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유치원, 어린이집 남교사들이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최근 대구의 모 유치원에서 남교사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많이 힘드실 것입니다. 두 달 전 양주시의 어느 태권도장에서 관장이 5살짜리 유아를 학대하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터졌으니 남자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들어하실지 눈에 보입니다.
제가 이 카페에 가입한 지는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남자로서 어린이집에서 보육실습을 하기 위해 실습원을 섭외하기 너무 힘들었던 차에 이 카페를 알게 되어 가입하게 되었는데,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가끔씩 이 카페에 들어와서 가끔씩 올라오는 글만 읽었는데, 요즘같은 때 남자 선생님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우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 보잘것 없는 글을 남깁니다.
우여곡절 끝에 보육실습을 마치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손에 얻었지만, 실습원을 알아볼 때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원장들 중에서는 남교사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학부모들(특히 딸 둔 엄마들)이 남교사를 불안해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어린이집에 남교사가 있다고 맘카페에 소문이 나면 그 어린이집은 운영난을 겪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제 마음만큼은 꺾을 수 없어서, 저는 키움센터, 지역아동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 수많은 자원봉사 활동을 해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며, 함께 놀아주며, 체험학습에 함께하며, 축제 부스를 운영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니 몇 년 전 코로나 사태로 이런 활동들이 모두 중단되자 제 마음속에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더 심해졌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활동들을 하며 무조건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남자이다 보니까 어느 곳에서는 제가 아이들에게 너무나 살갑고 다정하게 대해 주는 것을 내심 불안해하는 곳도 있었고, 때로는 담당자가 저를 따로 불러내서 제가 아이들에게 너무 다가가는 것을 학부모들이 불안해한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먼발치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몇 컷 찍었다고 경찰에 신고를 당해 곤욕을 치렀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너무나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스킨십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이들로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족끼리 집에서만 보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가족간의 유대감이 매우 깊어져 부모님 이외의 사람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너무나 낯설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학부모들로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 이후로 자녀 보호 의식이 매우 강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자녀 보호 의식이 매우 강해져서 요즘 각급 학교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빈번한 것이겠지요?)
물론 저도 아이들을 대할 때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을 대할 때도 불필요한 스킨십을 삼가는 등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법한 언행을 자제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얼음 땡'이나 '술래잡기' 등 신체놀이를 하자고 잡아끌면 단호히 거절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놀아주기 싫어서도, 놀아줄 기력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괜한 오해를 사기라도 하면 곤란하겠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엔 제가 자원봉사를 하는 키움센터에서 어머니와 함께 하원하는 여자아이를 현관 밖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서 배웅하고 들어오니까 그 곳 선생님이 여자아이들이 귀가할 때는 현관 안에서 한 번만 인사해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남자 선생님을 불안해한다나요? 키움센터라면 종사자뿐만 아니라 봉사자들도 모두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경력을 조회할 텐데 말입니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남성들 중에서도 남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에 종사도 봉사도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여성은 타고난 모성애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가능하지만, 남성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전체 종사자의 99%가 여성인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과, 남교사들이 사라지면 남자아이들이 그들만의 고민(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차 겪게 될 병역의무)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반면 여자아이들은 집에서 엄마뿐만 아니라 학교, 키움센터, 지역아동센터, 방과후교실 등에 널릴대로 널린 게 여자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여자아이들만의 고민(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경 및 2차 성징)을 털어놓을 상대가 많습니다. 또한 여자아이들은 앞서 언급한 시설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여자 선생님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비롯한 단체생활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습니다. 요즘 초등학교와 남녀공학 중고등학교에서 여자아이, 여학생들이 전교 회장으로 많이 선출되는 것과, 청소년센터 및 청소년문화의집 등에서 주최하는 청소년축제 때마다 부스 운영 및 무대 공연 참가자들 중에서 여학생들의 비중이 훨씬 높은 것이 괜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요즘 각급 학교와 아동청소년 시설에 남자 선생님들이 매우 적기 때문에 남자아이, 남학생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 안타까운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우리 아이들을 진심어린 사랑으로 가르치며 돌보는 남자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물론 여자 선생님들 중에서도 좋은 선생님들이 많고 여자 선생님들만의 장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흉흉한 때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소수의 남자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그 중에서도 극소수의 남자 영유아교사들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다음세대인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소중하지만, 성인 남성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이슈화될 때마다 직업상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남자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같은 남자로서, 어린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 선생님들, 우리 모두 파이팅! 합시다.
첫댓글 진짜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기인거 같아요. 아이들은 없지 남자교사가 아동학대 한 번만 저질로도 다 그런줄 알고 위험하다고 하지. 여자 교사들 제압하는 거 쉽지 않고, 그렇다고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기에는 돈과 인생이 아깝지... 안타까운 현실인 거 같아요. 그래서 10년전쯤에는 카페도 나름 활성화 되었는데 다 떠나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