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가지가지마다 총천연색 꽃이 피어나는 요즘. 가까운 도보길 산책을 나서보는 건 어떨까? 삼남길 경기구간 제2길에 해당하는 인덕원길을 추천한다.
땅끝마을 해남부터 서울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은 봄에 걷기 좋은 도보 여행 코스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여름 오픈한 경기구간은 고증한 옛길 원형을 토대로 끊어지거나 사라진 도로 대신 걷기 좋은 대체로를 개척하여 완성했다.
이번에 소개할 길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인덕원 옛터에서 백운호수까지 이어지는 제2길 인덕원길. 교통의 요충지로 불려온 이곳은 조선 중기까지 원(조선시대 공무원들의 숙박 시설)이 설치되어 여행자들의 숙소로 이용되었으며, 원이 폐지된 조선 후기부터는 자연적으로 가게들이 생겨나 주막 거리로 불릴 만큼 이용자가 많았다. 난중일기에 따르면 한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쉬어 간 곳으로, 정조의 수원 능행로로서도 역사적 의미가 큰 곳이다.
인덕원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조선시대에 환관들이 한양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산 데서 기인한다. 당시 환관들이 이곳 주민들에게 덕을 베풀었다 하여 ‘인덕’이라는 말에, 마침 이곳 관리들의 숙식처였던 ‘원’이 있어 인덕원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교통의 요충지 인덕원터
인덕원 사거리 근처에는 옛 인덕원 자리를 알려주는 표석이 2개 있다. 그중 첫 번째가 흥안로를 따라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인덕원터’(인덕원 내시마을) 표석이다. 표석 옆에는 삼남길 도보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 책자와 스탬프가 마련돼 있다.
정조가 여섯 차례 행차한 인덕원 옛길
인덕원터 표석을 등지고 남쪽으로 20m 정도 가다 보면 ‘인덕원 옛길’이라는 표석이 눈에 띈다. 조선시대 6대 길 중 하나로, 서울에서 수원을 거쳐 삼남 지방으로 통하던 교통의 요로였다.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 현륭원으로 옮긴 후 모두 열두 번의 능행을 했는데,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여섯 차례를 이 길로 행차했다는 원행정례의 기록이 있다.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하천 거리 학의천
의왕시 학의동에서 발원했다 하여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학의천’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학고개천’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학고개는 원래 광주부의 땅이어서 학고개천이 현재의 학의천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학의천은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 중 하나인 안양천으로 유입된다. 오색찬란한 봄 풍경을 자랑하는 만큼 날씨가 좋은 날엔 산책하러 나온 인근 주민들로 붐빈다.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백운호수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백운호수는 청계산, 백운산, 모락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약 11만 평의 인공 호수다. 원래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되었지만 수려한 주변 경관, 맑은 공기, 대형 주차장 등 여러 편의성 덕분에 수도권 시민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제방을 따라 걸어가면 보트장이 마련되어 있어 여름에는 수상스키, 봄·가을에는 모터보트를 즐길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쉬어간 산책로,
학의천 따라 가는 길
인덕원은 옛 문헌에도 경기 남부 교통의 요지로 꼭 등장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과천, 안양, 의왕을 잇는 요충지로 일찍부터 교통이 발달하고 많은 사람이 오고 갔다. 자연적으로 주막이나 가게들이 생겨나 풍성한 먹거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현재에도 인덕원의 옛터를 알려주는 표식이 도보여행하는 이들을 반긴다. 인덕원을 지나 학의천을 따라 걷다 보면 아름다운 경관으로 발길을 사로잡는 백운호수를 만나게 된다. 총 길이가 3.5km로 경기 삼남길 전체 길 중에서 가장 짧으면서 난이도도 높지 않아 편하게 걷을 수 있는 길이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출처: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