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지맥 3구간(성주고개-수덕재)**
-.일자 : 2016년 4월 16일
-.코스 : 성주고개-당재-운암산-송곡재-수덕재(18.2km)
-.시간 : 8시간 38분
-.참가 : 김영창,서정근,최동석,김종봉,권연임
새벽 일본 규슈에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난 숙취에 머리가 흔들린다.
새벽녘 비보이님이 흔들림을 감지하고 밤새 잠을 못 들었다고 하니 이젠 지진도 남의 일만이 아님이 실감되는데 순천시내 권에 들어설 때까지도 네비게이션은 수신불량으로 현 위치 조차 못 잡고 베테랑의 김하사님 마저 방향감각을 상실하여 잠시 혼돈을 겪고는 고속도로에 올라탄다.
이런 혼란은 팔영산을 앞두고서 까지도 계속되어 도착한 곳이 성주고개가 아니라 레미콘공장이 있는 당재로 산 하나를 훌쩍 뛰어 넘겨 놓았고 오늘 오후부터는 많은 비가 온다는데 이왕 여기까지 왔는 거 그냥 여기서부터 시작해 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스친다.
이 짓을 하는 이유야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인 만큼 그럴리야 없지만 어쨌든 유혹을 잘 넘기고 빽을 하여 성주고개에 안착하니 하늘금을 긋고 있는 팔영산의 자태가 사뭇 웅장하다.
왜 팔영산의 저런 명산이 기맥에서 외 떨어졌을까 하는 것도 잠시 차라리 저곳을 가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들어선 초입은 정치망 안으로 고기를 끌어 들이듯 우릴 끌어 들어 통신탑까지 올려 놓고는 갇힌 물고기를 도륙하듯 잡목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며 찌르고, 옷가지를 붙잡고 늘어지고, 벌목되어 방치된 나무들은 지뢰처럼 발을 공략한다.
융단폭격의 자리에도 꽃은 피는 법, 화사한 진달래는 마음의 황폐함을 방지하여 주고 또 모가지가 꺾인 고사리가 처연함을 안겨주는 등로다.
올챙이님이 표지기를 장만하였다.
여지것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많은 도움뿐만이 아니라 의지까지 하게 되었는데 우리도 후답자 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함이 배어든다.
우르르 쿵쾅하는 레미콘 공장의 소음이 신경을 자극하고 앞에 경사면이 절개된 채석장을 보면서도 길은 곧바로 내려서질 않고 우측으로 휘어 돌아 차로 잘못 진입했었던 2차선의 당재에 내려선다.
1.8km의 거리에 비해 잡목으로 진행속도가 늦어 한 시간이 소요 되었고 정신마저 산란해졌는데 도로 건너로 연결된 등로가 잡목에 가려 은폐되어 버렸다.
어차피 이 채석장으로 인해 마루금이 절단되어 이곳으로 올라가도 다시금 채석장의 절개지를 또 한번 올라야 하기에 232봉을 삭제한다.
마루금으로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어차피 이 체석장이 절단해 놓았기에 채석장 깊숙이 들어가면야 중간부분이 되어 한결 편하겠지만 안전의식으로 중무장된 우리들이 안전보호구 없이 그것도 남의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날등을 붙잡고 마루금에 접속하고자 한다.
아~~ 그러나 이곳에서 우리들이 여지것 말해온 개척산행은 허구였다는 것을 체험한다..
아무런 저항 없이 세력을 확장한 나무들, 채석장이 다 그러하듯 깔린 잔돌들과 철조망 같은 가시목은 그렇다 치고 어쩔 수 없이 이를 피해 기어 나온 절개면은 아득한 절벽이 되어 공포감을 안긴다.
바위손이 돋아난 바위는 그나마 낫다.
된비알을 올라 터질듯한 맥동을 잠시 진정시키는 사이 살갓에 돋는 이 물방울이 땀인지 빗물인지 분간키 어려운데 바위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비다.
뒤돌아 본 팔영산은 고산준령처럼 운해에 가려 존재를 숨겼고 시커멓게 띠를 이룬 지평선은 곧 쏘나기를 퍼 부을 것 같아 쉼 초자도 앗아간다.
당재에서 232봉을 휘어 돌아온 마루금과 접속하면서부터는 그 편안함에 우리가 그 동안 우씨를 뇌까렸던 가시덤불들은 호사였음을 체감한다.
이제부턴 흔적만 있어도 제대로 된 마루금이면 탓하지 않기로 했는데 의외로 등로는 좋고 312봉은 바위지역으로 조망도 좋아 대지를 흩고 온 상큼한 바람이 이제 것의 악전고투를 모조리 날리어 버린다.
어쩜 이런 단순함이 매번 이런 지맥길로 끌여 들었음이랴...
음마야
길이 갑자기 너무도 호사스러워져 버렸다.
암반의 오름 짓이 좀 고되더니 388.9봉의 팻말이 걸려 있고 삼각점이 있다.
앉을 자릴 살필 만큼 고사리가 지천이나 물욕은 우릴 고단함으로 내모는 거간꾼임을 익히 알고 있기에 오동통함 속의 미각만 챙긴다.
시험이라도 하듯 직진길이 훤하다.
지도도 또 GPS도 없이 길라잡이를 하고 있는 몰빵이 감각적으로 우측으로 틀어 마루금을 이어간다.
앞에 봉암재가 있기에 내림길이 급한 건 당연한데 잔돌들까지 많아 이중고다.
봉암재의 임도에 양탄자처럼 파랗게 돋아난 잔디가 우릴 붙잡는다.
앞에는 오늘의 최고봉인 운암산과 4백고지대의 전위봉들이 줄줄이 있는데도 쉼을 한 김에 아예 한잔씩 하고 가자는데 이건 테마산행 내내 한번도 없던 형태다.
아마도 체석장의 절개지가 담대함을 키웠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어쨌든 먹고 노는 건 좋은 거다.
비보이님이 배낭에 넣어온 캔맥주가 해장술이 되어 새날의 술시가 시작된다.
하늘이 점차로 검어지고 있고 다리는 풀려서 일어나기 싫고, 에고 술은 마시고 나면 항상 후회막급이다.
오름 길에서의 거친 호흡 속에서 알콜이 휘발됨을 느낀다.
금방 마시고 힘들게 또 금방 뺄 것을 왜 마셨는지 참 미련한 게 사람만한 동물이 없어 보인다.
점점 두륜산이나 월출산같이 남도의 암산을 닮아가는 형상이고 탁 트인 조망 속에 펼쳐진 신록의 산비탈은 어떤 화사한 꽃밭보다 아름다운 색체를 띄고 있어 발걸음이 절로 멈춰진다.
물감을 아무렇게나 덧칠한 듯 하면서도 어린 아이의 피부처럼 보드랍고 가날퍼 보이는 연초록의 산하는 그 속으로 풍덩 뛰어 들고플 만큼 매혹적이다.
기고 휘어 돌고 봉춤을 추는 길이 계속되어진다.
이러니 요가에 에어로빅은 기본이고 가끔씩 조폭처럼 무대뽀로 나무와 막짱을 뜨는 다이나믹한 등로도 바위지역을 만나면 언제 그랬냔 듯 싹 모습을 바뀌어 공기호흡기로 인명을 살려 내듯 가슴에 상쾌함을 불어 넣는다.
고도도 400고지대를 유지하면서 비행기가 안정고도를 잡듯 평온해졌고 물감을 대충 덧칠한듯한 산하는 역동적인 생명감과 경이로움으로 심성을 뭉클하게 자극한다.
무대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안개처럼 초록의 산하에 구름이 산능을 넘나들며 몽환적으로 만들고 또 벗겨지길 반복하며 산꾼들을 몰아붙여 쉬이 운암산에 올라선다.
선답자들에 의하면 여기서부턴 등로가 고속도로 수준이라 했다.
최고봉도 찍었겠다 점심에 정상주를 겸하고 있는데 하수상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돋는 게 제법 굵다.
이것도 고산이라고 추위도 금방 몰려와 김밥조차도 제대로 먹질 못하고 배낭커버만을 씌운 체 산길을 내달리는데 속도가 비를 이겨냈다.
의자의 쉼터가 있는 병풍바위에서의 시원한 바람은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하다.
땀은 말리고 노폐물은 배출하여 조금은 개운해진 상태로 정자가 있는 쉼터의 중섯재 임도에 내려서는데 쉼을 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무척이나 평온해 보인다.
김하사님은 빽을 해서까지 나은 김밥을 안기고 오는 오지랖을 보이고 꼬리가 없는 올챙이님의 엉덩이를 절로 씰룩거리게 만드는 산길은 너무너무나 지속되어 되러 우릴 불안으로 몰아 넣고 있다.
이때 호사다마를 생각한다면 입산에서 배운 게 있다는 것인가?
아무튼 앞에 보이는 산을 놔두고서 둘레길처럼 산허리를 삥 돌더니 산림욕장길과 접속하면서 우려함이 현실이 된다.
항시 내려가면 올라감을 염두하고 올라갔으면 내려감을 생각해야 함이다.
산림욕장길을 따라 산리욕을하며 씩씩거리고 올라가니 238봉에 의자의 쉼터가 있고 지맥길로는 사람이 전혀 오간 흔적이 없는데도 표지기가 달려 있어 저들은 어떻께 진행해 왔었는지 의구심이 있다.
바위전망대에서 박지성공설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
수많은 산꾼들 또한 명성을 얻기 위해서 고산준령들을 오르지만 대중적이 진 못한데 조례를 개정할 만큼 인지도를 형성했으니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산길이 다시금 거칠어졌다.
나무에 부딪히면 꽃가루를 쏟아내고 소나무를 스치면 잔뜩 부풀어 있었던 송화가루가 융단폭격을 퍼 붓는 길이다.
2차선 포장로인 운곡재에 내려선다.
김하사님은 이곳이 송곳재라고 빡빡 우기고 올챙이와 몰빵님도 이에 동조한다.
나도 이곳이 송곳재였음 정말 좋겠다.
허나 아닌걸 아니라고 말했음에도 단체오류에 희생양으로 머리를 쥐어 박혀야 했는데 이는 그동안에 밀림을 헤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이에 거리감각을 상실도 했거니와 또 이곳이 버젓이 포장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철쭉꽃과 고사리가 싹 사라졌는데 음지식물인 고비가 고사리를 대신하고 있고 다시금 몸풀기와 장애물 넘기가 이어진다.
기대치가 사라졌으니 오름길이 조용하다.
건강관리에 이상징조가 있는 올챙이님의 잔기침소리만이 생명체란 것을 말해줄 뿐 김하사님의 농담조차도 싹 사라진 침묵의 길이다.
나뭇가지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4차선도로인 송곡재를 코앞에다 두고서 어째 도로를 횡단하는 송곡육교를 놓쳐버리고 개집으로 내려서서 철망에 갇혀 버린다.
철조망에 갇히다 보니 다시 되올라가 육교를 건너기에는 때를 놓쳐 버렸고 굴다리를 건너 통신탑이 우뚝한 주월산을 목표로 잡는다.
아무리 그래도 주월산으로 꾸불꾸불 올라가는 도로는 양심이 허락치 않고 중간의 안부를 파고들어 쌩 고생을 하며 주월산직전의 갈림길에 오른다.
주월산이야 지척에 있지만 서도 어차피 가지 않을 작정이라 송신탑만을 바라보며 쉼을 하는 사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제법 굵더니 우두둑 쏟아져 급히 비옷을 챙겨 입는다.
그 동안 김하사님의 방풍의가 찢어질 만큼 성가셨던 잡목지는 사라져서 비옷의 찢어짐은 방지하였고 모처럼 속도도 붙는다.
군참호가 나오고 군용어들이 있어 우리가 군훈련지의 혜택을 받은듯한데 좌측으로는 군부대가 내려다 보인다.
대곡재는 오름길이 우려됐지만 둘레길처럼 산비탈을 타고 가 느낌상 이러다 샛길로 빠질 것 같단 불안한 우려는 우려로 그치지 않고 언제나 현실이 된다.
잘못 들었으면 다시금 수정하면 된다.
정상부는 철망으로 둘러쳐진 케비넷이 지키고 있다.
이젠 막바지라 이래저래 상관이 없는데 암반지역이 멋찐 조망을 선사한다.
푸르름도 좋지만 굽이치는 저 산능들을 넘고 넘어 고흥읍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까지 왔음에 뿌듯함이 있다.
빗방울이 굵어져 조금이나마 희생을 줄이려고 각개전투로 산개하여 851번 국도인 수덕재에 안착한다.
수덕재의 폐가는 우리들을 보호하는 방공호가 되어 천둥 벼락과 쏘나기를 막아주는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오늘 장맛비에 버금가는 큰 비가 예보되어 우려됨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큰비는 피했고 차량회수 차 택시를 타는데도 만폐는 줄였지만 짧은 거리였음에도 오르내림의 반복과 성장해버린 잡목들 그리고 그 넘의 채석장 때문에 체력손실이 많은 구간이었다.
첫댓글 이날 비가오기로 약속이 되었는데 산행 종료 후 내림.
5분 정말 수고 많았어요
항상건강하세요
맛깔나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힘든 산행하고 산행기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깜님 알라뷰~~
현장감있는 산행기 잘 읽었어 깜님
항상 감사해요.
누군가가 떠밀어서 산행을 시켰음 ....ㅋㅋ
그저~~ 좋아서 걷고 ...땀 흘리지여
후기 감사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