계'를 개발한 오스왈드 히르머 주교와 함께 소공동체 사목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프리츠 로빙거(남아프리카공화국 알리왈교구장) 주교는 총회 기조연설에서 "소공동체 운동이 아직 불확실한 것들이 많고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소공동체가 좋은 열매를 맺을 거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복음 나누기'야말로 소공동체는 물론 교회의 핵심이며,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아서 페레이라(인도) 신부는 '소공동체를 성숙시키는 효과적 단계'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소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사목교서를 통해 소공동체를 지속적으로 강조 △주교의 소공동체 모임 참가 △교구 사제평의회나 사제 모임 등에서 복음 나누기 7단계 실시 △지구별 소공동체 전문가 임명과 정기 모임 △교구 주보에 소공동체 성공 사례 발표 △지속적 기도 등을 제시했다.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교회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강의에서 "교회는 지금 완성된 모습을 갖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을 향해 계속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초대 교회의 다양하고도 역동적인 에너지와 활기를 되찾게 해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잘 양성된 평신도가 교회 활동에 되도록 많이 참여하게 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친교의 교회를 실현하기 위한 주교ㆍ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역할을 토론하고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평신도들은 사제들에게 소공동체에 대해 좀더 애정을 갖는 것은 물론 신자들 눈높이에 맞춰 신자들을 자주 만나고 목자로서 긍지를 가져줄 것을 요청했으며, 주교들은 사제들에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수도자와 사제들은 평신도들이 보다 능동적 자세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친교 공동체 건설에 마음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일인 12일 참가자들은 14개 그룹으로 나눠 마리아 라니 센터 인근 본당들을 방문, 인도 교회와 소공동체를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당 입구에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은 참가자들은 현지 신자들과 미사를 함께 봉헌한 후 본당 소공동체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점심 식사 후 찾아간 소공동체에서 인도 신자들과 복음 나누기를 함께 한 참가자들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협력하면서 한데 어우러진 모습과 소공동체 모임에 어린이가 많은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활기찬 소공동체 모임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셉 쥐거(스위스)씨는 "성경을 중심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모인다는 점과 소공동체를 통해 이웃과의 갈등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참관 소감을 밝혔다.
○…총회 기간 중 미사는 매일 각 나라별 미사로 봉헌됐다. 총회 이튿날인 9일 한국팀이 주관한 미사에서는 강우일 주교가 영어로 주례하는 가운데 김희경(소피아, 소공동체사목 전국협의회 사무국)씨가 한복을 입고 봉헌에 참가해 고운 자태를 뽐냈으며, 박인수(마산교구 남해본당) 신부가 우리 말로 기도하는 한편 전체 미사 예식 중에서 '거룩하시도다' 부분을 한국어로 바쳤다.
한편 13일 마련된 문화의 밤 행사는 참가국들의 고유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으로, 참가자들 모두 마음껏 웃고 즐기는 축제 분위기로 진행됐다. 준비해간 한복으로 갈아입은 한국팀은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부르며 이날 행사의 대미를 장식. 강효선(보혈선교수녀회)ㆍ김점순(통합사목연구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수녀 모두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는 열성을 보인 한국팀 공연에 참가자들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아시파 총회에 처음 참석한 서춘배(의정부교구 구리본당 주임) 신부는 "소공동체가 단순히 본당 대형화나 쉬는교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 차원이 아니라 교회다운 교회 모습을 찾기 위한 사목적 대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소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점순 수녀는 "성령께서 아시파 총회에 함께 하고 있으며,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면서 "수도자라는 입장에서 자칫 가르치려고만 하는 자세가 몸에 배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김국도(라이문도, 마산교구 사목국)씨는 "소공동체에 대해 잘 몰랐고 또 영어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인도 소공동체의 활발한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총회 참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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