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담그며 사는 전원일기
산북성당을 찾는 고마운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 때 그분들을 포함하여 감사를 드려야 할 분들을 위하여 기도는 하고 있지만, 고마운 분들이 산북성당에 오셨다 떠나실 때마다, 무엇 하나 드릴 것이 없어 늘 송구스러웠습니다. 여름철이 되면, 시골이므로 밭에서 가꾼 채소라도 좀 드릴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빈손만 흔들기가 너무 민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전통주를 담그기로 하였습니다. 1월 말에 담근 전통주가 성공적이었습니다.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병에 담았습니다. 전통주 몇 병을 들고, 전통주를 담글 수 있도록 항아리 5개를 산북성당에 주신 고마우신 분을 찾아뵈었습니다. 이분은 이포 [오부자 옹기]의 [중요 무형문화재 제96호]이신 옹기장 김일만 어르신이셨습니다.
어르신께 “중요 무형문화재가 되신 후 장사는 잘 됩니까?” 여쭈었더니, “밥은 먹고 살아요” 하시며, 이어서 “지금도 밥 먹고 살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빚 안지고 밥은 먹고 살게 되었으니 감사하지요.” 하셨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옹기를 굽지 않고, 전기로, 가스로 옹기를 굽는 데 밀려 빚더미에 앉았던 전에 일을 생각하시며 하시는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전통적으로 옹기를 해오던 천주교 구교 집안에서 자라나셨고, 일생을 옹기를 빚으며 살아오신 분이시기에 짧고 담백한 말씀 한 마디이지만, 그분의 인품을 느끼게 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지금도 낡고 허름한 집에 살고계시고, 옹기작업장도 서울 사람의 땅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계시며, 번듯한 매장도 없이 현장에서만 판매를 하시는 분이 욕심 없이 하신 말씀이 내 안에서 큰 울림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인간문화재의 현실을 옆에서 뵈며, 국가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자매님이 몸이 많이 안 좋다고 하여, 주교로서 자매님에게 안수기도를 드리려 하자, “저 보다도 가마를 축복해 주십시오.”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옹기를 굽는 가마가 작은 가마 세 개와 크고 긴 가마가 하나가 있었습니다. 크고 긴 가마에 가서 자매님과 함께 기도를 바쳤습니다. 한국 천주교인들의 조상들 중 많은 이들이 소위 ‘옹기쟁이’였고, 김추기경님 조상도 옹기쟁이였기에, 김일만 옹기장과 자매님을 만나 뵈며 절로 경외심이 생겼습니다.
첫댓글 주교님께서 드리는 귀한 선물을 받으시는 분들께서는 얼마나 좋으실까? 생각해봅니다. 병에 붙인 라벨오 아주 멋지네요.
정말 맛잇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