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한 학기 동안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기제 활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 12년 24학기의 공교육 과정에서 단 한 학기 동안만 참여 및 체험 중심의 활동을 경험한다고 해서 얼마나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었습니다. 자유학기제가 끝나면 아이들이 또다시 입시교육과 경쟁교육의 회오리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아니냐는 지적이었고, 일정 정도 수긍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뼈아픈 지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을 적어도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반가운 흐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4월25일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계획은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중학생이 2018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2018학년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됨에 따라 자유학기제를 통해 발견한 꿈과 끼를 고교 단계로
이어나가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6가지 주요
내용 가운데 특히 '성적 중심'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고교 학생 선발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학생의 소질·적성을 고려한
선발이 이뤄지도록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이 균형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고, 시·도 선발고사를 폐지토록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경북, 충남, 울산, 전북, 제주 등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자율형 공립고 중 희망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능력 및
소질·적성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전형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는 입학담당관에서 배제하고, 입학전형 영향 평가를 내실화 해 편법적
교과지식 측정 등을 근절해 나간다는 기준도 제시됐습니다. 이 전형을 도입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입학담당관 연수, 전형 운영 등을 위한 재정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입니다. 일반고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또한 기존 내신 성적 중심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학생 선발 방식을 전환해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하네요.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은 2015년 24% 수준이지만 5년 뒤인 2021년에는 두 배가 넘는
50%까지 확대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학교 한 학기 동안만 반짝 '진로체험' 교육이 실시돼 기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교육부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제도를 고교에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진로교육집중학기제가 바로 그것인데요, 올해 37개교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를 내년에는 70개교, 2018년에는 100개교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진로교육집중학기제는 고교 1학년 1학기에
진로교육을 집중 실시하는 제도로,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성격이 유사합니다. 집중학기제 기간 동안 진로심리검사, 진로상담 등을 실시하고, 이 결과와
연계한 진로정보, 진로체험, 진로멘토링을 적극 제공하게 됩니다. 아울러 진로교육집중학기제 후 직업교육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특성화고 전학이나
폴리텍·직업교육기관 등과 연계한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
간 전·편입학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눈에 띕니다. 학교유형별 또는 시·도간 전·편입학 칸막이를 제거하겠다는 건데요. 올해 하반기
중으로 표준전학기준을 마련해 시·도간, 학교유형간, 시·도간 진로변경 전입학 시 장애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존에 시·도 내에서
가능하던 진로변경 전입학을 시·도 간에도 가능하도록 칸막이를 제거하겠다는 겁니다. 전학 학생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고와 특성화고 사이에
전학이 발생했을 때 학생에게 전학 대상 학교의 기초과목 이수를 지원하고 상담 등 사전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마련됐습니다. 올해 기준
전·편입학생 규모는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이동한 학생이 1460명,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이동한 학생이 2112명에
달합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소질·적성 중심' 교육 계획 외에 ▲2022년까지 OECD 수준 고교 교육여건 개선 ▲2022년까지 직업계고 학생 비중 30%
수준, 고졸 취업률 65% 달성 ▲사회·경제, 직업, 예술 분야 교과중점학교 및 위탁교육 확대 ▲학생의 진로맞춤형 자기주도 학습 역량 강화 지원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육성 등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 등의 목표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런 계획이 차질 없이 잘 시행돼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기운이 고교에까지 잘 전달되고, 전파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