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는데 눈에 띄는 제목의 파일이 있어 보니 일본작가 미우라 아야꼬(三浦陵子)의 글이네요.
제 나이 20대 초반 때 몸이 아파 군대도 못가고, 딱히 할일도 없던 시절에 열심히 읽으며 힘을 얻었던 책이 미우라 아야꼬의 책들이었습니다. '이 질그릇에도', '빙점' 등의 저서들을 통해서 일본의 시골구석에서 기독인으로 차분하게 살아가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스한 격려의 글을 띄워 보내던 그의 생애가 기억나게 하네요.
울지 않는 바이올린
미우라 아야꼬 (일본 여류작가)
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를 다룰줄 아세요?”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어머나, 바이올린을요, 그런데 왜 그만두셨어요?”
“결혼 당시 아내에게서 핀잔을 받았어요. 제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진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하더군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지요.”
그날 밤 그의 말은 내 가슴에 와 닿아 쉽게 떠나가지 않았다.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그 후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니... 내 남편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궁금해진 나는 그날 저녁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아니야,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야.”라고 부드럽게 말해주는 게 아닌가.
나는 결혼하여 지내는 동안 남편을 경멸하거나 미워했던 적이 결코 없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이었기에 오히려 칭찬 한 마디를 해도 분명하게 내뱉는 편이었다. “당신의 노래 솜씨가 멋지니까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하거나, 남편이 노래를 부를 때면 열정적으로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고, 슬픈 노래를 부를 때엔 눈물을 흘리며 듣곤 했다.
아내 때문에 바이올린을 켜지 못했던 그는 한참 훌륭한 노래를 마치고도 자신의 집에서는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노래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아들은 제가 노래하는 걸 싫어해요. 한번은 너무 시끄럽다고 소리를 치더군요.”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 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는 들어주지 않을까. 설사 자기의 남편이 목소리가 별로이고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내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이렇듯 가정이란 별 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 자랑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핀잔의 말들로 남편을 외롭고 주눅 들게 만들어,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씩 더 보태면 가정에 무슨 좋은 보탬이 되겠는가?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해 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 내 마음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
첫댓글 울지않는 바이올린... 제가 꼭 적용해봐야 할 말이군요.
가족들에게 서로가 사랑의 공급자이길 소망함다.
울지않는 첼로룰 울게 해주는 사람 듣기 싫은 소리도 참아줄 줄 아는 그대는 금쪽이, 그대의 '학교이 땡땡땡'피아노 연주를 귀기울이며 들어주는 나는 '키다리야'
제가 누군가에게 울지않는 바이올린을 만든건 아닌가 조심스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