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비
윤동주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 주자 다 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자 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 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알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 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안개 낀 들길을 걸어갑니다. 오늘 걷기 명상부터는 짐차(가방,놀이도구...)가 걷기 시작하는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아이들이 가지고 왔습니다.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고 스스로 자기 가방과 도구쯤은 가지고 걸을 수 있겠다 싶어서요. 맨 꽁지에 정채윤과 강태현이 걸어갑니다. 잰피 열매를 따 달라고 해서 줬더니 모기나 벌레가 달라들지 못하도록 한답니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보았는지 뭔가를 배우고 느끼는 아이들을 보며 , 그 뭔가에 길들여져 있는 저에게도 잰피의 아린 내음을 선물로 주고 싶어졌습니다.
오늘 말하는 나무 시간(평화회의)은 꽃잎반 고슴도치 탈출 사건으로 조금 늦어졌습니다. 교실 여기저기에 분비물을 남기고 줄기반에 숨어있는 놈을 찾고서야 씨앗반에 모였답니다. 솟대로 쓰던 때죽나무를 말하는 나무로 정했지요. 모두가 말하는 나무에게 평화공동체의 의견을 잘 모아줄 수 있도록 빌며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각 모둠에서 안건을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모둠별로 정해진 안건은 다음주 금요일에 모둠대표가 모이는 시간에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지요. 말하는 나무가 평화공동체 가족의 생각을 이어주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밥모심을 하면서 반찬 가지 수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 모둠에서 학교에서 준비한 김치 이외에 두 세 가지 정도면 어떨까요. 소박한 밥상에 대해 좀 더 생각을 모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육류를 반찬으로 보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후에는 두더지가 꽃잎반 친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반 아이들과 돌아가며 시간을 함께하는데,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서로가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금요일 잎새, 꽃잎, 열매 한문 공부가 오늘로 1학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서 아이들과 함께 해 주신 이귀원 선생님께 모두를 대신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름 내내 무탈하시기를 빕니다.
시작과 끝이 윤동주의 하늘다리와도 같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