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학교폭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언어폭력,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등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여러 형태의 폭력이 발생하고 있어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최근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폭력 관련 이슈가 있다. 경찰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과거 학폭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했고, 모 방송국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던
가수 황영웅이 과거 학폭 등 폭행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경연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자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최종 결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폭력 피해자가 입은 상처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와 충격이 더 컸다.
돈으로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는 골프와 자식이라고 한다.
자식 얘기는 함부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고
내 자식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데 남의 자식 얘기라고 쉽게 해서는 안된다.
남의 자식에 대한 비난과 단죄를 하기는 더 어렵다. 나도 부모기 때문이다.
아들만 둘이다. 아들 키우는 엄마는 반 깡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들 키우는 것이 딸 키우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고 신경 쓰는 것이 사실이다. 딸 키우는 엄마들은 딸 키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하겠지만.
두 아들에게 어려서부터 교육하고 당부하는 것 한 가지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마라'이다.
두 아들은 별 탈 없이(?) 잘 자라주었다. 늘 감사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의 일이다. 동네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같은 반 학부모를 만났다.
반장이던 우리 아이를 알고 있었고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OO엄마시죠?"
"네. 안녕하세요?"
"혹시 요즘 OO 이와 몇 명의 아이들이 ** 이를 왕따 시키고 괴롭힌다던데 알고 계세요?"
"네?? 우리 아이가요? 어떻게 했는데요?" (가슴이 벌렁거린다. 대체 아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
그 엄마는 자신의 아이에게 들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네. 저도 아이에게 물어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담임선생님이 따로 전해 준 말도 없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으로 와서 아들을 불러 앉혔다.
엄마가 오늘 이러이러한 얘기를 들었는데 친구에게 이렇게 했냐고 물었다.
아들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냥 장난친 건데. 엄마 왜?"
왕따를 당했다고 지목된 아이는 집 근처에 살았고 그 할머니와 엄마와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
"너는 장난이라지만 당한 친구는 어땠겠어?
** 이는 너무 착해서 친구들이 괴롭혀도 아무 말 못 했을 텐데.."
당장 **이네 가서 사과하자고 아이의 손을 끌었다. 두 손 가득 과자와 음료수를 사들고.
마침 아이와 할머니가 계셨다. 자초지종 얘기를 드리고 아들에게는 사과를 하라고 했다.
"죄송해요. ** 이와 친하게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아, 미안해. 아줌마가 사과할게."
**이와 할머니는 괜찮다고 했다.
"**아. 미안해.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 두 아이는 악수를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아들을 데리고 가서 사과를 시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모른 체 묵인했더라면
아들은 장난이라 생각하고 친구에게 계속 상처를 줬을지 모른다. 잘못된 행동임을 모른체.
'미안합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렵나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자식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것이 부모이고
목숨을 대신 줄 수 있는 것도 부모다.
그러나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죄를 지은 자식을 옹호하는 것이 도를 넘는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내 자식 보호하겠다고 죄를 숨기거나 감싸고 심지어 피해자에게 사과는커녕 위협(?)하는 모습이다.
'저건 아닌데...' 싶은 생각에 안타깝고 화도 난다.
자식의 앞길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본 자식이 우리 부모 멋지다? 고맙다? 부모의 그런 해결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지 반성할까?
아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또 사과시키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자식이 반성도 하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함함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함함하다'는 것은
털이 바늘처럼 꼿꼿한 고슴도치도 제 새끼의 털이 부드럽다고 한다는 말인데
누구나 제 자식은 잘나고 귀여워 보인다는 뜻으로 비유된다.
제 자식이 예쁘면 남의 자식도 예뻐할 줄 알아야 한다. 내 자식만 최고고 남의 자식은 어찌 되는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내 자식의 올바른 성장과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겉으로는 모르겠지만 자식의
마음에는 부모의 그런 모습이 평생 남을 것이고 배울 것이다.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을 찾자.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고 했다.
부모로서 내 뒷모습이 자식에게 어떻게 비칠지 명심하고 행동해야 한다.
폭력은 범죄라는 사실을 잊지말자.
물리적인 폭력이든 언어의 폭력이든 어떤 폭력이든 범죄라는 사실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범죄를 방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태선의 브런치입니다. 전직 직업군인(육군대위 전역),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26년의 직장생활 후 퇴사, 현재는 텃밭 농사를 지으며 자유인으로 살고 있는 중년 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