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곱든고개 가는 길
어제는 어스름
눈물 젖어 따라오더니
오늘은 금방 수줍은 웃음
머금고 앞장선다
--- 고정애, 「초승달」
▶ 산행일시 : 2010년 12월 11일(토), 맑음, 바람
▶ 산행인원 : 8명(버들, 배대인, 드류, 대간거사, 감악산, 메아리, 신가이버, 상고대)
▶ 산행시간 : 9시간(휴식, 점심, 이동시간 모두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9.6㎞(1부 7.1㎞, 2부 12.5㎞)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27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7 : 50 - 용인시 백암면 장평리(長坪里), 조천사(朝天寺) 주차장, 산행시작
08 : 07 - 조비산(鳥飛山, △295m)
08 : 30 - 도로, 이정표(구봉산 6.17㎞, 조비산 0.93㎞), 왼쪽은 황새울
08 : 55 - 정배산(鼎陪山, △279.9m)
09 : 38 - 한남정맥 진입
09 : 47 - 달기봉(419m)
10 : 25 - ┬자 능선 진입, 구봉산(九峰山, 469m), 이정표(구봉산 0.9㎞)
11 : 10 ~ 12 : 05 - 벼루모퉁이, 1부 산행종료, 점심식사, 경수사(鏡岫寺)로 이동
12 : 40 - 경수산(鏡水山, △331.3m)
13 : 30 - 304m봉
14 : 20 - 쌍령산(雙嶺山, 502m)
15 : 05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미리내성지 가는 길
15 : 30 - 임도, 바사리고개
16 : 10 - 문수봉(文殊峰, △404.8m)
16 : 50 - 용인시 원삼면 사암리(沙岩里), 곱든고개, 산행종료
20 : 4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조천사(朝天寺)와 조비산(鳥飛山)
▶ 조비산(鳥飛山, △295m)
용인의 산이라, 주로 강원도 오지로 원행하던 것과는 달리 서울에서 가깝고 산의 표고 또한
500m를 밑도니(쌍령산이 502m로 가장 높다) 여태 기름진 육식에 질린 나머지 가벼운 채식
찾는 격이다.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장평교 건너 조천사 입구에서 용인에 사시는 배대인 님
을 만나 조천사로 들어간다. 오케이사다리 산행 이래 한때 세월 모르고 함께 열심히 발맞추던
배대인 님이다. 옛적 일. 그립고 반갑다.
조천사 주차장. 용인시에서 커다란 ‘조비산 등산로 안내도’를 설치해 놓았다. 부기한 조비산
(鳥飛山) 이야기가 재미있다. ‘구봉산(461m)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마침표를 찍는 조비산
(296m)은 용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산이다. 넓은 들판에 홀로 솟은 모양이 고고하며, 갖가지
기암으로 산행이 즐겁다.
조선시대 초기에 태조가 도읍을 서울로 옮길 때 지금의 삼각산 자리에 산이 없자 보기 좋은
산을 옮겨놓은 자에게 상을 내린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고 한 장수가 조비산을 서울로
옮겨 가는 도중 이미 누군가가 삼각산을 옮겨 놓았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나 지금의 장소에
내려놓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조정에서는 불경한 산이라 하여 조폐산, 역적산이라고 불
렀다고 한다.’
한편, 국토지리정보원은 ‘새가 날아가는 형상 같다 하여 조비산이라 부른다 하며 산향(山向)
이 한양도(漢陽都)를 등지고 있다 하여 역적산 즉 적비산이라 부른다. 족비(조비)는 적비의 변
화 음이다.’고 소개한다.
조천사는 일주문이 없는 조그마한 절이다. 적적하기 절간 같다더니 과연 그렇다. 대웅전에 써
붙인 주련(柱聯)은 계룡산 동학사 대웅전의 주련 글귀와 같다.
佛身普遍十方中(부처님 몸은 보편하사 시방세계에 두루 계시네)
三世如來一切同(삼세의 부처님들도 모두 이와 한가지라네.)
廣大願雲恒不盡(넓고 큰 원력의 구름은 항상 다함이 없구나)
汪洋覺海妙難窮(망망한 바다 같은 깨달음은 신묘하여 다함이 없네)
조천사 대웅전 뒤로 조비산이 석화로 피었다. 조비산 남쪽 사면은 드러난 바위 절벽이고 잡목
섞인 북쪽 사면으로 등로가 뚫려있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오른다. 잔설 희끗한 사면 돌다가
밧줄 잡고 데크 계단 오르면 암릉인 주릉이다. 조비산 정상. 암반 위에 너른 데크 광장을 설치
하였다. 사방 장평이라 천하경점이겠는데 오늘 아침은 황사가 심하여 침침하기만 하다.
조비산 정점에 세운 정상 표지석은 멋 부렸다. 삼각점은 낡아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그리
세게 부는 바람이 아니지만 그 끝은 예리하다. 잠시 서성이다 내린다. 슬랩에 밧줄 매달았다.
밧줄 잡고 뒤로 돌아 엉덩이를 최대한 내밀고 무릎은 펴고 허리는 구부리되 가볍게 반동 주어
가며 내린다.
2. 조비산 정상
▶ 정배산(鼎陪山, △279.9m), 달기봉(419m), 구봉산(九峰山, 469m)
아무려면 어떠랴 함부로 일로직진 하여 잡석 깔린 사면 휘저어 내리다가 희미한 마루금 잡는
다. 길 좋다. 오솔길이다. 야트막한 구릉 오르내린다. 안부인 도로 건너 정배산을 향한다. 저
아래 한옥마을이 용인문화동산이다. MBC 드라마 ‘신돈’ 촬영지이기도 하다. 정배산이 금방
이다. 대구 화랑산악회 김문암 씨가 달아놓은 정상 표지판 있는 데서 100m는 더 가야 정배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안성 440, 1983 재설.
대간거사 님과 신가이버 님이 조비산 내릴 때 마루금 벗어나 헤적이더니 오래도록 보이지 않
는다. 한참동안 기다려준다. 과메기와 치킨 안주한 복분자주와 탁주가 바닥보일 때쯤 나타난
다. 반계 유형원(磻溪 柳馨遠 1622∼1673) 선생의 묘소를 찾는다고 엉뚱한 곳을 헤매다 왔다.
선생의 묘소는 마루금을 중심으로 정배산 오기 전 왼쪽 지능선에 있다는데 애먼 오른쪽 사면
만 훑어 전주이씨 안양공파(?) 묘소를 보고 왔단다.
왼쪽 사면 가까이 용인골프장이 한산하다. 오솔길 느릿느릿 걸어 가현치 넘어 온 한남정맥 길
에 든다. 한차례 바짝 오르면 나무숲 두른 달기봉 정상이다. 잔설 깔린 북사면을 뚝뚝 떨어져
내리다 잠잠한 것은 잠깐 두무재에서 석술암산과 구봉산 아홉 봉우리 일구며 벼루모퉁이로
병풍처럼 펼친 산릉 앞에 다가간다.
통나무계단 101개와 굵은 밧줄로 ┬자 갈림길인 구봉산(469m)을 오른다. 구봉산 정상 위치가
애매하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와 용인시에서 설치한 이정표에는 여기서 0.9㎞ 떨어진
461m봉을 구봉산 정상이라 하고, 랜덤도엽은 456.5m봉을, 영진도엽은 여기 469m봉을 정상
이라 표시하고 있다. 구봉산의 실제 봉우리 개수는 9개가 넘는다. 여러 일행이 확인한 바로는
13개다. 아마 많은 수를 표현하고자 9를 썼을 것.
한남정맥은 구봉산 넘어 두창리고개 지나 문수봉으로 가고, 우리는 그 반대편인 벼루모퉁이
로 간다. 능선에 부는 바람은 여전히 차다. 구봉산 연봉 끝자락에서 실족한다. 되돌지 않고 내
쳐간다. 임도 나오고 무덤 지나 생사면 지치다가 채석장 운영했던 신공토건(주) 뒤로 내린다.
57번 도로에 인접한 문 닫힌 신공토건(주) 앞에서 점심자리 편다.
3. 배대인 님
4. 경수사에서
5. 경수산 내린 쉼터
6. 구봉산
▶ 경수산(鏡水山, △331.3m), 쌍령산(雙嶺山, 502m)
산이 수월하다면 내 몸을 고달프게 하여서라도 힘든 산으로 만든다. 대간거사 님의 지론일
터. 님의 점심 반주가 여느 때와 다르게 세다. 목신천을 경수교로 건너고 경수사로 들어간다.
일주문은 없지만 대찰이다. 경수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수사는 경수산(鏡水山)과는 鏡岫寺로
쓴다. ‘岫’는 ‘산에 있는 암혈’이란 뜻의 ‘수’다. 하긴 경수사 절집이 그러하다.
대웅전이 두 개다. 뒤에 있는 고색창연한 대웅전을 원래의 것으로 여긴다. 대웅전의 이 주련
도 뭇 절에서 보는 글귀다.
佛身充滿於法界(부처님 몸 법계에 가득하니)
普現一切衆生前(모든 중생 앞에 나타나시니)
隨緣赴感靡不周(인연 따라 가지 않은 데 없지만)
而恒處此菩提座(이 보리좌에 항상 계시네)
대웅전 오른쪽 산기슭으로 냅다 올려친다. 수북이 쌓인 낙엽에 푹푹 빠진다. 능선에 들자 인
적이 뚜렷하다. 765,000볼트라는 대형송전탑을 지난다. 철탑 세우느라 낸 임도가 봉봉을 돌
아 넘지만 우리는 오로지 직등한다. 사실 임도가 그런 줄 몰라서다. 경수산 정상 위치도 애매
하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는 327m봉을, 영진도엽은 그 뒤 Y자 분기봉인 326m봉을, 랜덤
도엽은 326m봉에서 왼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삼각점이 있는 △331.3m봉을 정상으로 표
시하고 있다.
나만 랜덤도엽을 갖고 있어 나 혼자 경수산 정상을 다니러간다. 삼각점은 안성 444, 1987 재
설. 낡은 판자의 정상 표지판을 돌 몇 개가 받치고 있다. 경수산의 경수(鏡水)는 고삼저수지의
물에서 비롯하였을 성싶다. 나뭇가지 제쳐 호수로 보이는 고삼저수지와 그 주변의 풍치가 그
만이다.
걷기 좋은 숲속 오솔길이 이어진다. 선두는 보이지 않게 멀리 가버렸고, 대간거사 님은 맨 뒤
로 힘들게 간다. 304m봉 넘고 산간고개 지나 쌍령산 품에 든다. ‘嶺’은 흔히 재나 고개를 뜻하
지만 드물게 ‘산봉우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쌍령산이 그렇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는 듯
한 봉우리다. 어쩌면 雙鈴山이 더 적확할 것 같다. 영락없이 도립한 쌍령(雙鈴)의 모양이므로.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또각또각 오르다 왼쪽 사면으로 산모롱이 직전까지 돌다 인적 버
리고 확 올려친다. 거의 수직사면이다. 잡목이 없다면 한걸음도 버티지 못할 경사다. 이런 때
우리는 ‘짭짤하다’고 한다. 비로소 산에 가는 것 같다. 쌍령 중 오른쪽 봉우리 정상 가까워서
왼쪽 사면에서 밧줄 잡고 오는 등로와 만난다.
├자 갈림길 얕은 안부 지나고 북사면 눈길을 밧줄 잡고 살짝 올라 너른 헬기장인 쌍령산 정
상에 선다. 커다란 자연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추워서라도 오래 머물 수 없어 내린다. 완만
한 능선이다. 얼음 섞인 눈길에서 낙상할라 사면으로 비켜간다. 자주 송전철탑 밑을 지난다.
419m봉 내리는 길에서 왼쪽 골짜기에 보이는 이색적인 건물이 천주교미리내성지라고 한다.
가깝다.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미리내성지로 가는 길이다. 등로는 더욱 탄탄하다. 더덕 없어 아주
줄달음하는 메아리 님 뒤쫓기 바쁘다. △407.9m봉을 훌쩍 넘는다. 삼각점은 안성 446, 1987
재설. Y자 능선 분기봉 내려 임도. 바사리고개를 딱히 짚어내지 못하겠다.
7. 쌍령산
8. 쌍령산 내리면서
9. 바사리고개
▶ 문수봉(文殊峰, △403.2m)
임도가 마루금 비켜 산허리 도는 지점에 문수산 등산 안내도가 있다. 용인시에서 등산로를 개
설하였다. 통나무계단으로 오른다. 등로는 한국석유공사 용인지사의 엄중한 철조망을 크게
돈다. 359m봉을 직등하는 이는 신가이버 님뿐. 다 왼쪽 사면으로 질러간다. 안부에서 멈칫하
다 높은 통나무계단을 기합 넣어 오른다.
한 피치 오름의 끝이 문수봉 정상이다. 삼각점은 어렵게 판독하여 448 재설, 78.3 건설부. 너
른 공터에 운동기구와 정자가 있고 정상 표지석도 번듯하다. 매봉재 쪽으로 200m 더 가면 마
애보살상이 있다고 한다. 쉬느니 뵈러간다. 나 혼자다. 이런, 가파른 사면을 목재계단으로 뚝
뚝 떨어져 내린다. 그냥 되돌아갈까 망설이는 사이 와버렸다.
자른 듯 평평한 암면에 높이 2.7m 크기의 보살상 두 분을 새겼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20
호. 이 마애보살상 아래 50m 되는 곳에 절이 있었다고 추정하며, 산 이름이 문수산인 것으로
미루어 왼쪽은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 오른쪽은 보현보살로 추정된다고 한다. 표현양식
은 고려 전기의 것.
다시 문수봉을 오른다. 곱든고개 가는 길은 대로다. 황혼의 사광으로 나무그림자가 길다. 바
람 끝은 여전히 맵다. 콧물 닦느라 인중을 하도 훔쳤더니 이제는 쓰라리다. 패러글라이딩 활
공장이 전망대다. 용인8경 중 하나라는 용담저수지가 바로 아래다. 용인8경은 성산일출, 어
비낙조, 곱든고개와 용담조망, 광교산 설경, 선유대 사계, 조비산, 비파담만풍, 가실벚꽃이다.
아하, 조비산도 용인8경 중 하나였다!
쭉쭉 내려 생각 없이 길 벗어나 직진했다가 인적 끊긴 오지 나오기에 반갑기도 하지만 깜짝
놀라 지도 다시 보고 행로 바로 잡는다. 뒤로 돌아 산그늘 드리운 대로 따라 내린다. 곧 터널
앞 곱든고개 주차장이다. 두메 님이 차 데워놓고 기다린다.
10. 상고대 님, 문수봉에서
11. 문수산 마애석불
12. 곱든고개 가는 길, 왼쪽은 버들 님, 오른쪽은 배대인 님
13. 멀리는 용인시내, 곱든고개 가는 길에서
14. 곱든고개 가는 길
15. 용인8경 중 하나라는 용담저수지, 곱든고개 가는 도중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첫댓글 오붓하게 다녀오셨네요...근데 산길이 신작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