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청산도, 서편제길 따라서
2019. 4. 6(토)
『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나
나를 두고 가는 님은 가고 싶어서 가나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으 음 아라리가 났네... 』
'서편제'는 두 아들 어릴적 우리 네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본 영화랍니다.
서면 그 영화관은 없어진지 한참 지났고
두 아들은 얼마 안있으면 둥지를 떠날테고...
송화와 유봉이 황톳길 내려오면서
부르는 애절하면서도 어깨 덜썩이게
둥두 둥 점점 빨라지던 그 곡조,
'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으 음 아라리가 났네... '
한번도 가본적 없지만 늘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아련한 그리움의 섬 청산도 찾아갑니다.
06:00 동래를 단체버스로 옆지기와 함께 출발,
09:50 완도여객터미널
10:10 청산도 가는 배
(단체 1인 편도 7,000원)를 탑니다.
신라 청해진 장보고의 섬 완도에서
청산도까지는 50분 정도,
배는 하얀 포말 일으키고...
10:55 청산도가 가까워 지나 봅니다.
느림의 풍경 가득하다는 청산도,
그 청산도가 눈 앞에 있습니다.
11:05 여객선터미널에서 가이드님 안내로
청산도 마을버스(현금 1,000원)를 탑니다.
순환버스(1일 5,000원)는 따로 있다고...
11:15 읍리큰재에 내리니
오름 숲길이 바로 앞에,
느림의 슬로시티 청산도라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별 수 있겠습니까?
길이 있으니 올라야지요!
11:40 청계 구장마을 분기점
고갯마루 하나 올라왔으니 큰숨 한번 몰아쉬고
다시 오릅니다.
땀이 흐를 때 쯤 뒤돌아 보니
다랭이논 청산도가 한눈에!
저기 마을길은 오랜지색 칠을 했나 봅니다.
우 와 ~ ~
가슴 트이는 풍경에 다시 힘을 얻어 오르는데
진달래는 마중 내려와 웃어줍니다.
드뎌 능선에 올라 섰습니다.
멋지게 폼 한번 잡고요!
저 아래 길 따라는 칼바위 범바위에
이쪽은 마을 길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바다 위 두둥실 떠 있는 섬
보적산 능선은 진달래 꽃길입니다.
12:05 보덕산(380m)
누군가 돌 돛단배를 만들어 띄웠습니다.
배는 순풍에 일렁이 듯...
여기는 청산도 보적산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그 즐거움 나누는 기쁨은 두배로!
이 순간을 영원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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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바다 건너 '새땅끝'인가 봅니다.
거북 목 길게 빼고서 몹시 바다로
나가고 싶은가 봅니다.
내려가는 길섶에 양지꽃과 제비꽃,
노랑과 보라의 어울림이 이쁘쬬?
산길 내려와 소나무 그늘 아래서
삼삼오오 점심을 나누고
12:55 산 위에 내려다 바라 보이던
편안한 길 걷습니다.
갈림길에서 만난 화장실,
청산도에서는 화장실도 달팽이입니다.
모든 걸 슬로 슬로 하라는 듯...
갈림길에서 왼쪽 먼저
13:00 작은 범바위부터
전망대와 범바위가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13:05 범바위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범은 어디쯤에 있는지요?
옛적 이 마을에 호열자란 전염병이 창궐했습니다.
어느 한 도승이 지나다 보고 마을 뒷산 바위를
범바위라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는는
빨리 쥐바위로 이름을 바꾸라고 했답니다.
시키는대로 했더니 과연 호열자는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쥐떼가 극성으로 들끓어 도저히 살 수가 없어
다시 범 바위로 바꾸게 되었다는 전설이...
조금전에 올랐던 작은 범바위,
이제 돌아 앉았습니다.
범바위 광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저기 무인섬 상도와 우체통,
서로를 그리워 하겠요
그런데 편지는 1년 후에나 배달된다고 합니다.
그리움도 청산도에서는 느림우체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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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세다는 범바위 아래 삼각의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이곳 근처 바다를 지나가는 선박들의
나침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사고가 많이 발생했던 곳으로 유명하답니다.
그래서 청산도 범바위의 센 기(氣)를 받으려
멀리서들 자전거 타고 오셨다고...
남쪽에서 바라보면 웅크린 범으로 보이기도 하고
바람이 바위 틈을 통과할 때는
범 우는 소리가 난다하여 범바위로 불린다는
이곳 범바위에서 호랑이의 모습 직접 찾아보심이...
가까이서는 온통 울퉁불퉁 거친
바위 투성이 입니다.
진달래 고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
모퉁이 돌아서니 말탄바위가 내려다 보입니다.
직진해서 다시 올라가
13:30 말탄바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정작 말탄바위는 보이질 않습니다.
아까 내려다 볼때 말 잔등처럼 보인다 해서
이곳이 '말탄바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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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0 권덕리
1740년경부터 제주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로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마을 뒷산에 범바위가 있어
호암동으로 불리기도 했었는데
1900년경에 권덕포라 하였다가 그 후에
권덕리로 변경되었다고...
노오란 유채꽃에 여기 저기 높은 돌담길,
제주도에서 이주해 온신 사람들로
마을이 형성되어서인지
제주도 분위기가 많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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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 권덕리 마을 오른쪽으로 해서
슬로길 4코스 낭길은 좌해우산(左海右山)입니다.
14:25 읍리앞개
몽돌 해안길 걷습니다.
바다는 연신 고운 몽돌 만드는 중
사그락 바그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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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밭 이어진 풀밭길 당리재 한참을 걸어
14:45 영화 '봄의 왈츠' 촬영장
신바람 메들리에 우리 아지매들
덩실덩실 흥바람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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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슬로길'이라지요
길은 노오란 유채꽃으로, 바다로,
한폭의 그림이 됩니다.
여기는 느림의 섬 청산도,
'봄의 왈츠'에 맞춰 상큼하게도
때론 '여인의 향기' 그 달달함에 취해서
걸어도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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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여긴 영화에서 나왔던 서편제길
주인공 유봉과 송화, 동호 세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 내려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5분 롱테이크 장면...
사람이 살면은 몇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문경 세재는 웬 고갠가
굽으야 굽으굽으가 눈물이 난다
소리따라 흐르는 떠돌이 인생
첩첩이 쌓인 한을 풀어나 보세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속엔 불신도 많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가버렸네 정들었던 내 사랑
기러기떼 따라서 아주 가버렸네
저기가는 저기럭아 말을 물어보자
우리네 갈길이 어드 메뇨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금자동이냐 옥자동이냐 둥둥둥 내 딸
부지런히 소리 배워 명창이 되거라
아우님 북가락에 흥을 실어
멀고 먼 소릿길을 따러 갈라요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 가세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춥냐 덥냐 내 품안으로 들어라
베개가 높고 낮거든 내 팔을 비어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싶어서 지느냐
날두고 가는 님은 가고싶어서 가느냐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만경 창파에 두둥둥 뜬 배
어기여차 어야디여라 노를 저어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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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주막에 들러서는
막걸리 대신 바다를 바라보는데
다랭이논 한켠으로 초분이 보입니다.
장례때 바로 땅에 묻지않고
짚이나 풀로 엮은 이엉으로 관을 덮어 두었다가
2~3년 후 뼈를 골라 땅에 묻는 장례 방식이랍니다.
저기 누워 계신 분은 복이 많으신 듯,
봄이면 노오란 유채꽃에 쌓여
바다를 내려다 보실수도 있고
그도 심심하시면 이 풍물패와 한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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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청산도
그리운 이에게 문자를 보내도 좋습니다.
느긋이 청산진성 바라보며...
해상교통이 활발해지면서 청산도는
서남해안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담담했는데
이로 인해 고종때 첨사진이 신설되고
이 곳 당리에 청산진성이 축도되기에 이릅니다.
그동안 흔적만 남아있던 청산진터는
2010년에 복원되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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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 슬로 1코스 옆 동구정길,
성곽 위 청산도 봄을 사냥하는 카메라맨에
두 여인은 핸폰 삼매경인데
누구는 텅빈 동구정길을 홀로서
내려오는 상춘객들과 마주 지나고...
길 이름이 된 동구정이 보입니다.
가뭄이 들어도 항상 같은 수위를 유지한다하여
신비의 우물이라고도 불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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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 미로같은 갤러리 길 걸어
15:30 청산도여객선터미널
좁은 터미널에서 한참을 기다려
17:10 다시 완도로 나가는 배를 탑니다.
아직은 바람이 찬 해질녘 탓인지 복잡한 선실에서
모두들 드러 눕기도 하고 서로 기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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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완도에 내리는데 석양이 아름답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질때가 저렇게 아름다웠으면...
18:55 해남읍 맛집에서 제육볶음 쌈밤,
반찬 한가지라도 더 챙겨 주고 싶은 주인장의
마음이 눈에 보여서 참 좋습니다.
19:30 눈도 즐거웠고 배도 부르고,
옆지기와 나란히 부산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세상 제일의 부자가 된 듯 한데
청산도여객터미널 좁은 대합실에서
한시간 넘게 기다린건 좀 거시기 했다 싶습니다.
슬로시티 청산도니까 달팽이 처럼
우짜든지 느긋하게 즐기자 해놓고서는
결국엔 너무 일찍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절경에 취해 그만,
참 못말리는 갈바람입니다.
이 서두름도 다 병이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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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19 . 4. 7
갈바람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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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걷기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