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11]
머메리는 저서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에서
등산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데 있다,고 했다.
대체 무슨 심사로 그 말의 깊이를 이해할까만
산에 들며 때로 새긴다면 산에 드는 한가지 이유는 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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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차츰 세를 더하고 있는 요즘, 피서 길 나선다.
줄기찬 장맛비도 대수 아니며 즐거움을 더할 뿐.
연에 한번은 들르는 대통골이면 제격이겠지.
골은 영남알프스 고헌산(1033m) 자락의 이름처럼 깊고 좁은 계곡이다.
언양의 진산, 고헌산은 영남알프스의 여덟 주봉중 하나지만
대접은 대체로 그에 못미치는가 보다.
단독 산행의 길이 그닥 미덥지 못한 것이 우선의 탓이겠지만
동봉과 서봉 어느곳이라도 시야를 온전히 채우고야 마는
서쪽의 가지산, 운문산 남쪽의 신불산, 영축산의 훤칠한
영알 주능 조망을 생각하면 홀대의 처지가 안스럽기도 하다.
그런 만치 그저 간혹의 나들이지만 서로 잊지 않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는 것도 쉬운 노릇이니 좋은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오랜 친구를 만나 피서하며 삶을 이야기 하기로
고헌산의 숨겨진 비경, 대통골만한 곳이 또 있으랴.
초입서 바라본 운무 가득한 고헌산.
후두둑 후두둑 비에 금새 온 몸이 젖는다.
어차피 계곡을 거스를 참이지만
체온이 예상 보다 더 떨어질까 걱정이다.
대통골 들머리.
장맛비에 수량이 제법이다.
오후엔 수량이 곱절은 될테니 등반을 서둘러야 한다.
등반에 3시간 전후가 소요되는 대통골 계곡 코스는
고헌산악회에서 개척하였으며 해마다의 수량에 따라 길이 조금씩 달라진다.
코스는 숙련된 등반자라면 대체로 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으나
가능한 장비를 착용하고 안전을 확보한 후 등반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수량이 많을 경우는 코스의 식별이 용이치 않고 때로 홀드가 빠지거나
낙석이 흔한 등 위험 요소가 많은지라 반드시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골이 깊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지라
한여름에도 냉기가 가득하여 한나절 피서하기로는 제격이다.
첫번째 폭포.
7m 남짓의 소폭이지만 물줄기가 세차다.
폭포의 양쪽으로 코스가 개척되어 있으며
온 몸으로 폭포수를 안으며 하는 등반이 스릴이 있다.
올 해는 수량도 넉넉하여 즐거움이 두배.
하지만 늘상의 코스라도 장맛비에 지형이 달라질 수 있으며
바위에 미세한 균열들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폭포위 나무에 자기확보하고 후등을 바라본다.
우렁찬 폭포소리가 지배하는 순간이다.
일본 산악계의 선구자인 오시마 료키치의 말이
그 소리를 타고 넘는다.
누구나 산에 자기의 고향을 가지고 있다.
산과 산의 대화는 바람 소리로 밖에 들을 수 없다.
그 말과 그 말은 닮았다.
바람 소리와 계류 소리가 닮은 것이다.
차츰 빗줄기가 굵어지고 물살이 급해진다.
더하여 바위는 더욱 미끄러워지고 그만치 긴장감도 더해진다.
2폭포.
수량이 충분하여 맵시가 훤칠하다.
3폭포.
빗줄기가 차츰 세어지는 만큼 수량도 많아지고 물살도 빨라진다.
하여 냉기에 체온 보호도 신경 쓰는 등 등반에 속도를 낸다.
3폭포를 등반하는 동행.
바위가 평소 보다 미끄러웠지만 등반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고개들면 얼굴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약간 번거로운 정도.
이후 소폭들이 연이어 걸음을 즐겁게 한다.
좁은 계곡인지라 수량이 쉽게 불어날 수 있어
완등은 후일로 미루기로 하고 사실상 등반성이 있는 마지막 폭포인
5폭포를 깃점으로 좌측의 등로로 탈출, 하산하기로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가 말한 물의 생김은 아니지만 그리 읽어본다.
노자(老子)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하여
물 흐르듯 하는 삶을 권유했다.
물 흐르듯이 살아간다는 것은 곧 부드러운 삶이다.
이 세상에 물처럼 부드럽고 약한 게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기는 데는
물만큼 강한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4폭포.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폭포다.
역시 좌우 두 곳으로 올를 수 있지만
우측의 수량이 많아 등반이 불가하여 좌측만 등반하였다.
5폭포.
연신 쏟아지는 장맛비에 진행도 더디고
차츰 체온도 걱정되어 5폭포를 지나 탈출하기로 하였던 계획을 앞당겨
5폭포를 앞에 두고 탈출을 하여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탈출하며 바라본 대통골.
한나절의 만남이었지만 서로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돌아서면 또 내년을 기약해야 할테니
하산 내내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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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외로워 보였다.
장맛비에 그나마 생기가 도는 듯 보일 뿐.
영남알프스의 산이건만
이름조차 기억되기 간단치 않은 처지다.
매년의 걸음 마다의 넋두리가 그랬다.
제 몫의 존재를 드러낼 듯 감출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산이라 했다.
알아 주는 이 하나 없어도 좋다고도 했다.
누군가 있어 어느 때고 제 품에서 위로 받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했다.
명종조 선비 임훈의
<등덕유산향적봉비>의 한구절을 되내인다.
산의 유람은 남의 자취가 있는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관을 발견하여 자기 마음에 얻는 바가 있다면 족하다.
그리 위로 받은 하루였다.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덕이 불어난 물살 보다 넉넉했다.
집으로 가는 길, 돌아 보니 산은 여전히 그 자리.
오늘은 대체 운무에 조차 가려 있는 듯 없는 듯.
첫댓글 장맛비에 흠씬 젖고 싶은 하루였던가 봅니다. 거친 산행 후, 소주 한잔도 좋았네요. 모두들 한주 건강히 나세요^^
여름 산행의 극치를 보았습니다...
집에 있는 장비를 한번 써먹을 기회가 있을지... 고민했는데... 이런게 있었군요^^;
얼마전 인터넷 서핑하다... 계곡 산행하시는 분 블로그에서 봤는데..
멋집니다.... 팬다님^^ 비 맞은 쌩쥐(?)... 같지만... 너무 부러워요^^*(죄송^^;)
한여름 전에 두어번 나들이길입니다. 소소한 즐거움은 있는 셈입니더^^
아랫녁에 많은비가 왔던데 계곡산행은 장마통에 무서워 보입니다
그래도 빗줄기를 즐기시는 모습이 어느정도 저와 비슷하시네요^^
장맛비가 심하면 피해야할테구요 비 그친 후의 어느날이면 수량도 넉넉하니 적당할 것인데 주말을 맞추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지라 호우예보에도 길 나섰습니다. 현장에선 예상보다 수량이 적어 무난한 등반이 되었구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등반 경험이 조금 있으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것일 뿐입니더^^
시원한 모습에 제가 다 등골이 시원해 지는군요.
예~ 시원함을 넘어 조금 춥습니다^^
팬다님 언제나 독특한 클라이밍을 즐기시는군요^^ 쬐금 위험해 보여도 한여름 피서의 극치를 보는듯 합니다!
제발 햇살아 좀 내려줘라 하는 심정이지요^^
우와@@ ~ 저희는 일욜 집근처 농노길이랑 시내를 돌았습니다 소낙비를 맞으며 몇시간 걸으니 완전 새앙쥐 ㅋ 저는 스패츠를 잘못착용했는지..물이 철거덕 거리고 ㅋ 판초를 입은 울아자씨는 그래도 나은데 저는 지퍼달린 우의라서 배부터 침수되더군요ㅋ 또 초보가 경험으로 하나 얻었습니다 심실링 안된 지퍼달린 우의는 피하라 ㅎㅎ ^^
손목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폭포수... 가슴이 뭉클하답니다^^;
멋지시네요.근데 위험해 보이니 저만 그래보이는건지 태클 아닙니다.
실제 약간의 위험성은 있는 셈입니다. 그런지라 더욱 안전 위주로 등반하려 노력하구요. 늘 조심하겠습니다^^;
시원한 계곡등반의 모습이네요~시기적으로 약간의 추운감도 듭니다만~^ ^
폭포의 물줄기도,등반팀의 퍼포먼스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대통골은 일전에 산잡지에 소개되어 알게되었습니다..고헌산악회에서 개척하셨군요^ ^
그래도 고헌산이 문복산보다는 조금 더 유명하지 않나요? 현지에선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산의 유람~~도 굉장히 좋은 말씀입니다^ ^
고헌산이나 문복산이나 오십보백보의 처지겠지만 문복산은 고헌산 보다는 여름철엔 다녀가는 이들이 많은 편이겠습니다. 계살피계곡등 좋은 계곡이 있는지라...^^
와우... 폭포 트레킹... 정말 멋지군요...
뭐 저에겐 그림의 떡 같아 보입니다만... ^^
별 것 아닙니다. 비교적 가벼운 코스입니다^^
넘 멋진 트레킹 입니다
저같은 초보도 가능할까요???
안전 장비를 갖추고 진중한 등반을 한다면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폭포 트레킹이군요 시원하고 한번 해볼만하겠네요^^*팬다님 화이팅
가벼운 등반입니더^^ 모모님도 늘 안등하세요~~~
팬다님의 서정적 후기를 부산산악문화전시관에 전시하려합니다. 넒은 혜량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