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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징검다리] 10년 보금자리 잃은 정례 아줌마 | ||
두 딸에게 희망 주고 싶은데… | ||
컨테이너 집 헐려 갈 곳 잃어 청각·다리장애에 시련 겹쳐 | ||
이 자연마을에는 염소, 오리고기 음식점이 들어서기 전부터 집안대대로 이어져 살아온 가족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에 오래 사신 분들은 한결같이 "여기를 떠나서는 못살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보통 사람과 다르게 손가락 언어로 자기의 의사를 표시하는 얼굴이 까만 아줌마 한 분이 계십니다. 입으로 말은 못하지만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며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정례 아줌마(45세·가명)는 어릴 적부터 양쪽 귀가 들리지 않은데다 소아마비로 다리까지 불편한 장애를 가졌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바깥 출입도 거의 하지 못한 채 이제껏 집안에서만 살아왔습니다.
정례 아줌마는 같은 마을에 살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뒤 두 딸을 낳았지만 남편은 작은 딸이 세 살되던 해 돌아오지 못할 먼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이후 어린 두 딸과 친정집에서 잠시 지내다 마을의 비어있는 땅에 주인의 동의를 얻어 무허가 컨테이너 집을 짓고 지금까지 10년을 넘게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정례 아줌마는 근로능력 없이 생계비 지원만으로 어렵게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은 행복한 기억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례 아줌마가 살던 마을에 무허가 집에 대한 철거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힘들었지만 세 가족의 보금자리로 가족간의 정을 느끼게 해줬던 컨테이너 집이었습니다. 집이 무너져 내리던 날, 정례 아줌마의 표정도 무너지고 10년 동안의 흔적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지금 아줌마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불편합니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두 딸이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지만 있을 곳이 마땅하지 않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동생의 집에서 임시로 거처를 정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어린 두 딸에게 힘없이 무너져 내린 집과 초라한 엄마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례 아줌마는 오늘도 온 몸으로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지만 높고 푸른 하늘은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우수진·부산 금정구 금성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519-4918. △지난 7일자 춘길씨 이야기 41명의 후원자 136만7천640원.
# 이렇게 됐습니다 △2007년 12월 17일자 형선씨 이야기 사랑의 징검다리를 통해 모금된 143만원은 형선씨에게 전달돼 남편의 병원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당시 남편은 아내와 자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많이 호전돼 자녀들도 알아보고 혼자서 병실에서 거동도 가능할 만큼 회복됐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상태를 지켜봐야 하며 치료기간도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따뜻한 사랑으로 행복해졌다는 형선씨는 두 자녀와 도와주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