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꽃(Flower) 이야기
진달래꽃
인천 가현산(歌絃山) 진달래 / 진달래 화전 / 고로쇠 수액 받기 / 고려산 김소월(素月 金廷湜) 시비
진달래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 김정식 : 일제 강점기의 민족시인(1902~1934), 평안북도(平北) 출생
봄이면 가장 먼저 피는 꽃으로 진달래가 있다. 마을 근처보다는 오히려 깊은 산에 진달래가 많이 피는 곳이 있는데 언덕 가득 피어나서 이른 봄이면 온통 분홍 꽃으로 언덕 전체가 물들고는 한다.
내 어릴 적, 진달래 철이 되면 마을 전체가 봄나들이를 가곤 했는데 솥단지며 각종 조리 기구를 이고 지고 산골짜기 진달래밭으로 가서 아낙들은 우선 솥을 걸고 밥을 지으며 한편에서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화전(花煎)을 붙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봄나들이를 ‘화전(花煎)놀이’라고도 했다.
남정네들은 고로쇠나무, 다래 덩굴, 자작나무, 느릅나무 줄기에 흠집을 내고 수액(樹液)을 받아서 마시는 것도 일상이었다.
봄이 되어 진달래가 피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소월(素月)의 진달래꽃인데 구절구절 심금(心琴)을 울리는 시(詩)이다. 임을 보내는 절절한 아픔도 그렇지만 기막힌 운율(韻律)이 감동을 준다.
영변(寧邊)은 평안북도에 있는 군(郡)으로 봄이면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약산(藥山)이 유명한데 관서팔경(關西八景) 중 하나인 약산동대(藥山東臺)라는 누각(樓閣)도 있다고 한다.
진달래가 피었다 지면 뒤이어 피는 꽃이 철쭉인데 철쭉 또한 산 전체를 뒤덮어 진달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진달래가 투명한 연분홍이라면 철쭉은 같은 연분홍이면서도 다소 투박한 느낌을 준다고 할까? 같은 진달래 과(科)인데 우리 고향에서는 진달래를 ‘참꽃’, 철쭉은 ‘개꽃’이라고도 불렀으니 재미있다. 영어를 보면 진달래를 ‘Azalea(아잘레아)’, 철쭉을 ‘Real Azalea(리얼 아잘레아)’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데(학명이 아님) 의미를 보면 오히려 철쭉이 ‘참꽃’인 셈이니 신기하다. 일본어로는 진달래와 철쭉을 모두 쯔쯔지(つつじ/躑躅<척촉>)라고 부른다. ♦躑-머뭇거릴 척, 躅-머뭇거릴 촉
예전, 밤 12시가 되면 진달래밭이 나오며 애국가가 나오다가 노래가 끝나면 방송 끝났는데 이 진달래밭이 바로 인천과 김포에 걸쳐있는 가현산(歌絃山)이었다.
예전부터 진달래 꽃밭... 하면 사람들은 강화(江華)의 고려산(高麗山)과 이곳 가현산(歌絃山)을 꼽았다.
<두견새에 얽힌 전설 >
중국 고대 춘추전국시대, 인간을 사랑해 천계(天界)에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두우(杜宇:望帝)는 백성들을 모아 촉(蜀)나라를 세운다. 하지만 두우(杜宇)가 다스리던 촉(蜀)나라가 위(衛)나라에 멸망하자 도망친 두우는 복위(復位)를 꿈꾸지만 끝내 한을 품고 죽고 만다.
죽은 두우(杜宇:望帝)는 두견새로 다시 태어나는데, 이 새는 “나는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밤낮으로 ‘귀촉(歸蜀) 귀촉(歸蜀)’ 하고 울었다 하여 두견새를 귀촉도(歸蜀道)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울면서 입에서 토(吐)한 피가 떨어져 붉게 물든 꽃이 진달래라고 하며, 일명 두견화(杜鵑花)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훗날 유비(劉備)가 세운 나라가 촉한(蜀漢)이다.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
-위 강화 고려산(高麗山)에 세워진 소월의 시비 중에서 제7행 ‘걸음걸음’을 ‘걸은 걸음’이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다.
바야흐로 진달래의 계절이 되었다. 엊그제 집사람과 강화 마니산을 다녀왔는데 산 능선이 온통 분홍빛 진달래꽃으로 뒤덮여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강화의 진달래는 고려산(高麗山)의 진달래가 으뜸으로 매년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개화(開花)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하니 언제쯤 축제가 열릴지, 만개(滿開) 시기를 놓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진달래과의 비슷한 꽃으로 개화 시기가 조금 늦은 철쭉도 있다.
진달래는 일명 참꽃 혹은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부르는데 날로 먹거나 화전(花煎)을 지질 때 넣기도 하는 이른 봄의 대표적인 산야화(山野花)이다. 이 꽃잎을 따서 술을 담그면 두견주(杜鵑酒)가 되는데 기관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두견화라는 이름은 두견새가 원통하여 밤새워 피를 토하며 우는데 그 토한 피로 꽃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고 하여 진달래를 일명 두견화(杜鵑花)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그 설화(說話)의 발단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촉(蜀)나라 원제(元帝)는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긴 원한으로 밤에 우는 두견새로 변했다고 하며, 다른 이름으로 원조(怨鳥), 두우(杜宇), 귀촉도(歸蜀途), 망제혼(望帝魂), 자규(子規), 촉조(蜀鳥), 촉혼(蜀魂) 소쩍새, 접동새 등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두견새는 뻐꾸기과의 낮에 활동하는 새이고 소쩍새, 접동새 등은 올빼미과의 야행성(夜行性) 조류로 뭔가 오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지어낸 설화(說話)이니까.....
주의할 것은 이 진달래 꽃잎으로 담근 술은 100일이 지나야 제 맛과 약효가 나타난다고 하여 백일주(百日酒)라고도 하는데 독성(毒性)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조금씩 장복(長服)하여야 기관지 치료에 약효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술(酒)이다.
나는 첫 발령지가 경기도 가평이었는데 2년 후 발령을 받아온 후배 여선생님은 기관지가 좋지 않아 항상 기침을 콜록거리고 평상시에도 숨이 가빠 말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사택의 내 옆방에 그 여선생님이 살았는데 어느 날, 둘이 마루에 앉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기침이 터져 나오니 병에서 빨간 물을 작은 소주잔에 따라 마시는데 그 빛깔이 너무 고와 뭐냐고 물었더니 바로 두견주라고 하였다. 기관지가 약하다고 매년 봄이면 엄마가 경동시장에서 진달래꽃을 사다 술로 담가 주신다고 하며 나한테 한잔 따라주며 마셔보라고 한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냉큼 받아 마셨는데.... 술을 못 먹는 나한테는 너무 독했던지, 진달래 독성 때문이었는지 몇 시간이나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을 헤매던 생각이 난다.
진달래를 영어로「Azalea」라고 하고 비슷하게 생긴 철쭉을「Royal Azalea」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철쭉이 참꽃인 셈인데 우리나라의 정서(情緖)와는 뒤바뀐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