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일시: 2020년 9월 23일
연사: 문재인 대통령
글로서리
1. 종전선언 : End-of-War Declaration
2.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 Korean Peninsula Peace Process
3. 핵 비확산 체제 : Nuclear Non-Proliferation Regime
4. 다자주의 : Multilateralism
5. 억지력 : Deterrence
389 단어
의장님, 사무총장님, 각국 정상 및 대표 여러분,
우리는 지금 인류 공동의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단순한 보건 위기를 넘어 국제 질서 전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는 위축되었고, 사회적 격차는 심화되었으며, 각국의 협력 체계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분명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어느 한 나라의 안전도 홀로 지켜질 수 없으며, 연대와 협력 없이는 그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반도 상황 역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북핵 문제는 동북아시아의 안정뿐 아니라 국제 비확산 체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지역 안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으며,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은 강력한 국방력과 확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억지는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군사적 힘만으로는 적대의 역사를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는 신뢰 구축과 대화, 그리고 상호 존중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합니다. 70년 넘게 이어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첫걸음이 필요합니다.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의 문을 다시 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느 일방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새로운 질서를 향한 약속입니다.
오늘날 안보의 개념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비군사적 요인 또한 국제사회의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감염병, 기후변화, 사이버 위협,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허위 정보와 왜곡된 선전은 사회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전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의 급속한 확산이라는 새로운 도전도 안겨주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며 반드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유는 책임과 함께할 때 더욱 공고해집니다. 사실에 기반한 토론과 상호 존중의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론장은 분열과 갈등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열린 사회를 지키면서도, 왜곡과 선동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전략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강대국 간의 긴장은 세계 경제와 안보 질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와 국제 규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국제법과 합의를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기반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왔습니다. 우리는 강한 억지 위에 열린 대화를 병행하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안정으로, 나아가 세계 평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위기는 우리를 시험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질서를 향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연대와 협력, 책임 있는 자유와 성숙한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와 번영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