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ynews.co.kr%2Fnews%2Fphoto%2F200708%2F92786_7757_4457.jpg) |
|
|
|
<약력> △충북 청주 출생 △6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동화부문)·‘아동문학평론’ 69회 신인문학상(동화부문). △대표작 ‘화장실 거울이야기’외 다수. △현 신용회복위원회 대전지부 근무. |
|
|
‘오늘도 있을까? 아니야, 지금은 없을 거야. 어제보다 1시간이나 빠른 걸?’
승민이는 신발주머니를 고쳐 잡으며 아파트단지 정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정남향으로 반듯하게 지어진 아파트 울타리에 늦게 핀 덩굴장미 몇 송이가 인사를 합니다. 그 아래 봉숭아 꽃봉오리가 푸른 줄기 사이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올여름도 엄마와 승희는 손톱에 물들이고 예쁘다는 탄성을 지르겠지요. 아빠의 전근으로 이 아파트로 이사 온지 오늘로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동생 승희는 새로운 유치원이 맘에 든다며 아침 일찍부터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엄마에게 졸라댔습니다.
‘나도 학교는 맘에 들어. 비올 때 운동할 수 있는 강당도 있구, 아직 서툰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반 친구들도 다 좋아. 하지만 이 아파트는 싫어. 왜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을까?’
승민이는 106동 1층 현관 입구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을 살핍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을 눌렀습니다. 오늘도 그 아이를 만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딩동!” “승민아, 어서 와.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끝났구나? 오늘 학교에서 재미있었니?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네가 좋아하는 떡볶이 만들어 놓았다. 손 씻고 오너라.”
엄마가 가스렌지로 다가가 불을 줄입니다. 푸른색으로 꾸며진 침대 옆 책상 위에서 항상 경례를 하고 있는 병정시계가 째깍거리며 가방을 내려놓는 승민이를 반깁니다.
‘이제 30분 후면 학원 가야해. 만나지 않겠지? ’ 학원가방을 챙기며 마음이 어수선했지만 맛있는 떡볶이를 먹을 생각에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 왜 여기로 이사 왔어요?” “응? 아빠회사 사택이 여기니 다른 곳 알아보지도 않았어. 네 학교도 가깝고 승희네 유치원도 아파트 안에 있어 엄마는 여기가 맘에 드는데……. 어디 불편한 데 있어? 있음 엄마에게 말해봐.” “ 아니요, 그냥…….” “ 낯설어서 그러는 구나.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괜찮을 거야. 학원 차 올 때 됐어. 얼른 먹고 가야지.” “차르릉!” 조금 전처럼 1층 현관 입구에 아무도 없습니다. ‘휴우.’ 승민이는 숨을 내쉬며 1층 현관 계단을 내려옵니다. “으버버버!”
승민이는 사흘 전 학교를 마치고 아파트 1층 현관을 들어서다가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 남자아이가 침을 흘리며 팔 다리가 뒤틀린 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맛있게 생긴 자두 하나를 내밀며 웃었습니다. 승민이는 놀라서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그때 101호 현관문이 열리고 엄마인 듯한 아주머니가 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동안 쿵쾅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급하게 초인종을 누르자 승희가 새로운 유치원에서 받은 빨간 가방과 노란 체육복을 입고 뛰어와 조잘대면서 유치원을 자랑하는 바람에 엄마에게 이야기할 시간을 놓쳐버렸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 마다 그 일이 생각났지만 새로 이사 온 집이 궁금하다며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와 이모가 다녀가는 바람에 사흘이 그냥 지나버렸습니다.
‘오늘은 정말 엄마에게 이야기 해야지’ 승민이는 학원 차에서 내려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버, 어버…….”
엘리베이터을 타고 문이 닫히는 순간 지난 번 그 아이가 101호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승민이 심장이 또 쿵쾅거렸습니다. “엄마, 빨리 문 열어 줘요.” 승민이는 초인종을 누르고서도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왜 그러니? 무슨 일이야?”
승민이는 눈이 휘둥그레져 현관문을 연 엄마를 와락 안았습니다. 그 아이가 침을 흘리며 서있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엄마는 승민이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우리 승민이가 많이 놀랐나보다.”
엄마가 청심환과 물 한 컵을 승민이에게 주었습니다. 청심환 덕분인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 아이가 너와 친구가 되고 싶었나 보다. 보기에는 너와 다르지만 생각은 너와 똑같을 거야. 다음에 만나면 놀라지 말고 친절하게 대해줘라.”
승민이는 이런 저런 말로 위로해주는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시 만난다면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으버, 으버, 으버헝!” 그때 현관 밖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와 승민이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어머나, 저걸 어째. 승민아 얼른 101호에 가서 말씀드려라. 얼마나 놀랐을까? 여기는 어떻게 올라오고......” 그 아이가 11층과 12층 계단 사이에서 다리에 상처가 난 채 얼굴에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 왔을까? ” 엄마는 그 아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 아이의 울음소리가 문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그 아이는 승민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올 때 숫자를 확인하고 올라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갑자기 우리아이가 없어져 찾고 있던 참이 있었어요. 놀라게 해드려 죄송해요. 우리 민우가 사람을 그리워해서 누구든지 보면 따라가고 싶어 해요. 아마 같은 또래 친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만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나 봐요.” 그 아이 엄마는 엄마와 승민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별 말씀을 다……. 우리 승민이가 좀 더 친절하게 대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사 온 지 얼마 안돼 낯설은 곳에서 우리 승민이도 당황했었나 봐요.” 엄마는 내 손을 조용히 그리고 꼬옥 잡아 주었습니다. “내가 잡을 거야. 내가…….”
공휴일 나들이 온 동네 뒷동산에 잠자리가 여기저기 꽤 많이 날고 있었습니다. 승희는 아빠가 차 트렁크에서 잠자리채를 꺼내는 동안도 참지 못하고 졸라댔습니다. “어머, 저기 민우도 왔구나.”
엄마가 차에서 내리면서 반갑게 소리쳤습니다. 공원 오른편에서 휠체어를 탄 민우가 잠자리채를 허공에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승희야, 잠깐만.” 승민이가 승희의 잠자리채를 낚아 채 하늘에 원을 그립니다. 놀란 잠자리들이 더 크게 원을 그립니다.
“오빠, 내가 할 거야. 내가, 내가.” 승희가 외치는 소리가 귀에 따가워도 승민이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잠자리를 보며 즐거워할 새로운 친구를 생각하니 발바닥이 스프링을 단 것처럼 튀어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이번 여름방학은 더욱 바빠질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지나가던 흰 구름이 걸음을 멈추고 하얀 축하의 꽃다발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
첫댓글 승민이와 민우가 친해 졌으면 좋겠네요. 이향숙선생님 좋은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네요. 11집 원고 김송순선생님 메일로 넣어주세요. 빨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