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야외활동을 줄이고 주로 실내에서 지내왔다. 아파트19층에서 빌라1층으로 이사오면서 너무나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파트 거실에서 매일 관악산을 마주 보며 지냈고 비가 온 다음 날이나 날씨가 맑은 날은 관악산이 무척 선명하고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이고 밤이면 초생달부터 보름달. 그믐달로 달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보며 지냈고 휘황찬란한 서울야경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지내왔다. 그리고 아침에는 해가 뜨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보니 거실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앞 집 담벼락이 고작이다. 건물과 건물사이의 이격거리도 작아 밤에는 앞 집에서 불을 켜고 끄는 것도 다 알 수가 있다. 평상시에 누리던 것을 다 잃고 나서야 비로써 그 고마움을 느끼다니 인간이란 참으로 우매한 것인가 보다. 아마 건강도 무척 소중한 것인데도 평상시에는 모르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그 때서야 비로서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는 것과 같다. 단열도 아파트만 못하고 베란다도 좁아지고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감수해야지 별 수가 없다.
대전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산 성심당 빵과 뜨거운 온수를 준비해 대림역으로 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른 시간인데도 지하철에는 승객이 꽤 많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06:50 사창리행버스를 타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승객이 제법 있었고 이른 시간이라 차가 비교적 잘 빠진다. 가다가 차안에서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인터넷에는 이동까지 1시간30분 걸린다고 하는데 1시간18분 걸렸다. 버스에서 내리는 등산객은 나 혼자다. 토요일이라 1~2명쯤 있을 줄 알았는데.. 버스매표소에서 국망봉 등산로를 물어 보는데 걷기에는 너무 멀다며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한다. 설명을 해주는데 설명이 너무 길어서 가다가 또 물어 볼 생각으로 가다보니 갈림길이 너무 많이 나오고 추우니 행인도 보이지를 않았다. 마침 연탄불을 갈러 나오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물어보니 이사온 지 얼마 안되어서 잘 모른단다. 참 난감하다.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물건을 싣고있는 트럭이 보여서 쫒아가는데 그만 출발하며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트럭이 서있던 집으로 무작정 들어가 방문을 두드리니 할머니가 나오길래 장암저수지를 물으니 방향을 알려주신다.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드리고 하천변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가다가 펜션 앞에서 눈을 치우고 있는 분을 만나 국망봉 가는 길을 물어보니 구름에 덮힌 산을 가리키며 정상은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가다가 힘들면 그냥 내려 올거라고 대답을 해준다. 가다보면 돈 받는 매표소도 있단다. 인터넷에 보니 사유지를 지난다며 2천원을 받는데 주차장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데 문제가 많다고 한다. 가다가 등산안내도 뒷편으로 난 비포장의 등산로로 갔더니 눈 덮인 바위투성이의 계곡을 건너고 나니 제2등산로가 나타난다. 다행히 돈을 받는 매표소를 우회해서 왔나 보다. 등산로는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고 등산로 옆의 밧줄을 잡고서 꾸준히 오른다. 장갑,귀덮는 등산모, 두꺼운 양말 등으로 추위는 별로 느낄 수 없고 단지 힘이 들뿐이다. 밧줄을 당기면서 올라가니 상당히 도움이 된다. 왼쪽으로 나무 사이사이로 멀리 높은 산봉우리들이 이어져 있었다. 정상을 1.5km정도를 앞두고서 기온이 떨어지며 상고대가 나타난다. 나무잎이나 가는 줄기, 등산로의 밧줄에도 서리가 하얗게 생기면서 마치 눈이 덮힌 것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핸드폰으로 사진만 찍으면 핸드폰이 먹통이 된다. 가면서 몇 번을 시도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배터리가 제로로 나타나기도 하고 서비스 불가로 표시되기도 한다. 국망봉대피소가 나타나 안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켜니 작동이 되고 메모도 되는데 밖에 나와 사진을 찍으면 또 핸드폰이 꺼진다. 상고대 장관을 오랜만에 보는데 지리산과 한라산에서 본 상고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사진을 한 장도 찍을 수 없다니..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눈이 너무 많고 미끄러워서 아이젠이 없이는 갈 수가 없어 배낭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아이젠을 착용하니 훨씬 나았다. 진작에 꺼낼껄.. 드디어 국망봉 정상1168.1m에 오르니 시야가 확트여 사방이 다 잘 보인다. 햇볕도 활짝 났다. 왠일인지 핸드폰이 작동이 되고 사진도 찍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참으로 다행이다. 정상석도 찍고 상고대가 핀 나무도 찍어보고 셀카도 찍어본다. 정상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는데 마침 젊은 등산객이 올라와서 반가움에 달려가 사진을 부탁한다.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에서 만난 등산객인데 의정부에서 왔단다. 내가 신로령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자기가 신로령에서 오는 길인데 너무 멀다고 하면서 왔던 길로 하산하라고 한다. 그 사람이 눈 위에 자리를 깔며 먹을 준비를 해서 나는 그냥 신로령으로 향한다. 사람 하나 없는 산에서 등산객을 만나면 마치 가족을 만난듯이 반갑다. 올라 올 때 왼 쪽으로 보이던 산봉우리였다. 신로령 방향은 오르락 내리락 능선을 따라 가는 길로 상고대가 많이 피어 있어서 올라 올 때 못 찍은 사진을 찍는다. 가끔씩 나무 위의 상고대에서 쏟아지는 눈덩이와 눈가루를 뒤집어 쓰기도 한다. 신로령 근처의 커다란 바위 밑에 눈이 없길래 그 곳으로 들어가서 점심으로 빵을 먹는다. 뜨거운 물을 마시니 추위가 가신다. 내리막 길이라 힘은 들지 않지만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한다. 눈 위에서 한 번 넘어지기도 했으나 눈위라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자연휴양림을 거쳐 장암저수지를 지나니 문제의 매표소가 나타나는데 다행히 사람이 없어서 무사히 통과했다. 이동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정상에서 만났던 등산객을 다시 만났다. 버스가 서울근처에 오니 정체가 되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오늘 평상시 별로 접할 기회가 없던 눈을 하루종일 밟고 다녔고 멋진 상고대 구경도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