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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단편
- 마크 트웨인作 ; 病者의 이야기 -
을유문화사 김용철편 / BOD 타이핑
* 가까이에 b눈o눈d란 마두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마두인가는 생략합니다. 오래전에 트웨인의 골때리는 단편을 소개하고 책을 빌려줬더니, 정말 죽인다며 직접 타이핑해서 옮긴 것입니다. 출판년도는 아직 모르겠네요.
하여간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라고까지 불리는 전설인데... 도금시대, 톰소여, 허클베리핀, 왕자와거지, 아서왕...등 수많은 명작을 썼지요. 글도 잘쓰지만 그 천부의 유머감각에 일찍이 매료되었었는데 여러 단편소설을 보고는 과연 불세출이로구나 납득했다는...
결혼사연도 유난하지만 제국주의나 인종차별이나 예씨교를 그리 비판했었답니다. 그리고 브래지어 후크도 트웨인의 발명품이라지요. 강물의 수심을 재는 용어를 필명으로 할만큼 정말 유난한 인물이었던듯. 하지만 가정적으론 불행한...ㅜ
아무튼간에...여러번 여기저기 실린 '맥윌리엄스 부부와 도난경보기'도 병자 못잖게 죽이지만...병자이야긴 다른 데서 통 못봤기로 굳이 소개하는 것입니다. 무단전제가 걸려 중간부분은 생략했지만 명절날 잠시 웃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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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의 이야기
나는 보기에 예순 살 나고 결혼도 한 사람 같지만, 이런 인상은 내 건강상태와 여러 가지 고생 때문에 받게 되는 것이지, 실은 나는 독신이요, 나이는 마흔 하나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한낱 그림자로 변한 내가 불과 2년 전에는 원기 왕성한 청년이요, 강철 같은 운동가의 전형이었다고 하면 아무도 잘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사실인데 어찌하랴?
헌데 이러한 사실보다 더욱 신기한 것은 내가 건강을 망치게 된 경위(經緯)라 하겠다. 내가 건강을 상하게 된 것은 어느 겨울밤에 2백마일의 기차여행을 하면서 총이 든 상자를 신주처럼 모시고 가다가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것은 실지로 있은 일이니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나는 오하이오 주 클레블랜드 출신이다. 2년 전의 어느 겨울밤, 나는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헤치며 어두워서야 집에 닿았는데, 집에 들어와서 맨 먼저 들은 것은 나의 절친한 소년시절의 친구요 동창인 존 Bㆍ해케트가 그 전날에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의 임종 때 남긴 말인즉 나더러 자기의 유해(遺骸)를 위스콘신 주에 있는 자기 노부모에게까지 전해주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나는 크게 충격을 받고 비탄에 잠겼으나,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나는 당장 떠나야 했다.
‘위스콘신 주 베들레헴, 레뷔 해케트 집사’라고 적힌 짐표를 가지고 쌩쌩 부는 북풍 속을 서둘러 정거장으로 향했다. 역에 닿자 내 앞으로 와 있는 긴 백송(白松) 상자를 나는 발견했다. 나는 여기에 못 몇 개로 짐표를 박아 붙이고, 상자가 급행차에 무사히 적재되는 것을 확인하고선 식당에 달려가서 샌드위치와 시거 몇 개를 샀다.
이윽고 돌아와 보니, 분명히 내 관(棺)이 거기에 도로 와 있고, 어떤 젊은 친구가 손에 짐표와 못 몇 개와 망치를 들고 그 둘레를 조사하고 있지 않겠는가! 나는 놀라기도 하고 어쩔 줄을 몰랐다. 젊은 친구는 자기의 짐표에 못을 박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웬 영문인가 알아본다고 허둥지둥 급행차 있는 데로 뛰어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급행차에는 내 상자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조금도 건드린 흔적이 없었다. (사실인즉 내가 의혹도 안 가진 큰 실수가 범해진 것이었다. 즉 내가 가지고 간 것은, 저 젊은 친구가 일리노이 주 페오리아에 있는 어느 소총(小銃)회사에 발송하려고 역에 가지고 나온 총이 든 상자였고, 그 친구가 나의 관(棺)을 대신에 가진 것이었다!)
이때 마침 차장이 “전원승차”하고 소리를 질러 나는 급행차에 뛰어올라서 바케츠 짐짝 위에 편한 자리를 하나 잡았다. 화물계(貨物係)가 열심히 일을 보고 있었다. 쉰 살 정도 난 소박한 사나이로 고지식하고 정직하여 사람이 좋은 얼굴을 한 그는 전체 몸매에는 쾌활하고 일을 힘차게 해 나갈듯한 빛이 돌았다.
기차가 떠나자 어떤 낯선 사나이가 차에 달랑 뛰어오르더니 유난히 잘 익고 품질이 좋은 림버어거 치즈 한 꾸러미를 내 관(棺)의―――아니 총이 든 내 상자의 한 쪽 끝에 올려놓았다.
그것이 림버어거 치즈였던 줄은 지금에야 안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나는 그런 물건에 대해서 평생 들어본 적도 없었고, 물론 그것의 특징에 대해서는 전혀 어두운 형편이었다.
......중략............
정말이지 나로서는 침을 꿀떡꿀떡 삼킬 뿐, 입 밖에 말을 내놓을 생각은 없었다. 톰슨은 산만하고도 침울한 어조로 오늘밤의 이 비참한 경험에 대해서 종장 없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가엾은 친구를 여러 가지 칭호로 부르는 것이었다―――때로는 군대 칭호로. 때로는 민간의 칭호로, 그리고 나의 가엾은 친구가 점점 더 냄새를 피우면 피울수록 톰슨은 거기에 따라서 그를 높은 자리로 승진시켰다―――그에게 더 큰 칭호를 부여했다. 마침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우리가 힘을 낼대로 내서 저 대령(大領)을 차의 구석 쪽으로 조금만 밀면 어떨까요?―――10피트 정도만 말입니다. 그러면 냄새가 이렇게까진 오지 않겠지요, 그렇잖아요?”
나는 그것이 명안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깨진 유리창에 가서 신선한 공기를 잔뜩 들여 마시고 그것이 이 일을 끝낼 때까지는 지탱하리라 생각했다. 그 다음에 우리는 상자 있는 데로 가서 그 치명적인 치즈 위에 몸을 굽히고 그 상자를 잡았다. 톰슨이 “다 됐소.”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는 온 힘을 다하여 뛰었다.
그런데 톰슨이 미끄러져서 코를 치즈 위에 박으면서 나가떨어지자 그는 숨을 늦추어버렸다. 그는 왁 게워내고 헐떡거리더니, 몸부림치며 일어나서 허공을 마구 허비고 쉰 목소리로 외치면서 문을 향해 돌진했다.
“나를 막지 말아요?―――길 내줘요! 사람 죽어요. 길 내줘요!”
나는 싸늘한 승강구(乘降口)에 나가 앉아 그의 머리를 한참 잡고 있었더니, 그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그는 말했다.
“이젠 저 장군(將軍)을 좀 깨운 것 같소?”
나는 천만에라고 말했다. 우리 힘으론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 그렇다면 그 생각은 수포로 돌아갔군. 무슨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겠는 걸. 저건 지금 있는 데가 알맞은가 본데. 그게 저것이 생각하고 있는 바라면, 남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저게 결심했다면, 제 뜻대로 하고야 말걸. 그래요, 지금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내버려두는 게 좋을 거요. 제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왜 그런가 하면 말이요, 칼자루는 저게 다 쥐고 있으니 알잖어? 그러니 공연히 저것의 계획을 바꿔보러 드는 사람이 손해를 볼 거란 말이야.”
그러나 우린 그 미친 듯한 폭풍 속에서 승강구에 내내 나와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간 꽁꽁 얼어 죽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들어가서 문을 닫고 또한번 고생해가며 번갈아 번갈아 깨진 유리창의 신세를 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차가 잠시 정거했던 어떤 정거장을 떠나게 되자, 톰슨은 명랑하게 뛰어 들어오며 고함을 질렀다.
“됐어, 이젠! 이번엔 저 제독(提督)을 넘어뜨리게 될 거야. 저것에서 냄새를 앗아버리는 물건을 입수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것은 석탄산(石炭酸)이었다. 그는 석탄산이 든 유리병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걸 온 곳에 뿌렸다. 사실인즉 총상자니, 치즈니, 온갖 것이 석탄산에 푹 담겨버렸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꽤 희망을 품고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두 가지 냄새가 섞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아니, 얼마 안 가서 우리는 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톰슨은 그의 물들인 큰 비단 손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면서 낙심한 투로 말했다.
“그것도 소용없어. 저걸 두 번 다시 치워버릴 수가 없네. 우리가 자기를 누그러뜨리려고 갖다 대는 걸 죄다 제가 이용해 가지고 거기다가 자기의 향취를 가미해서 우리를 역습한단 말이야. 헌데, 여보, 처음보다 차 안은 지금 백 갑절이나 더 형편없이 됐지 않소? 난 송장이 저렇게도 몸이 달아서 자기 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는 건 처음 보겠어. 정말이요, 여보, 처음 보겠소. 내가 철도국에 근무한 이래로는 아까도 당신한테 얘기했지만 저런 송장은 여러 번 실어봤단 말이요.”
우리는 동태처럼 꽁꽁 얼어붙어 가지고는 다시 차 안에 들어갔다. 헌데, 맙소사, 이제는 들어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들락날락하며 번갈아서 얼었다가 녹았다가 숨이 막혔다가 했다. 약 한 시간 후에 기차는 또 한 정거장에서 섰다. 그리고 그 정거장을 떠날 때 톰슨은 주머니 하나를 들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여보, 저걸 한 번만 더 시험해 봐야겠어―――이번 한 번만. 이번에 저걸 못 잡으면 우리는 그만 항복하고 마는 수밖에 없단 말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는 닭털 잔뜩과 말린 사과니, 담뱃잎이니, 넝마니 낡은 구두니 유황(硫黃)이니 아위(阿魏)니, 그밖에 이런 것 저런 것들을 가지고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마룻바닥 한가운데에 있는 철판 위에 쌓아놓고 거기에 불을 댕겼다.
이것들에 불이 잘 당기기 시작하자, 저 송장까지도 이걸 견디어낼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할 지경이 되었다. 이 냄새에 비하면 전에 맡았던 모든 냄새는 약과였다―――그리고 웬걸, 이 속에서도 원래의 냄새가 엄연히 고개를 들어 코를 찌르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다른 냄새들이 원래의 냄새에 더 큰 위력을 주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 냄새의 강렬함이라니! 나는 차안에선 이런 생각도 못했다―――그럴 겨를이 없었다―――승강구에 나와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톰슨은 승강구로 향해 돌진해 나가다가 질식하여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옷깃을 잡아 그를 끌어내려다가 그러기 전에 나도 거의 질식할 지경이 되었다. 우리가 다시 숨을 돌렸을 때 톰슨은 실심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여기에 나와 있어야겠소, 여보. 그러는 수밖에 없겠소. 달리는 도리가 없는 걸요. 저 지사(知事)님이 혼자서 여행하시겠다는데, 그것도 결심이 여간 굳은 게 아니니 우리는 못 이기겠는 걸요.
그리고 이윽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게다가 우리가 중독에 걸렸다는 걸 모르시오? 이게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오. 이렇게 하면 티푸스에 걸리게 마련이랍니다. 나는 벌써 천국이 눈에 보이는 것 같소. 정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손에 뽑혔습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 뽑혔듯이…….”
한 시간 후에 우리는 다음 정거장에서 꽁꽁 얼어 무감각이 된 채로 승강구에서부터 내려졌다. 그리고 나는 금방 악성 발열을 일으켜 3주일 동안은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었다. 그 후에야 나는 그 몸서리나는 밤을 내가 같이 지낸 것은 소총이 든 무고한 상자와 역시 무고한 다량의 치즈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소식은 나를 구해주기에는 때가 늦은 것이었다. 상상력이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인데 나의 건강은 영원히 망쳐지고 말았다. 보양지(保養地)로서 버뮤다 섬에 가도, 다른 어떤 곳에 가 봐도 건강이 회복될 수는 없었다. 지금은 나의 마지막 인생항로이다. 나는 지금 죽음의 귀로(歸路)에 올라 있는 것이다.
[끝]
20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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