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서울 친구집에 갔을 때 이영화가 정말 좋다며 늦은 밤 거실에서 틀어 보여 줬다.
영화 가득 채색되어 지나가는 거리와 차들을 보고 친구는 "정말 자유롭다. 아름답다.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일상이 묻어 있다"잠시도 쉬지않고 칭찬을 했다.
난 건성으로 응...응..하며 휙휙 지나는 거리 풍경, 늙은 가수들의 투박한 노래, 악기들의 파티를 쳐다 볼 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님 긴 시간 버스를 타고 온 피로 때문인지? 영화는 웅웅 거렸지만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고 그냥 잠이 들은 것 같다.
어쩌다 우연히 최근에 다시 보게 되었고 아! 정말 좋은 영화구나.
친구가 침 튀기며 핏대 올려 설명을 하던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나도 저들처럼 늙어 가고 있다.
지나 온 삶들이 찾아 주지 않았고 ,환영 받지도 못했고, 빛이 난 적도 없지만, 순간 순간이 녹았다.
눈에서 귀로 .귀에서 입으로 늘 흥얼거리며 시간을 , 공간을 만들고 입히며 지나가고 있으니까.......
카네기홀에 초대 받아 어리둥절해하며 좋아하고 . 아름다운 뉴욕 밤거리를 아내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며 아쉬워 한다.
공연 하는날 , 많은 관중들은 1.2.3.층을 가득 채우고 쿠바에서 온 이들을 뜨겁게 환영한다.
주름진 얼굴로 두 눈 가득 빛을 뿜어 내며 부르던 가수들의 애잔한 하모니.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혼신을 다해 연주하며 즐기던 백발의 연주자들이 그시간 의 찬란한 별이었다.
어떤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 화려한, 숭고한 별이었다.
영화를 다보고 고요해지며 눈시울이 달아 오르던 순간 시가.... 쏟아졌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그룹 영화를 보고
난 흰 옷을 입은 소녀라네
뜨거운 태양이 보고 싶어
마이크를 손에 움켜쥐고
빨간엉덩이를 흔들며
박수를 먹고 끊임없이 입술을 빤다네
손가락을 머리카락사이로 집어 넣고
커지고 있는 하얀 젖을 두드리며
채워지지 않는 숨결을 토해내어
끝나지 않은 기타 선율에
눈을 감고 부르르 뽀르르 삐르르
난 흰 옷을 잊지 못하는 소녀였다우.
첫댓글 빔 벤더스의 로드 무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