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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일상탈출
엄마의 신나는 외출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족의 꿈을 키우고 가꾸는 동안 정작 자신의 꿈은 포기하고 살아왔던 주부들. 이제 주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직업이 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그들의 삶이 보다 풍성하고 열정적으로 변화되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성명욱 리포터 timace@hanmail.net
하늘까지 울리는 소리 ‘목5동 오카리나 동호회’
영화 ‘타이타닉’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타이타닉 갑판 위에서 잭과 로즈가 양팔을 뻗고 있는 장면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영화 ost 초입부분에 오카리나 연주가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영화 타이타닉 ost와 ‘Dona Dona’를 듣고 오카리나 소리에 반해 배우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작아서 휴대하기 쉽고 배우기 쉬운데다 음색이 좋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오카리나. 목5동 주민센터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카리나의 청아한 소리가 센터 내에 울려 퍼진다.
“오카리나는 작은 거위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입니다. 흙으로 빚어 고온에 구운 폐관악기로, 13개의 음역 대를 가지고 있어 맑고 깊은 소리를 냅니다”는 이순옥(59세)강사. 동요부터 영화음악, 재즈, 가곡, 태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고, 이론을 몰라도 쉽게 배울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단기간의 수강으로 연주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 “오카리나는 기본 알토C와 소프라노F, G, C의 4가지 악기가 있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라는 이 강사는 4가지 악기를 바꿔가면서 연주할 수 있어 혼자서도 한곡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곡에 따라 경쾌한 곡은 밝게 연주가 가능하고, 처지는 곡은 처지는 데로 맛깔스럽게 연주할 수 있어 어떤 장르에도 잘 맞는 악기에요”라는 한은옥(53세, 총무)씨는 3년 째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아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었는데, 오카리나를 연주하면서 오카리나의 매력에 푹 빠졌다. 피아노를 전공한 이 강사가 악보를 일일이 조바꿈해오기 때문에 곡을 쉽게 연주할 수 있고, 피아노곡을 오카리나에 접목시켜 가르치므로 회원들은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니 만족스럽다.
평소 하모니카, 탁구, 일본어, 중국어 등 여러 강좌를 수강하고 있던 중 친구의 권유로 2년 전 오카리나를 접하게 되었다는 윤정중(66세)씨는 “입으로만 연주하는 하모니카보다는 손을 움직여야 하므로 오카리나가 좀 더 어렵지만 집에서 연습을 하지 않아도 아주 어려운 곡을 제외하고는 어떤 곡이든 연주가 가능해요”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사와 함께 곡을 연주하면서, 주민자치회관과 체육대회 등 구청에서 개최하는 행사나 전 구민 노인잔치, 장수대학 졸업식, 입학식 등이 있을 때는 6~7명이 목 5동 대표로 참여하여 오카리나를 연주한다.
“매주 다양한 곡을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한 두 시간의 연습으로도 연주회에 설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회원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40대 후반부터 60대까지로 왠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연주회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청바지에 티셔츠를 맞춘 가벼운 복장으로 연주를 한다고.
5년간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는 안종애(53세, 반장)씨는“처음 오카리나를 접했을 때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았어요. 악보를 외우면 어떤 장소에서도 바로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악기인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 여유가 되면 오카리나로 봉사활동을 더 하고 싶다고. 국선도 강사 자격증을 가진 그녀는 얼마 전 국선도 내 합창단에 입단할 것을 제안 받았다고 하니 실력이 보통이 아닌 듯하다.
크기는 작지만 소리는 결코 작지 않아 집에서 연주하는 것 보다 함께 모여 연주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이들. 악보를 보자마자 연주를 시작하는 이들에게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비단에 불어 넣은 향기가 널리~ 규방공예 ‘비단향’
가을의 문턱에서 규방공예 무료 체험 행사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비단향’ 회원들을 만나 보았다. ‘비단향’은 3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까지 10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동아리로 작년 서울시 평생학습축제에서 전시부문 금상을 수상하면서 우수동아리로 선정되었다. 이번 10월에 또다시 ‘학습동아리 우수사례발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소박하게 시작해서 소박하게 진행해가는 학습동아리의 전형적인 모습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우수동아리로 선정되어 1년간 받은 동아리 지원금으로 한 달에 두 번 작품 활동과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1/3의 체험 비를 받거나 무료체험 행사로 진행하는데 여기서 생긴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선배의 권유로 규방공예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민정(39세, 음양오행강사)씨는 “규방공예를 처음 접했을 때는 고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모시와 삼배로 ‘발’을 만들면서 은은한 색감과 짜임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라고 전한다.
“옛 것에 대한 향수 때문에 앞으로는 다시 규방공예 쪽으로 갈 것 같아요. 퀼트와 접목시켜 대중화시키고 싶어요”라는 민정씨는 십년 후에는 수익창출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언뜻 보면 퀼트나 규방공예나 비슷해 보이지만, 홈질과 아플리케션이 대부분인 퀼트와 달리 규방공예는 누비기법, 세 땀 상침, 사뜨기, 귀갑치기 등 다양한 바느질법을 사용해 고급스럽다. 또 규방공예는 서로 다른 자투리 천을 사용해도 소재와 색상이 서로 어색하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하다. 회원들의 대부분이 퀼트를 하다가 규방공예로 바꾸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퀼트와 비즈를 배우다 규방공예를 배우게 되었다는 오정윤(38세, 방송댄스강사)씨는 “규방공예는 은근히 젖어드는 매력이 있어요. 규방공예를 하면서 서양적인 것 보다는 동양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라며 앞으로 실생활에도 접목시켜 활용해 보고 싶다고 전한다. 예단 보나 티 매트에 세탁이 용이한 광목, 무명 등의 소재를 사용해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해 만든다면 대중화 시키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한희(39세, 공예강사)회장은 “취미로 10년간 혼자서 작업을 했어요. 규방공예가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다른 사람과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는데 동호회를 통해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조언자의 역할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체험과 전시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일석 이조의 효과가 있더군요”라며 동아리가 소통의 장으로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전한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이미란(31세, 의류도매업)씨는 “한복을 공부하면서 소품으로 규방공예를 접하게 되었어요. 규방공예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아직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고, 접할 기회가 없어 배우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라며 안타까워하는 그녀도 규방공예의 대중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임 자체가 좋아 참석하고 있어요”라는 차윤숙(44세, 사서)씨의 말처럼 사람이 좋아야 10년, 20년 갈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간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원들의 마인드가 지금의 동아리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 듯하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수시로 만난다는 이들은 옛날 주머니에 곡식을 넣어 선물하던 것에 착안하여 어르신들께 연말연시 선물로 주머니 나누기 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일일이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사탕을 넣는 작업이 만만치 않지만 성의를 다해 준비하고 있다. 정한희 회장은 그동안 어르신 위주로 진행되었던 재능기부를 앞으로는 저소득층 청소년과 결합시켜 자라나는 세대에게 규방공예를 알리기 위해 찾아가는 형태의 재능 기부를 계획 중에 있다. 주부들이 뭉치면 이 또한 못할 것이 없다. 규방공예를 실용화해 대중화 시키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환경 교육은 어릴 때부터 ‘에코엔 코칭’
“쌀뜨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면 그 물을 정화시키기 위해 몇 톤의 물이 들어가는지 몰라요. 이 쌀뜨물과 EM원액을 섞어 쌀뜨물 발효액을 만들어 빨래할 때 사용하면 환경도 살리고 아토피가 있는 우리아이 피부도 챙길 수 있어 두루두루 좋아요.”
‘에코엔 코칭’은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에코그린 에듀케이터’ 강좌 수강 후 마음이 맞는 다섯 사람이 모여 결성한 동아리이다. 월촌중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천연화장품 만들기’수업을 진행하면서 생활 속 환경 살리기를 실천하고 있는 곽지연(55세, 주부)씨와 틈틈이 갯벌 센터 안내인으로 일하고 있는 전용임(54세, 숲 해설가)씨, 전직교사 김여경(56세, 주부)씨, 동아리에서 막내지만 총무를 맡고 있는 강성자(42세, 발명교실강사)씨, 얼마 전 며느리를 맞이한 정형자(57세, 주부)씨 이렇게 다섯 명이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에코엔 코칭은 환경 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아이에게 이론보다는 게임을 통해 스스로 만들고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에요.” 성자 씨는 코칭은 티칭과 달리 아이들이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매주 월요일 수업 준비를 위해 서부여성발전센터 동아리 실에 모여 계획안과 교구제작을 하고 있다는 이들은 평소 환경문제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기에 갑자기 하게 되었던 강의가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주부로 환경강사로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환경과 연계된 강의를 수강하고 청소년 심리상담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는 이들은 “작년 1년간 양천구 지원 사업으로 받은 동아리 운영비로 교재와 교구를 구입해 구립어린이 집과 유치원 20여 곳에서 환경 수업 봉사를 할 수 있었어요” 라며 뿌듯해 한다.
이 외에도 화곡청소년수련관과 서초구 ‘생태 탐사단’, 구리시 ‘생태 탐사단’에서 2011년 상반기 현장학습 수업도 진행하기도 했던 이들은 이렇게 성실하게 일했던 1년간의 봉사활동이 경력이 되어 올해부터는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과 서울신원초등학교, 노원구 청소년수련관에서 환경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환경 수업을 2년 정도 진행하면서 수업이 일회성으로 끝나버릴 때가 제일 아쉽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이들에게는 최소 3회 정도는 수업을 받아야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3-belt(3가지 체험)로 진행되는 노원구청소년수련관의 ‘북극곰 구하기’ 창의체험 프로그램은 실내수업과 노원자원회수관 체험, 당현천 체험 등 3시간 동안의 체험활동으로 환경교육에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신원초등학교에서는 한 시간씩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는 두 시간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12회 정도 수업을 진행하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보다 아이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라며 10월, 11월에 있는 구청과 공공기관의 2013년 공모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강서구와 양천구에서는 환경 분야에서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등의 지역봉사가 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므로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으로 있다.
수강생으로 시작해서 지난 2년간 환경봉사자로 환경강사로 꾸준히 활동해온 ‘에코엔 코칭’ 동아리는 이제 환경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열정 있는 사람 모여라~ ‘맘보드럼’
가격이 비싼 것은 둘째 치고 덩치도 소리도 너무 커 집에서 연주하기 힘든 악기가 드럼이 아닌가 싶다. 젊었을 때의 추억으로 혹은 스트레스 해소로 요즘 많이 찾고 있는 드럼동호회. 회원의 직업과 연령대도 다양해 학생부터 주부 직장인까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니 세대차가 느껴질 법 한데, 모두들 그래서 더 좋다는 반응이다.
“20대의 어린 학생이 언니라고 부르니 젊어진 것 같아 너무 좋아요. 드럼도 배우지만 동호회를 통해 다양한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있어 더 재미있어요”라는 이인자(63세, 미술교사)씨. 곡에 맞추어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이 도저히 63세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빨간 스웨터에 청바지가 아주 잘 어울려 10년은 젊어 보인다. “아이들이 결혼해서 외로울 수 있는 나이인데, 회원들이 전화해서 챙겨주기도 하고, 건강하고 활기찬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저도 같이 젊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함께할 것을 권한다.
악보를 보면서 리듬에 맞추어 스틱을 두드리는 작업이 생체리듬을 활성화시켜 치매나 동맥경화를 예방해 더 건강해 졌다는 그녀. 집근처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맘보드럼’동호회를 발견하게 되었고, 정해진 시간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
실제로 목동에는 드럼을 배울 만한 곳은 많지만 이곳처럼 동호회로 운영되는 곳은 없다. 물론 초보자일 경우에는 상주하는 윤지석(28세)강사에게 배울 수 있다. 동호회다 보니 회원끼리 가르칠 수도 있고,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올 3월부터 동아리에 합류한 전선아(46세, 주부)씨는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문을 두드린 케이스다. 이제 초보 딱지를 때고 느린 곡 정도는 연주가 가능하다. “제가 잘 못해도 7~8년 된 선배님들이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마치 라이브카페에 앉아있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취미로 7년간 벨리댄스를 배운 그녀는 벨리댄스를 통해 음악을 접한 것이 리듬감을 갖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동아리 룸에서는 음악을 틀어 놓기 때문에 연습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곡이 흐르면 앞에 나가 드럼을 연주 할 수 있다. 4대가 세팅되어 있어 두 세 명이 함께 연주도 가능하다. 동호회다 보니 한 달에 한번 씩 정기모임을 갖고, 일 년에 두 번 정도 MT를 간다. 이 모임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오랫동안 동호회 활동을 하다가 바빠서 참석을 못하고 있는 회원들도 정모나 일 년에 두 번 진행하는 연주회에 함께 참여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박진배(50세, 제조업)씨는 보통 주부들이 동호회에 들어오기는 힘들지만 일단 들어와서 연주회를 한 번 하면 오래 동안 회원이 된다고 한다. “밴드에서 금 드럼, 은 베이스라고 합니다. 그만큼 드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드럼이 리듬을 정확히 타야 음악이 맛있습니다”는 진배씨는 ‘부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영화 때문에 주부들이 드럼을 많이 배운다며,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경우 혹은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드럼의 쿵쿵 울리는 소리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수지(26세, 대학원생)씨는 다양한 연령대의 의사, 방송국 PD, 기상 캐스터, 음악선생님,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드럼을 연주하는 것만큼 주부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또 있을까?
출처:양천강서영등포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