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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701 (월)
- 쪽과 청출어람(靑出於藍) - 쪽 이야기 ①
- 알듯 말듯 한 식물들 (11)
- 식물이야기 (94)
어느덧 2013년도 절반을 넘어서서 7월로 들어섰습니다.
비록 류현진의 7승이 날아가 버렸지만, 박인비의 LPGA US Open 우승으로
즐거움을 안겨주어 기쁩니다. 박인비는 올해 몇차례 더 우승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어느 누구고 쌓지 못할 기록을 만들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여름휴가 그리고 지난 6/21일의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인
7/13일의 초복(初伏), 7/23일의 중복(中伏), 8/12일의 말복(末伏)....
말복이 입추(立秋)를 넘어서 20일 만에 오는 월복(越伏)을 하니
올해 여름은 무척 덥겠습니다.
좋은 음식과 즐거운 놀이로 무더위를 지혜롭게 넘기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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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식물체 “쪽”으로 푸른색 계통의 물을 들여왔습니다.
통상 “쪽빛”이라 하면, “푸른 하늘색”, “푸른 바다색”, “남색(藍色)”,
“감색(紺色) = 곤색(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Indigo Blue"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쪽”은 염색횟수나 방법에 따라 무척 여러 가지 색깔이 나옵니다.
오늘은 “쪽”과 “쪽빛”에 대한 이야기인데,
별 내용이 아닐 것 같은 이 내용을 앞으로 세 번에 걸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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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 물들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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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체로서의 “쪽”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쪽”과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을 하려고 합니다.
1. 쪽 물들이기
- “천연염색”에는 “일반염색”과 “쪽 염색“으로 나뉠 정도로 ”쪽 염색‘의
입지(立地)가 두터운데, 이는 “쪽”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옷감을
물들이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고 까다로워 다른 염색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우리나라에는 “쪽 염색 명장(名匠)”이 여러분 계십니다.
- 말씀드린 대로 청색(靑色)계통은 모두 쪽으로 염색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염색 횟수에 따라 <감(紺)-남(藍)-청(靑)-표(縹)> 등
다양한 농담(濃淡)의 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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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감(紺)
- 짙은 검은색을 띤 남빛 = 반물 = Navy Blue = 일본말로 “곤색”
- “쪽”으로 짙게 물들여 검은빛을 띤 어두운 남색(藍色)을 말하는데,
우리 옛말에 “쪽물을 들이는 것”을 “반물들이다”라고 하였고.
또 산뜻한 쪽빛을 “감청(紺靑)” 또는 “아청(雅靑)”이라 해서
“쪽빛” 중 제일 좋은 것으로 쳤다고 합니다.
* 감악산(紺岳山)
- 2011. 03. 28일 “서울에서 가까운 산들“의 ”파주시“ 편에서 ”감악산(紺岳山)“을
소개해 드렸었는데, 산 이름에 바로 여기서 말씀드리는 <감(紺)>을 붙이고 있습니다.
- “감악산”은 “경기오악(京畿五岳)” 중의 하나로 “바위 사이에서 검은 빛과 푸른빛의
기운이 동시에 솟아나온다“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 여기서 가까이의 적성면 설마리에는 “영국군전적비”가 있는데 1951년 영국군 652명이
중공군 3만여 명을 상대로 장렬한 전투를 벌였다는 곳인데, 경치가 매우 좋습니다.
- 그리고 이 산에는 임꺽정의 전설을 가지고 있는 “임꺽정 봉”과 “임꺽정 굴”이 있습니다.
-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산의 가장 큰 매력은 북한지역과 개성공단,
그리고 날씨가 좋으면 서울의 북한산까지도 보인다는 뛰어난 조망(眺望)을
들 수 있습니다.
- 또 여기서 가까이에는 “율곡 이이(栗谷 李珥)”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화석정(花石亭)”과
“율곡과 그의 부모(모친 = 신사임당-申師任堂) 등 가족의 묘소와 사당(祠堂)“이 있는
“자운서원(紫雲書院)”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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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남(藍)
- 쪽빛 파랑과 보라의 중간색으로, 일반적으로
"Bluish Violet”, “Navy (blue)”, “Dark Blue”, “Indigo Blue”라고들 하는데,
- 외국에서의 분류색명은 “Blue Purple”, “Deep Blue”
또 관습명으로는 “Persian Blue"라고도 합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남색”을 일반적으로 “파랑에 검은색이 가해진 어두운 파랑”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여기에 속하는 말로는 “남청(藍靑)”, “군청(群靑)”, “남보라” 등이 있는데,
특히 “군청(群靑)”은 광택이 곱고 선명한 남빛을 말하는데,
“Ultra Marine"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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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청(靑)
- 청색(靑色) = Clear Blue
- "청(靑)“은 원래는 우물 주변에 돋아난 풀을 의미하는데,
- 우물 속에 고인 맑은 물빛과 같은 색으로,
초록색기운이 있어 풀잎의 색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 당초에는 정색(正色)으로 동방(東方)을 뜻하는데,
이는 어떤 특정한 색을 의미하기보다는 추상적인 색명(色名)이라고 합니다.
- 색상환(色相環)에서는 초록색(草綠色)과 자색(紫色)의 중간에 위치하며,
흔히 “청록색(靑綠色)”, “녹청색(綠靑色)”, “청색(靑色)”, “청자색(靑紫色)”으로
부르는 등, 색의 분포가 넓습니다.
* 청룡(靑龍)-백호(白虎)-주작(朱雀)-현무(玄武)의
- 풍수지리(風水地理) 등을 말할 때 또는 사방신(四方神)을 이야기할 때,
위의 말들을 합니다.
- 여기서 “청(靑)”은 동쪽”, “백(白)”은 서쪽, “주(朱)”는 남쪽, “현(玄)”은 북쪽을
가리킵니다.
- 그리고 여기에 중앙의 “황색(黃色)”을 넣어서 “오방색(五方色)”이라고 하는데,
위의 “청룡(靑龍)-백호(白虎)-주작(朱雀)-현무(玄武)”와 같이 동물신(動物神)을 넣어서
이야기 할 때는 중앙에 곰을 뜻하는 “황웅(黃熊)”을 쓰는데,
이는 종종 “황웅(黃雄)” 또는 “황룡(黃龍)”으로 바꾸어 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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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표(縹)
- “표(縹)”는 “옥색(玉色) = 옥(玉)의 빛깔과 같은 흐린 초록색”을 말하는데,
영어로는 “Pale Blue-Green", "Jade Green" 등으로 표현합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좋아해서
한복의 “옥색저고리와 옥색치마”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모시 옥색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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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상환(色相環) = hue circle = color wheel
- 색의 변화를 계통적으로 표시하기 위해서
“색표(色票 = color chip = color chart)”를
둥근 모양으로 배열한 것을 말합니다.
- 상대하는 위치에 “보색(補色 = complementary color)”이
서로 마주 보이는 것을 특히 “보색색상환(補色色相環)”이라고 합니다.
- “색환(色環)”에서 사용되는 “색표(色票)”는 "색상(色相)"을 기준으로 하여
배열하므로 “색상환(色相環)”이라고 불립니다.
< 색상환 >
< 보색색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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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쪽”의 뜻
- 국어공부부터 하고 넘어갑니다.
(1) “쪽빛“을 들이는데 쓰이는 한해살이 풀
(2) 방향을 가리키는 말 = 녘 = 편(便) - 이쪽, 저쪽, 동쪽, 서쪽
(3) 사물을 몇 개로 나누었을 때, 그 사람이나 사물에 속하는 편 = 부분 = 방면
- 이긴 쪽, 찬성하는 쪽
(4) 책의 면(面) = 페이지(page)
(5) 부인네의 아래 뒤통수에 땋아서 틀어 올려 비녀를 꽂는 머리털 - 쪽을 찌다.
(6) 물건의 쪼개진 한 부분 - 깨진 유리쪽, 사과 두 쪽을 먹었다.
(7) 얼굴 - 쪽을 못 쓰다 = 꼼짝을 못하다, 맥을 못 추다
- 쪽 팔리다 = 체면이 깎이다
(8) 한 줄로 고르게 이어진 모양 - 쪽 뻗은 신작로
(9) 고르게 늘어놓거나 벌여있는 모양 - 방석을 쪽 깔다
(10) 곧게 펴거나 뻗은 모양 - 쪽 편 다리
(11) 줄이나 금을 곧게 긋는 모양 - 글자 획을 쪽 긋다
(12) 높낮이가 없이 한결같은 모양 - 쪽 고른 성적
(13) 적은 물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거나 빠는 모양 - 우유를 쪽 마시다
(14) 입을 맞추는 모양 - 아이가 엄마이마에 입을 쪽 맞추다
(15) 좁은 공간을 한눈에 훑어보는 모양 - 주위를 한번 쪽 훑어보다
(16) 한꺼번에 모조리 벗겨지거나 훑거나 갈라지거나 하는 모양 - 벼를 쪽 훑다
(17) 땀이 솟거나 살 따위가 빠지는 모양 - 살이 쪽 빠지다
(18) 종이나 천 따위를 찢는 모양 - 성이 나서 편지를 쪽 찢었다
(19) “작은”의 뜻 - 쪽문, 쪽박, 쪽지
(20) “조각조각 맞춘”의 뜻 - 쪽걸상, 쪽마루
(21) “조각조각으로 된”의 뜻 - 쪽김치, 쪽모이
(22) “한 부분으로 된”의 뜻 - 쪽발이, 쪽자(字)
(23) 이상으로 무척 많은데, 이외에도 여러 뜻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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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쪽빛 = 남색(藍色)”이라는 뜻에서 나온 성어(成語)
3-1 푸른색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
- 역사(歷史)를 “청사(靑史)”라고들 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푸른 역사”을 말합니다.
- 즉,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대나무 조각을 쪼개어
이를 묶어 책을 만들었습니다.
- 그런데 대나무를 쪼개어 반반하게 깎으면 푸른빛이 나는데,
이것을 불에 쬐어 기름기를 빼고 여기에 역사를 기록하였기 때문에
“청사(靑史)”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 책(冊) :
이 글자는 상형자(象形字)로서 옛날 대나무를 묶어 만든 간책(簡冊)을
그린 것인데, 세로획은 죽간(竹簡)을 표시하고, 가로획은 이것을 묶은 끈을 나타냄.
- 보통 서양 사람들은 푸른색(Blue)에서 “우울함”을 읽지만,
동양에서의 푸른색은 “희망과 발전”을 상징합니다.
- 즉, 푸른색은 해가 뜨는 동방(東方)을 뜻하는 색깔로서,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청구(靑丘)”, 즉 “푸른 언덕”이라고 한 것은
우리나라가 해 뜨는 동쪽에 있는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 “청룡백호(靑龍白虎)”에서 “청룡 - 동쪽”, “백호 - 서쪽”이라는 것은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 그리고 “청운(靑雲)”은 “푸른 구름” 뿐만이 아니라 “입신출세(立身出世)해서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 그래서 지금도 젊은이들은 “청운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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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청출어람(靑出於藍) >
- 이 말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지금도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 “푸른색은 쪽(= 람-藍)에서 나왔다”라는 뜻의 이 말은,
“쪽”을 찧어 물에 담가 놓으면 염색에 쓸 푸른 물이 나오는데,
이 색이 원래 쪽빛보다 더욱 파란데서 이런 표현이 나왔습니다.
- 즉, “쪽”을 보면 평범한 초록색의 풀인데,
거기서 이렇게 짙은 푸른색을 얻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는 뜻입니다.
-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사상가(思想家)인 <순자(荀子)>의
사상과 글을 모은 책인 “순자(荀子)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말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學不可以已 (학불가이이)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청취지어람 이청어람)
氷水爲之 而寒於水 (빙수위지 이한어수)
학문을 그쳐서는 안 된다.
푸른빛은 쪽에서 취했지만 그보다 더욱 푸르고
얼음은 물이 변하여 되었으되 물보다 더욱 차다.
- 그런데 이 말의 뜻은 제자가 스승보다 훌륭한 것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썼는데,
이는 또한 스승을 닮지 못해 스승의 이름에 먹칠하는 불초(不肖)한 제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도 있습니다.
-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에 대응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출람(出藍)>이라고 간략하게 말하기도 하고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 또는 <청출어람(靑出於藍) 벽어람(碧於藍)>
이라고 길게 풀어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 벽(碧) : 푸를 벽
- 또 <출람지재(出藍之材) =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
<출람지예(出藍之譽) =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평판(評判)이나 명성(名聲)>
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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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청출어람(靑出於藍)>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성어(成語)들
(1) 후생가외 (後生可畏)
- <공자(孔子)>의 말씀인 이 말은,
- “이제 자라나는 어린 사람이나, 수양(修養) 과정에 있는 젊은 사람들이 두렵다”
라는 말인데,
- 여기서 “두렵다”라는 것은 “무섭다”라는 뜻이 아니고
“존경(尊敬)스럽다”의 뜻이 있습니다.
(2) 후생각고 (後生角高)
- “뒤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뛰어날 때 이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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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쪽 이야기 (1)>을 마치는데,
<쪽 이야기>는 앞으로도 두 번 더 이어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쪽을 처음 봤습니다. 이것으로 그리 고운 색깔이...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색인데 모처럼 푸른색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 좋은 시간 되었습니다. 후속편이 기다려집니다. 샘.
모차럼 비가 많이 옵니다. 많이 오셔도 걱정, 오지 않으셔도 머리 아픈 비가 올해는 적당히 오시려는지.... 쪽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하다 보니까 연관되는 것들이 자꾸만 생각나서 세 번에 걸쳐 씁니다. 언제나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