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이나 계란프라이, 샐러드에 빵과 커피를 곁들인 식사에 대해 묘한 동경이 있다. 서구문화에 대한 막연하고 값싼 동경일는지 모른다. 어찌됐든 된장국에 밥을 먹을 때보다는 좀 우아한 기분도 든다. 우리의 소울 푸드는 아니지만 맛도 좋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서 그런지, 음식에 대한 나의 기호에 도시적인 요소가 있다.
해외여행의 기쁨 중 하나는 아침에 먹는 호텔 조식이다. 여행 중 전날 저녁에 아무리 포식을 해도 아직 한 번도 호텔 조식을 거른 적이 없다. 미련하게 많이는 안 먹지만 그래도 든든할 정도로 조식을 즐기는 편이다. 음식을 잘하는 지인이 카페를 운영하는데 얼마 전부터 브런치 개념의 식사를 판매한다. 브런치 뷔페 가격이 5000원이다. 입지가 안 좋은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다보니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고 파격적인 가격을 도입한 것이다. 마침 사무실에서 가까워 젊은 사원과 함께 들렀다. 5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좀 부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음식 구성을 보니 있을 것을 대체로 다 갖췄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도 좋았다.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등을 사용한 이탈리아풍 샐러드인 카프레제 샐러드부터 먹었다. 소스도 상큼하니 나쁘지 않았다. 소스는 모두 직접 만든다고 한다. 샐러드에 푸실리도 들어갔다. 소스는 오리엔탈을 선택했다. 구운 소시지도 질이 양호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싸구려를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주인장의 지인이 소시지 제조를 해, 저렴하게 공급받는다고 한다. 베이컨도 있었다. 베이컨은 우리나라 사람이 대체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기본적으로 삼겹살로 만든 육가공 식품이니 안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 빵도 호밀빵과 베이글을 구비했다. 크림치즈, 바질페스토,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에 발라 먹을 수 있다.
카레라이스는 전문점 수준
원래 빵을 좋아하지만 좀 자제했다. 카레라이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빵보다는 밥이 더 당긴다. 얼마 전 아내에게 가급적 집에서 빵을 사지 말라고 당부했다. 밀가루를 덜 먹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빵을 좋아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가급적 밥을 먹는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먹을 때는 좋지만 몸으로 느끼는 거부감이 있다.
카레는 소고기카레였다. 개인적으로 카레는 여러 식재료 중 소고기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70~80여 회 방문했는데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도쿄 긴자에서 먹었던 카레 소바다. 20년 전 먹었던 카레 소바는 정말 맛있었다. 카레가 한국 사람에게 기호 잠재력이 큰 음식이라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이 카페의 카레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어설픈 카레 전문점보다 나았다. 약간 달달하면서 매콤한 카레가 입맛을 당겼다. 카레를 먹으면 다소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카레라이스에 소시지를 두 개나 얹어서 먹었다. 단돈 5000원에 이렇게 먹을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일이다. 햄과 머스터드도 있어서 조금 곁들여서 먹었다.
연휴 때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다운을 받아서 보았다. 이자카야에서 식사로 명란 파스타도 팔고 생햄도 직접 만드는 곳을 보았다. 고독한 미식가는 드라마지만 실제 음식점을 다루는 내용이다. 작은 이자카야에서 그런 음식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국내의 유명한 흑돼지 전문가가 흑돼지로 생햄을 생산하는데 가격이 한우보다 비싸다. 이렇게 되면 흑돼지 생햄의 질을 떠나서 어지간한 중산층도 사먹을 수 없다.
추억의 ‘사라다빵’도 만들어 먹고
감자 샐러드도 있어서 빵을 약간 잘라 샐러드를 넣어 먹었다. 감자 샐러드 아니 ‘사라다’는 우리 세대에게는 추억의 맛이다. 양파만 좀 들어가면 옛날에 먹었던 그 사라다의 맛이다. 샐러드의 일본식 표기인 ‘사라다’라고 하면 이 감자 샐러드가 연상된다. 방송에서 추억의 하이틴 스타가 수십 년 된 제과점에서 이 ‘사라다빵’을 주문한다. 하이틴 스타였던 그 사람은 이제 50대 중반이다.
요즘은 제과점에서 사라다빵을 파는 곳이 별로 없다. 그 사라다빵을 떠올리고 감자 샐러드를 빵에 넣어서 먹었다. 50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정말 만족스런 식사였다. 부산에 출장을 갈 때 자주 묵는 일본식 비즈니스 호텔이 있다. 그 호텔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깨끗하다. 조식도 제공한다. 그러나 그 조식은 매우 맛이 없다. 매번 조식을 먹지만 음식의 구성이나 식재료의 질이나 맛이 모두 떨어진다. 이 집 브런치를 먹으면서 그 호텔 조식의 개선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브런치 뷔페를 거의 다 먹으면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아메리카노도 한 잔에 1000원으로 저렴하다. 집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1인당 이 가격이 훌쩍 넘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왕복으로 택시를 타고 다녀왔기 때문에 근처에서 식사할 때보다 비용은 더 들었다. 그래도 이런 식당이 있다는 사실이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판매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것이 없을 텐데…
지출 (2인 기준) 브런치 뷔페(5000원) 2인 + 아메리카노 2잔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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