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영어공부
나는 월요일이 되면 아침부터 바쁘다. 10시반부터 방배1동 주민센타에서 하는 영어회화공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은 50대에서 60대 70대이다. 50대는 젊은 축에 들어간다. 나는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줄 알았는데 72살 75살 여학생도 있다. 선생님은 50대의 여성으로서 자그마한 체구에 또록또록하고 번치점프도 두 번이나 했다는 다구진 선생님이다. 수강생은 여자가 10여명 남자는 나 혼자이다. 처음에는 남자가 한명 더 있었는데 도중에 빠져버렸다.
내가 청일점이므로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좀 쑥스럽기도 했으나 어차피 공부하러 온 것인데 뭐 어때 하고 하다 보니 지금은 그렇게 부자연스럽지가 않다. 하긴 나는 이런 경험이 전에도 있다. 작년 봄 이화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 공부 반에 들어갔더니 거기도 학생 20여명이 전부 여자이고 남자는 교수님과 나 두 사람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자들 사이에서 조금도 주저함없이 열심히 3개월간 공부를 한 적이 있으므로 이런 상황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그런데 이 영어회화공부가 생각외로 재미가 있다 . 선생님이 영어회화는 용기를 가지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체면 생각하지 말고 많이 망가질수록 공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론이다. 그런 면에서는 나와 코드가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옆의 여자분이 소리를 조그맣게 내면 쥐구멍에 숨듯이 하지 말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고 훈수를 둔다. 학생 치고는 좀 건방진 학생이지만 공부를 위한 조언이니 선생님도 오히려 격려를 해 준다. 공부내용은 주로 해외여행 갈 때 필요한 Airline ticketing, Do you like korean food ? shopping시의 간단한 대화등 일반생활에 필요한 기초영어로써 그대로 일상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바로 쓸 수 있는 쉬운 영어들이다. 그런데 이런 기초영어도 자꾸 해 보지 않으면 머뭇거리고 바로 말이 튀어나오지 않는 게 우리들이며 이게 바로 우리 영어교육의 맹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우리도 필리핀이나 인도처럼 우리말과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해서 아예 어릴때부터 일상화하면 영어를 우리말처럼 사용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국어학자들은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내가 직장 다닐 때 인도로 수입관계 출장을 간 일이 있는데 인도에서는 저 시골 구석에 있는 농사꾼이라도 영어를 다 하는걸 보았다. 매우 부러운 생각이 들었으며 우리도 저럴 수 있게 교육제도를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도 내가 교육부장관을 했으면 과감하게 이런 제도를 도입했으리라 생각된다.
어제는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냉커피를 한잔 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날씨가 워낙 더우니까 그 냉커피가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미처 컵 치우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나와 버렸다. 앗 차 싶은데 도로 돌아가기도 뭐 하고 해서 저녁에 선생님에게 카톡으로 ‘선생님 오늘 냉커피 잘 마셨습니다. 그런데 나오면서 깜빡하고 컵을 치우지 않고 그냥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어차피 이 강의를 3개월동안 듣기로 했으니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 공부가 나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음 9월부터는 일본어 중국어도 들어보려고 한다. 꼭 어디에 써 먹으려고 하는 것보다는 배우는 자체가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다. 일본어는 어느정도 대화가 가능하지만 중국어는 전연 못하니 배워서 중국 여행갈 때 좀 써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어학에는 어느 정도 자질이 있고 또 열심히 해 왔다. 그리고 외국인과 대화 할 때는 주저함이 별로 없다. 그래서 서툴더라도 무턱대고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고 부딪쳐 보기를 잘한다. 어차피 자기들도 우리말 서투른 것과 무엇이 다른가 ? 나이가 좀 들었지만 어학공부에 나이가 무슨 대순가 ? 젊은 사람들과 맞붙어 배움의 경쟁을 해도 얼마든지 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다만 체력이 딸려 시간이 길면 좀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일본어는 중급반에 들어가고 중국어는 초급반에 들어가서 열심히 하여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고 보람을 찾으려고 한다. 이것도 어차피 내 인생에서의 중요한 한 과정이다. 순간순간을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보람된 일인가 !!
첫댓글 내가 정년을 하고 배운 것이 일본어였습니다.
중급까지 배웠으니 회화와 日作도 좀 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 마침 동경대에서 포스닥을 하던 아들이 초청을 해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말로 회화를 하려니 입에서만 뱅뱅돌고 밖으로는 나오지를 않더라구요
역시 회화는 반복적 상용과 무데뽀로 무닥치는 것이 최고라고 합니다.
카나다 록키를 여행할때 산속 호텔에서 아들에게 소식을 전해야 하겠는데
한글 워드가 되는 컴퓨터가 없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짧은 영어실력으로
도착 소식과 구경 소감을 영어로 써 보냈는데 후에 집에 오니 아들내외(여어를 잘함)와
사위(영어를 잘함)가 아주 완벽한 영작이라며 칭찬을
해 주더군요.
사람이 위기에 부딛치면 그 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는걸 배웠습니다.
지금은 안됩니다. 그 때만해도 20여년전이었으니까 여어를 조금 했지요. ㅎㅎ
하야님의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느다. 호랑이는 뭐가 달라도 좀 다르지요..ㅎㅎ
용기를 북돋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는지요?
점점 더 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