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런 느낌이었을거야, 설레임...6년만의 제주200km, 처음 출전했다가 무척 고생했던 6년전에 비하면 경험도 많아지고 체력도 좋아진 덕인지 그냥 신청하는 것만로도 설레이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마음으로, 4월6일 금요일 저녁8시35분, 제주행 막차를 타고 김포공항을 떠나면서 제주200 여행은 시작된다...
2012년4월7일 토요일 오전6시, 제주 탑동광장 출발, 100km까지는 배낭을 메지 않아도 무방한 대회규정이지만 필요한 물품이 많아 배낭을 메고 달리기 시작, 복장-상의:춘천기념품 긴팔상의에 천친암기념품 바람막이, 그위에 달리는의사들 경기복, 하의:스킨스 반타이즈에 팀스포츠 경기복 팬츠, 10km급수대를 지나며 더워져 속 상의를 벗고 맨살에 천진암 기념품을 입고 달리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반팔을 입어도 괜찮은 날씨,
첫 40km를 기분좋게 무리없이 지나고(3시간56분), 한경면(45.9) 지나고 신창마을 지나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뭔가 조금 불편해오던 좌측 종아리에 통증이 심해지며 걷기 시작, 50km cp 에 5:06:25 도착, 조금 늦었다. 운영위원이신 조임호님께 사진 한장 부탁드려 카톡스토리에 올리고 출발, 걷기는 괜찮은데 뛰려고만 하면 아프다. 한참 걷다가 다시 뛰어보고, 또 아파서 걷길 몇 번, 이런~~안되겠다 싶어 길바닥에 주저앉아 다리를 풀어보는데, 지나가는 100km 주자들이 200km(주자)가 벌써 이러면 어쩌냐고 걱정하신다. 하긴~~
6년전보다 날씨도 좋고 몸상태도 좋아 전반-12시간, 후반-15~16시간 총 27~28시간에 맞추고 늦어도 비행기 시간(오후2시40분)에 여유있게 최소 30:30(낮12시반)을 목표로 하고 뛰는데 차질이 생긴다. 초반에 오버했나? 아니야 그래도 이 정돈 뛰어줘야지, 갈 때까지 가보자,
55km 차귀도 급수대 앞 식당에서 제일 빠른 김치찌게 시켜먹으며 연신 종아리 맛사지, 23분여만에 다시 출발, 종아리는 아프지만 날씨 정말 좋다. 지난번엔 20시간 이상 비맞으며 세찬 빗줄기에 땅만 쳐다보고 뛰었는데 오늘은 정반대, 맑은 날씨에 푸르른 물결, 잔잔한 바다, 불어오는 상쾌한 바닷바람, 달리는데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단지 종아리에 잡힌 발목이 야속할 뿐,
걷다뛰다 하다보니 어느새 통증도 가시고 다시 뛸 만하다. 그래, 역시 울트라의 맛은 반전이야, 힘들더라도 포기하지않고 계속 가다보면 다시 힘이 살아나고, 또 힘들어 죽을 것 같다가도 꾹 참고 가다보면 또 다시 살아나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 그게 곧 인생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2004년 천진암울트라를 달리면서 느꼈던 '울트라에 담긴 인생'은 여전히 유효하다.
누가 마라톤을 인생이라 했던가, 인생을 논하기에 마라톤은 너무 짧고 빠르다. 인생을 노래하려면 역시 울트라가 제 격이다.
깜깜한 밤을 홀로 고독 속에 달리며 괜한 가슴저림에 몸이 떨리다가도 단지 아침해가 떠오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또 괜히 가슴이 벅차오름을,
울트라엔 인간사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으니...
반전의 즐거움, 그 핵심은 견디고 또 견디기, 그게 곧 울트라 아니던가, 인생의 반전은 견딤에서 오고, 난 그걸 울트라에서 배운다.
산방산 입구(80.6)를 지나면서 중문마을에 진입, 낭만적인 해안도로를 떠나 다시 도시를 달린다. 11시간을 넘어 달리다보니 저녁무렵, 바람이 다소 쌀쌀하게 느껴져 천제교 지난 버스정류장에서 긴타이즈를 꺼내입고 보온에 신경쓰며 100km CP인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다.(12:20:27-100.9km)
짐을 찾고 설렁탕을 맛있게, 국물 한 점 남김없이 깨끗이 비운다. 한그릇 더 먹었으면 했지만 더 달라고 하기에 미안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정비할 곳이 마땅치 않아 화장실 앞에 짐을 풀어놓고 빠르게 간단히 소금기만 씻어내고 옷을 갈아 입는다. 준비해둔 운동화도 교체하고 하다보니 40여분여 지체하고 출발, 이제 시각은 오후7시, 어둠이 내리고 헤드랜턴을 밝혀 한동안 걷는다.
이제부터 힘든 시간, 100km까지는 괜찮은데 이후부턴 늘 힘들었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걸으며 이 밤이 지나가 아침이 올 때 까지 무사히 잘 버티고 있기를 기도해본다. 밤만 잘 버티고 해가 뜨는 아침이 오면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힘이 살아나게 마련임을 그간의 경험상 본능적으로 느끼며 앞으로 앞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지루한 직선도로 많은 교차로를 지나 새벽1시반이 넘은 시간에 서동교차로(140.6)에서 해안도로로 진입, 6년전 150km cp 제한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혼신의 힘을 다해 제한시간 15분여 남기고 들어갔던 곳, 오늘은 제한시간이 한참 남아있어 여유가 있지만 비행기 시간엔 어려울 듯 하다. 안되면 연기하면 되겠지 하고 다소 느긋한 마음, 그러나 나중에 또 초읽기에 몰리는 시간싸움에 또 엮일 줄이야... 혹시 몰라 나중을 위해서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서 멀리 성산 일출봉 불빛이 보이더니 드디어 22시간13분만인 새벽4시13분에 성산일출봉 회국수식당에 도착한다.(22:13:22-154.3km)
식당에 도착하니 많은 주자들과 운영위원들이 보이고, 식사가 나오는 동안 배낭에서 실과 바늘을 꺼내 물집을 처치하고 베타딘 소독, 다들 신기한듯 내 발을 쳐다본다, 그래갖고 어찌 가요?? 괜찮아요, 이런 건 수도 없이 겪어봐서 이정돈 아무 것도 아녜용 ㅎㅎ 아무렇지도 않은듯 바느질을 마치고 역시 성게탕을 맛있게 먹고 27분만에 식당을 나선다, 이제 나머지 51km. 조금만 더 버티면 날이 밝아오겠지...
성산부두 갑문 다리를 건너 해안도로, 길표시 잘 되어 있어서 한군데도 헤맬 데가 없다. 그저 바닥에 표시된 데로 가기만 하면 그 뿐,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를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시계를 보니 오전6시, 달린 지 24시간이 지난다. 고개를 들어 돌아다보니 멀리 일출봉이 보이고 그 옆으로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데, 구름에 조금 가려있다. 조금 더 걷다가 갤스로 사진 찍어둔 시간이 6시26분,
이제 날은 훤히 밝고 세화마을에 접어들어 마을회관 맞은편 식당 화장실에 들러 몸을 가볍게 하고 세화마을 급수대(170km-25:47:53)를 지나 오르막 조금 오르니 지루한 일주도로 시작, 맘을 다시 잡고 비행기 시간 더하기 여유시간에 맞추기 위해 달려보지만 종아리며 발바닥 물집 통증이 심해서 결국은 뛰지 못하고 내내 걷는다.
세화마을 지나선 날씨도 덥고 햇빛도 따갑지만 종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그냥 견딜 만한데 통증이 심해 걷기도 힘드니 아무래도 비행기 시간(2시40분)은 안되겠다 싶어 걷는다. 동북입구교차로 급수대가 보이며 저기서 쉬면서 비행사에 연락해서 뱅기시간 연기하고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완주하자는 생각으로 동북입구교차로 급수대에 들어선다(185km-28:17:18). 느긋하게 인터넷 검색하여 비행사에 전화했더니 웨이팅도 만석이라 연기도 안되니 직접 공항에 나와서 대기하라며 급하면 제주공항에 직접 전화하란다.
??? @%$& 큰일났네, 어쩌지, 급하게 여기저기 전화해보지만 여의치않고, 비행사에 전화하려면 또 ARS 안내 멘트에 국내선은 1번, 2번...하고 속터진다. 주민번호를 누르고 * 표 누르라는 데, 그나마 다행은, 지금 누르신 번호는, 590,,,하면서 맞으면 1번,,하는 게 없는 것, 한가하게 전화할 틈이 없어 집에 전화해서 2시40분이라도 취소하지 말고 홀드시켜 달라고 제주공항에 전화해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하고 부랴부랴 뛰기 시작한다. 이젠 방법이 없다, 길은 하나 무조건 달려 2시20분까지 공항에 가는 것,
남은 거리 20km, 급수대에서 20여분 지체해서 시간이 촉박하다, 냅다 뛰기 시작한다. 까마득히 멀리 보이던 주자들 하나둘 따라잡고, 아주 조금씩 걸으며 뛰다보니 10여km를 정신없이 달려왔나보다, 진드르 가기 전에 먼저 간 이학준님이 기다리며 배즙을 건네준다. 고마우이 학준아우, 염치없이 받아먹기만 하고 진드르 급수대(194.6km)를 무심코 지나친다. 남은 거리 11km, 부지런히 걷는데도 삼양파출소 2.6km 구간이 얼마나 길던지,
제주박물관(201.5) 지나서 제주항쪽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제주항만 드넓은 도로를 한참을 달려서야 탑동광장에 골인한다. (205.5km-31:38:50)
골인하자마자 짐을 찾고 비행장으로 가려하니 윤장웅 조직위원장님께서 차편을 내주며 사우나에서 씻고 가라고, 덕분에 사우나에서 초스피드로 샤워하고 탕속에 5초 들어갔다 나와 2006년 내 제주일주 일지의 주인공 김광복 선수의 차편으로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2시10분경, 간신히 시간을 맞춘다.
2시40분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기분이란~~
발은 커다란 혈종과 발가락 마다 다양한 물집으로 딛기도 어렵고 종아리 통증까지 더해 어기적 어기적 거리지만 깃털같이 날아갈 것 같은 마음,
하늘을 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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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8/10km 58'04 = 1:54:03 58'33 = 2:52:36 1:04:07 = 3:56:44 1:09:28 = 5:06:12/50km
1:45:32 = 5:51:44 차귀도 근처 식당에서 식사 25분 포함 1:12:55 = 8:04:39 1:24:58 = 9:29:38 산방산 오르막 중턱 1:22:35 = 10:52:13 1:28:13 = 12:20:27 월드컵경기장 100.9km 7일 18:20 (제한시간: 7일 21:00)
39'25 = 12:59:52 후반 출발 7일 19:00
1:26:48 = 14:26:41 1:24:48 = 15:51:29 1:54:25 = 17:45:55 1:49:40 = 19:35:35 2:37:47 = 22:13:22 성산일출봉 회국수식당154cp 8일 04:13 (제한시간: 8일 06:00)
27'13 = 22:40:36 출발
1:54:50 = 24:35:27 1:12:26 = 25:47:53 세화마을 170km ? 2:29:24 = 28:17:18 동복교차로 185km 3:21:32 = 31:38:50 탑동광장 결승선 8일 13:38:50 (제한시간: 8일 16:00) |
첫댓글 대승프란치스코가 일을 내뿌렀다고?
마라톤은 고통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통 뒤에 찾아오는 주님 은총 때문에 햐는 운동입니다.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