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위원장을 비롯한 국가경찰위원회 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출범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신설 유감 경찰 관련 법령의 준수 여부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2022.08.02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위법 논란에도 경찰국 출범을 2일 강행한 가운데,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가 강한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법률상 민주적 경찰 통제 기구인 경찰위는 그간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정부는 경찰위의 우려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김호철 경찰위원장을 비롯한 경찰위원 전원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출범에 유감을 표하며 이같이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국가경찰위원회가 치안 정책의 최고 심의·의결기구로서 경찰국 신설 및 지휘 규칙 제정의 절차·방법과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법령상·입법 체계상 문제점을 계속 제기해 왔다"며 "그럼에도 그러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치안 행정의 적법성 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위는 지난 20일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각 소관 부서에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현행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서는 경찰 사무에 관한 주요 정책과 업무 발전에 대한 사항 등은 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이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현행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에 의해 행안부 장관이 치안 사무를 관장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내용들이 정부 정책에 담겨있다며 이에 대한 시정도 요구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러한 지적을 외면하고, 예정대로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다.
김 위원장은 "치안 행정의 적법성이 의심받고 국민이 우려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적법성을 회복할 방안이 무엇인지 현재 적극 검토 중에 있다"며 "그 검토를 통해서 법률에서 허용되는 법적 대응 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찰위는 자문기구" 이상민 주장 정면 반박한 경찰위
이상민 장관, 경찰위 '위법성 지적'에도 "법·원칙 따랐다" 강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노트북을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02. ⓒ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위는 행안부 장관의 자문위원회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찰국 신설과 관련 경찰위의 심의·의결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위의 심의·의결 사항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가지고 있어 기속력이 없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법제처에서도 경찰위는 행안부 장관의 자문위라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경찰위의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경찰위는 전문성, 독자성, 상시성, 계속성을 갖춘 합의제 의결기관"이라며 "최근 경찰위가 자문위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행안부에서 인용하고 있는 2019년 법제처 유권해석에서도 '기속력이 있는 합의제 의결 기관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경찰국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위법 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관련 제도들이 시행하는 과정에서 행안부에서 주장해 온 △행안부 장관의 법령상 권한을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행사한다는 취지대로 운영이 되는지 △경찰청 고유 사무인 치안 사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닌지 △경찰청장의 인사 추천권을 형해화하지는 않는지 등 헌법에 근거하는 경찰 관련 법령의 준수 여부를 보다 더 촘촘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 장관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 경찰 관계자들을 불러 '대우조선 파업 경비 대책 회의'를 열고, 경찰특공대 투입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을 두고서도 적절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자와 경찰 간부와 회의를 한 데 대해 과연 치안 사무를 관장하지 않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그런 회의를 주재 혹은 주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의구가 제기되고 있다"며 "일반 치안 사무를 장관이 관장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 치안에 대한 중요 정책의 결정을 1990년대 이후에 경찰위가 담당하고, 치안 사무의 집행은 경찰청이 담당하는 이 제도는 32년간 이어져 왔다"며 "이 기준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국회 입법을 통한 경찰위의 실질화를 거듭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면 법령상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경찰위의 실질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경찰위의 일관된 입장이고, 헌법·행정법 학계 대부분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경찰위의 권한과 역할에 맞게 위원회의 실질화가 이뤄져야 하며,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안 중심으로 경찰법이 신속히 개정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찰국 출범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감개무량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장관은 경찰위의 위법성 지적에 대해서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일을 하겠다는 건데 왜 이렇게 저항이 많은지 안타깝다"며 아랑곳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사실상 행안부 장관의 직속으로 운영될 경찰국은 경찰청장 지휘·감독에 관한 사항과 경찰청장의 임명 제청에 관한 사항, 시·도경찰청장의 임용 제청에 관한 사항, 그 밖의 법령에 따른 경찰 행정 등에 관한 사항 등을 맡게 된다.
초대 경찰국장으로는 비경찰대 출신인 김순호 치안감이 임명됐다. 경찰국 내에 설치된 3개 과 중 총괄지원과장은 행안부 임철언 부이사관이, 인사지원과장은 사법고시 출신의 방유진 총경이, 자치경찰지원과장은 경찰대 출신 우지완 총경이 각각 맡았다. 16명의 정원 중 경찰대 출신은 우 총경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