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천/ 고창수 시인의 [여행] 고창수 시인이 2017년 문덕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지난 12월 4일. 수상시집은 [사물들, 그 눈과 귀]다. “고창수 시인의 시는 [형이상학적 속삭임의 낭랑한 음악]을 들려준다. 시인이 서술하는 시니피앙은 우주를 기점으로 무수한 명상의 시니피에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면서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영롱한 합주를 보여준다. 예컨대 시인은 가을의 맑은 광채로 우주의 끝을 비춰주고 오색 연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며 만화경 속의 기기묘묘한 우주 풍경과 우주교향악을 연주한다. 우리 시문학사에 처음이자 본격적인 형이상학 시의 새 경지를 개척한 것만으로도 큰 자리매김이 되겠지만, 끊임없이 시도하는 시네포엠과 장시를 통한 시적 모험 역시 우리 시를 전향적으로 선도하는 시인의 비상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의 표4에 실었던 글이다. 때마침 단산 김재일 선생이 [문학과창작] 2017년겨울호에 시서화 [여행]을 화보로 실었다. 아래는 고창수 시인의 [여행]시 전문이다. 여행은 “우리 내부의 공간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란 시인의 깊은 성찰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고창수 선생님,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여행이란 늘 외부에서 일어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시공의 특별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행이란 공중에 원을 그리며 나는 새들이나 단숨에 땅을 몇 마일씩 삼켜버리는 비행기의 그림자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인장 사이 마른 샘터에서 목을 축이려고 괴롭게 괴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썩어가는 뱀의 그런 전진은 보지 못한다. 여행은 종종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 우리의 궁극적 여행은 우리 내부의 공간 깊숙이 들어 가는 것. 우리의 말이 그 궁극적 무의미 속으로 가고 백조가 그 마지막 황홀 속에 부리를 묻듯. ---고창수 시인의 [여행]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