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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eLif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달리기(running)와 적절한 시각자극(visual stimulation )이 인생 초기의 시각차단(visual deprivation)으로 인해 초래된 약시(amblyopia)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참고 1). 이는 뇌가 경험에 반응하여 배선을 다시 까는(rewiring) 능력, 소위 가소성(plasticity)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경과학자들은 뇌 가소성이 학습의 근간을 이룬다고 믿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신경생리학자인 데이비드 허블과 토스텐 위젤은 눈(目)이 뇌(腦)에 정보를 보내는데 사용하는 코드를 해킹했다. 그들은 또한, "뇌의 시각피질(visual cortex)이 적절히 발달하려면, 아주 어릴 때(결정적 시기) 두 눈으로부터 동시에 신호를 받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만일 이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에 하나의 눈을 차단하면 약시(amblyopia)가 발생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눈꺼풀이 처져 있거나(droopy eyelid) 백내장 등을 앓는 경우가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 "성인이 된 후에 시각차단 요인을 제거하면, 시력회복이 더디거나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2010년 UCSF의 신경과학자인 크리스토퍼 닐과 마이클 스트라이커는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달리기가 시각피질 뉴런의 시각자극에 대한 반응(response of visual cortex neurons to visual stimulation)을 2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Neuroscience: Through the eyes of a mouse; 참고 2). 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속으로 달리며 환경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고 부담이 가는 일이며, 휴식 중에 시각피질의 반응성이 낮은 것은 부담이 덜 가는 상황(less-demanding situations)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진화된 행동패턴이다. 환경 속을 헤쳐나갈 때 시각계를 고이득 상태(high-gain state)로 유지하는 것은 타당성이 인정된다. 왜냐하면, 촉각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을 인식하지만, 시각은 먼 곳에 있는 사물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시력 회복
"활발한 운동이 뇌의 가소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http://www.nature.com.oca.korea.ac.kr/news/neurodevelopment-unlocking-the-brain-1.10925), 스트라이커와 카네코 메구미(UCSF)가 이끄는 연구진은 "달리기가 시각피질의 가소성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결정적 시기 동안`과 `결정적 시기가 지난 후`에 각각 마우스의 한쪽 눈을 몇 개월 동안 차단하여 약시를 유도했다. 그리고는 마우스의 눈을 원상복귀시킨 후, 3주 동안 하루에 4시간씩 트레드밀 위를 달리게 하면서 시각을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fMRI와 유사한 장비를 이용하여 마우스의 뇌 활성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마우스들은 차단됐던 눈에 해당하는 시각피질 부분의 반응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주 후에는, 차단됐던 부분의 반응성이 정상 마우스(시각이 차단되지 않았던 마우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반해 우리 속에 가두고 시각을 자극하지 않은 마우스들은, 차단됐던 눈을 원상복구시켜도 시각피질의 반응성이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실험 결과, 달기리나 시각자극 중 한 가지만으로도 잃었던 시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 시각자극으로 인한 시력 회복은 특이한 자극에만 한정되었다. "놀라운 것은 달리기와 시각자극을 통한 시력회복 효과가 강력하고, 재현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메커니즘 연구에 안성맞춤"이라고 UCSD의 마시모 스칸지아니 교수(신경생물학)는 논평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스트라이커가 이끄는 연구진은 조만간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 참고문헌
1. Kaneko, M. & Stryker, M. P. eLife 3, e02798 (2014).
2. Niell, C. M. & Stryker, M. P. Neuron 65, 472–479 (2010).
출처 - http://www.nature.com.oca.korea.ac.kr/news/running-cures-blind-mice-1.15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