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제가 사실 chain smoker입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이 아숲에 있는 시간에는 아주 자주 부산레포츠 앞이 제 놀이터가 되지요.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는 아숲 베란다가 제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제 나경샘과 건물 주인어르신께서 베란다에 있던 폐기물품(?)들을 깨끗이 버린 덕분에
앞으로는 굳이 건물 밖 까지 나가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그 연기를 맡지 않게 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었지요.ㅋㅋ
오늘 낮 시간 1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난 이후 잠시 시간이 난 틈을 이용해 제 주된 취미활동이자
스트레스 해소... 그것을 하고있는데 부산대 쪽 골목에서 웬 아가씨가 저를 자꾸 힐끗 보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도대체 저 아가씨가 나를 아는가 하고 저 또한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온 그 얼굴은
다른 사람이 아닌 지붕개량을 완벽히 하신 상영이 어머니...ㅋㅋ
솔직히 그 순간까지 저는 부산대 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시상에..ㅎ
역시 여자란 존재는 머리 하나에서도 이미지가 확 바뀌는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ㅋ
상영이 어머니께서 위 사진의 장기판을 들고 오셨습니다.
지성문구사에 볼일이 있으셔 가셨다가 아숲의 아이들이 생각나서 사오셨다 하더군요.
사실 지난 3월 댁에서 사용하지 않고있는 장기판이 있으시면 아숲에 기증을 좀 해 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렸지만 별 호응이 없어 조만간 장기판을 한벌쯤 사와야 하겠다 생각을 하고있었는데...
아무튼 상영이 어머니께 감사 드립니다.
덕분에 한동안은 좀 조용히... 덜 나부대고 아숲 교실 생활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벌써 오늘부터 아이들은 장기판 두군데 옹기종기 모여앉아 장기판에 코를 박고 지내고 있었으니...
오늘은 날씨가 마치 초 여름날씨를 방불케했습니다.
더구나 장전초등학교 아이들은 운동회 연습을 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금양초등학교도 금요일날 운동회를 한다고 하고...
아이들 컨디션을 보자니 축구나 발야구를 하기엔 무리가 있을듯 하여 오늘은 5월 주제학습에 관한
개괄적인 내용을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그리고 잠시 축구와 발 야구의 규칙에 대해 아이들에게
아숲 교실에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실전에서 얼마나 그것이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오늘 실내 활동을 마치고 장전초등학교 대신에 그늘이 있는 장승터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역시 아이들이 좀은 지쳤는지 몸을 주로 써야하는 잡기놀이(다망구)는 시들해 하더군요.
잠시 잡기놀이를 하더니 거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몇몇의 아이들은 나경샘과 나무도감을
펼쳐놓고 나뭇잎과 사진을 비교하면서 장승터에 있는 나무들의 이름을 찾고 그리고 또 일부의 아이들은
바위틈과 떨어진 낙엽들 사이의 흙 속에서 콩벌레를 찾고 그것을 잡는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나윤이는 한손 가득 그 콩벌레를 쥐고 있었고...
사실 제가 비위가 좀 많이 약한 편이라 손에 쥔 콩벌레들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ㅋ
나윤이는 많이 잡았다 제게 자랑을 하는데...ㅎㅎ
속이 메슥거려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ㅋㅋ
사실 매일 침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여기저기 묻어있는 아이들의 변 지꺼기를 청소하면서 웩웩거리고
사는데..ㅠㅠ
이번 5월 우포늪에 가서도 아이들 앞에서 또 놀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는데 걱정입니다.
사실 이전 학창시절 친구들이 낚시를 가자 꼬셔도 지렁이 끼는 그것이 싫어서... 지렁이를 보는
그 자체가 싫어 낚시 가자는 그 청들을 거절했었는데 말입니다.
텃밭을 일구면서도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지렁이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그 지렁이들이 얼마나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이고 또 밭을 기름지게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기절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을 내색도 하지 못하고...
참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이란 그 자리가 그런 순간에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