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기념 청소년아카데미를 마치고
부산여자고등학교 이지영
학교에서 이태석신부님 추모기념 청소년아카데미가 열린다는 공문이 붙어 신청하였다.
‘울지마 톤즈’라는 것으로 알려져 계신 분이라 그 정도만 알고 그냥 관심가지고 있는 정도 였는데 이번 기회로 이태석신부님을 더욱 알고 싶고 좋은 경험을 쌓고 싶어 캠프에 참가하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7월 19일, 캠프가는 날이 되었다.
집에서 기장까지는 멀고 가기도 힘들어서 단체버스를 신청했고 친구와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빨리 연수원에 도착했고 강당으로 들어가 옷을 받았다. 그 전까지의 캠프보다 단체티가 더 예뻐서 좋았다.
티를 입고 강당에 앉으니 그 전부터 ‘울지마 톤즈’영상이 나오고 있었는데 내가 좀 늦게 와서 그런지 거의 끝부분이었고 얼마지나지 않아 꺼졌다. 처음부터 보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다.
그리고 개회식이 시작되어 식을 진행하고 간단한 캠프소개와 안전관련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조끼리 동그랗게 앉아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Who are you'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미지게임으로 첫인상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3keywords로 실제 성격과 좋아하는 것 등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멘토선생님들께서 도와주신 덕에 짧은 시간에 조금씩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의논을 해서 조 구호를 정하고 조이름도 정했다. 그런 내용들을 담아서 활동이 끝날 때 마다 포스트잇에 느낌을 적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종이도 꾸몄다.
첫 번째 활동이 끝이 나고 ‘손바닥 필름기획, 촬영’을 하였다.
손바닥 필름은 손바닥만한 폰으로 짧은 영화를 찍는 것인데 그 주제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우리 조는 ‘층간소음 대처’라는 영상을 찍기로 하였고 전체적인 내용과 배역, 구체적인 연기와 느낌 등을 계획하였다. 다른 조에 비해 매우 빠르게 정해져서 다들 뿌듯해했다.
숙소에서 영상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서로 부끄러워서 연기하기도 힘들었고 이런저런 연출을 하다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 잘 해주어서 재밌고 짜임새있게 잘 찍은 것 같아서 좋았다.
얼마나 열심히 찍었는지 시원했던 강당이 덥게 느껴졌다.
그 열기를 이어 ‘나눔과 배려’에 관한 김성리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속에서 한센병으로 고통받고 주위의 시선으로 더욱 상처입은 한센인에 대한 이야기와 성심원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또 진짜 나눔과 배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관심이 있다면 그것을 실천해서 나누는 것이 진짜 사랑이고 배려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고 맛있는 식사 후 조금의 휴식을 가졌다.
이제 하게 될 활동은 힐링캠프! 수련회로 치자면 캠프파이어 시간 같은 것이다.
조원들끼리 어느정도 친해지려 하는 무렵 이제는 조끼리가 아닌 전체학생들과 친해지는 활동들을 하였다. 레크리에이션시간마다 빠질 수 없는 어깨주무르기는 앞뒤뿐아니라 양옆친구들과도 하였고 조별 대표들이 나와서 대결도 했다. ‘입 힘이 셀 것같은 사람’이 대표로 내보내라고 했는데 조에서 한 명 골라 내보내는 게임걸이었던 혜주가 나를 지목해서 나갔다. 그런데 나빼고 다 남자여서 민망해하며 서있었다. 풍선을 불어서 가장 멀리날리는 것이었는데 크게 분다고 멀리 날아가는 것도 아니고 풍선이 마음대로 움직여서 좀 불안했다. 역시나 손을 높이 들고 풍선을 날려보았지만 제자리에서만 돌다 뒤로 와서 무대에 떨어졌다. 조원들에게 미안하기도하고 너무 창피한 순간이었다. 나말고도 두 명의 풍선에 되돌아와 무대에 떨어졌는데 그 세 명은 벌칙을 받아야했다. 벌칙은 어깨로 이름쓰기. 엉덩이로 이름쓰기는 부끄러우니까 어깨로 이름을 쓰라했는데 그게 더 부끄러웠다. 얼굴이 보이면서 써야되니까 더 민망했다. 그렇지만 조원들이 괜찮다고 해주어서 좀 위로가 되었고 나머지 시간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조에서 짝을 정해 가위바위보를 해서 꼬리잡기를 하는 활동을 했다. 첫 번째에 바로 졌지만 모르는 친구들과 뛰어다니다보니 땀이 나고 즐거웠다. 머리와 꼬리밖에 없었는데 어느덧 기다란 하나의 줄이되어 막 뛰어다녔고 빨리 갈수록 더 신이 났다. 엄청 어색할 것 같았는데 무척 빨리 친해지고 모두가 하나가 된 듯이 놀 수있어 좋았다.
한바탕 웃으며 즐기던 시간이 끝이나고 이젠 좀 진지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Before I die’인데 그 전 후기들을 보니 자신의 유언 같은 것을 적고 읽는 거라고 울었던 사람도 많았다던 활동이다.
TED에 올라온 강연으로 ‘Before I die’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았다.
자신이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적는 것인데 강연을 하신 여자 분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폐허가 된 집의 벽을 까맣게 칠하고 ‘Before I die...’이렇게 다 채워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쓰도록 했다. 짧은 시간안에 모든 칸이 찼고 이 디자인의 벽들은 전세계에 설치되어 꽉꽉 채워졌다. 그곳에는 소박한 것들부터 아주 큰 것들, 그리고 기발한 것들이 적혀있었고 정말 다양했다. 그런 활동을 이제 우리가 했다. 주로 ‘사랑’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고 여행과 관련된 내용도 많았다. 그리고 감동적인 글귀같은 것들도 몇몇 보였다.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의료봉사’라고 적었다. 꿈이 의사가 되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의료봉사를 하고 싶었고 세계일주도 한 번 해보고 싶었기에 그 둘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그렇게 적었다. 다들 그랬겠지만 그 글을 적으며 내가 미래에 이런 모습이겠지, 죽기 전까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하겠다 등 먼 훗날의 나를 생각해 보니 너무나 행복했다. 이 활동 외에도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말’을 적었는데, 조원 중 한 명이 눕고 그 위에 흰색 전지를 올리고 감싸서 사람모양을 본 뜬 다음 그 친구가 나오고 그 주위에 촛불들을 놓아 내가 유체이탈을 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죽었다면 마지막 유언과 같은 글을 적었다. 이때까지 일들을 회상하고 지금 죽어버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들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후회보단 행복했던 일들만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진짜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세상에 남기는 말이면서 동시에 내게 하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진지해 질 줄 몰랐는데 중간에 울컥하기도 하고 투정부렸던거, 힘들다고했던거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멘토쌤이 말씀해주신대로 지칠 때 한 번씩 이 글을 보면 다시 기운이 북돋고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을 상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에는 즐거움이 있다면 한편으론 슬픔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시간들이었다. 평소에는 해 볼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모든 활동이 끝난것도 11시가 넘어서였고 간식을 먹으며 밤새 진로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늦게 잠이 들었다. 그러나 가뿐하게 눈이 떠졌고 캠프 둘쨋날이자 마지막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강당에 모여 ‘World cafe’라는 것을 하였다.
‘World cafe’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조별 주제를 정해 낙서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토론같은 것이다. 우선 자기 조끼리 정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그 다음에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의 조로 가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또 다른 조에서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자신의 조로 돌아와 여러 의견들을 정리하는 그런 활동이었다.
‘사랑, 봉사, 나눔’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조가 이야기 나눌 주제는 ‘지금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였다. 자신이 해 보았던 것들,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고 또 미래에 내가 할 수 있는, 또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그런 나눔활동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조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의견도 모아보니 꽤 많은 내용들이 나왔다.
그래서 현재와 미래로 나누어 정리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적었다. 누군가가 그런 의견을 적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살아가면서 작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따뜻한 말 한마디인 것 같아 강조하였다.
딱딱한 형식의 토론보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수다떨 듯 나눈 이야기들이 생각 외로 더 독창적이고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어서 놀라웠다.
캠프의 활동들이 모두 끝이나고 폐회식을 앞둔 그때, 첫째날 열심히 찍어두었던 영상을 발표하는 ‘손바닥필름제’가 열렸다.
총 10개 조들의 영상들을 보고 감독들과 인터뷰도하고 기억에 남는 배우친구들과도 또 한 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학부모님들도 초청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글거리면서도 재미있는 연기들을 보여주어 보는 내내 웃기만 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감동적인 메시지들이 담겨 있어 모두 잘 만들었고 대단하였다.
영상을 찍을 때는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하고 이상하진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편집이 다된 것을 보니 영화까진 아니지만 광고 하나가 나온 듯했다. 10개의 영상을 보는 동안 다들 멋있었고 마지막 영상을 볼 때는 아쉽기도 하면서 캠프를 하루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캠프가 끝이나고 수료증과 활동했던 종이들, 롤링페이퍼 적은것과 헤드라인 적은 것들을 받았다. 조끼리 사진도 찍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나중에 다들 의사가 되어서 만나자는 이야기도 하고 힐링하고 싶을 때 연락하라던 문혜쌤과 궁금한거있으면 연락하라던 원종쌤 그리고 아쉬워하던 모두들. 다들 보고싶다!!
생각지 못한 좋은 친구들도 생기고 좋은 경험을 한 캠프였다. 지쳐있었는데 힘도 얻고 내가 꿈꾸던 진짜 봉사의 삶을 사신 이태석신부님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어 너무 뜻깊은 1박 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