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누구에게나 특별한 하루를 더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오늘부터 여행기를 연재하게 된 여행작가 HARU입니다. 숙명처럼 여행하고 글을 쓰는 게 직업이지만 하루하루를 더 특별하게 보내고 기록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앞으로 저의 여행과 함께해주세요.
슬기로운 언택트 여행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의 일상과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여행도 달라졌습니다. 해외보다는 국내, 단체보다는 개별 여행으로 거기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한적하게 쉴 수 있는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코로나 시대의 여행법은 이전과는 달라야겠죠? 그래서 제가 슬기로운 언택트 여행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되 자연 속에서 사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를 하나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광릉숲에 조성된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경기도 포천 광릉숲입니다. '광릉(光陵)'은 조선 세조의 왕릉입니다. 광릉을 둘러싼 능림(陵林)을 광릉숲이라고 부릅니다. 경기도 포천과 남양주, 의정부에 걸쳐 2200ha 이르는 광대한 규모를 자랑하는데다 능림으로 지정되면서 550년 이상 보존된 원시의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광릉숲 하면 국립수목원을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이 광릉숲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국립수목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광릉숲의 잘 보존된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단,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평일 하루 5000명, 주말과 공휴일은 35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한다는 점 참고하세요. 예약은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에서 할 수 있습니다.
광릉숲 따라 걷기 좋은 광릉숲길
광릉숲에 조성된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제가 진짜 소개하고 싶은 코스는 국립수목원이 아닙니다. 광릉숲을 따라 걷기 좋은 광릉숲길입니다.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 입구에서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입구까지 조성된 3km의 숲길입니다. 광릉숲을 둘러싸고 걷기 좋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편하고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랍니다. 국립수목원에서 길을 시작해도, 봉선사 입구에서 길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왕복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광릉 숲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 난 수목원로 따라 조성된 광릉숲길
남양주 봉선사 입구에서 국립수목원으로 가는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습니다.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를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답니다. 이 도로를 따라 광릉숲길이 이어집니다. 차를 타고 지나치던 숲을 가까이에서 보고 걸으며 느낄 수 있는데요.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걷기 편한 보행로를 조성해두었답니다. 숲이 우거져 그늘이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지루할 틈 없이 달라지는 나무와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를 자극하는 피톤치드와 귓가에 울려퍼지는 새소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이날 뻐꾸기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얼마나 신기했던지요.
광릉숲길 안내도
3km 코스에는 숲속정원과 돌담정원, 습지정원, 쉼터정원, 그늘정원 등이 조성돼 있고 구간마다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식물마다 이름표가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어요.
휴식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광릉숲길의 쉼터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와 쉼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숲속도서관도 조성해 놓았어요. 가만히 앉아서 숲에서 보내는 시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내려두고 여류롭게 숨을 고르기 딱이랍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비
광릉숲길을 걷다보면 이 숲의 주인격인 광릉을 만나게 됩니다. 조선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지요. 잘 보존된 광릉숲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있고요. 입구부터 왕릉의 위엄이 남다른 건 숲의 기운 때문이기도 합니다. 광릉의 잘 보존된 숲길도 꼭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광릉으로 가는 숲길
광릉 일대는 왕의 사냥터였다고 하는데요. 1468년 세조의 왕릉과 왕림으로 지정된 이후 일반의 출입과 경작이 금지되면서 왕의 숲으로 오랜 시간 보존되었습니다. 500년이 넘게 보존된 숲은 마치 원시의 숲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느껴집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사색하기에도 정말 좋은 길이었습니다.
세조와 정희왕후의 무덤인 광릉
광릉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와 정희왕후의 무덤입니다. 가까이 가볼 순 없었지만 양쪽에 보이는 왕과 왕후의 무덤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왕이 숲의 주인이 되면서 백성들에겐 빼앗긴 숲이 돼버렸지만 지금의 우리는 잘 보존된 숲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릉숲길에서 광릉을 실제로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드는 묘한 순간이었어요.
조선시대 한옥을 만날 수 있는 광릉의 제실
제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이 머무는 제실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기품 있는 한옥을 보니 여유도 느껴지고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보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광릉의 하마비, 조선 왕릉 중에 유일한 하마비다.
광릉에서 눈여겨볼 비석이 있습니다. '大小人員皆下馬(대, 소인 모두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고 써 있는 하마비입니다. 이 하마비는 조선 왕릉에서 유일하게 광릉에만 남아있는 색다른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광릉의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은 계속 이어집니다. 탁 트인 풍경이 나타날 때면 잘 보존된 왕의 숲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마음까지 초록색으로 물드는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왕복 1시간 내외로 완주 가능한 광릉숲길
봉선사에서 국립수목원까지 광릉을 들르더라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면 여유롭게 1시간 30분 정도면 산책을 마치기 충분합니다. 국립수목원까지 함께 둘러본다면 반나절 정도 시간을 들여야되겠지요. 걷기 좋은 길이라 남녀노소 편하게 걸을 수 있고 광릉숲을 가까이 느끼기 충분합니다.
광릉숲 둘레길 안내도
광릉숲길 산책이 아쉽다면 광릉숲 둘레길 투어에 나서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최근에 시민들의 공모로 '유네스코 국립수목원길'이라는 이름도 얻었는데요. 광릉숲을 둘러싼 다양한 코스를 이용해 주변 마을과 풍경을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이랍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로 만나는 광릉숲
남양주 봉선사 입구
광릉숲길 산책에 하나 더 추가할 곳이 있다면 바로 봉선사입니다. 969년에 창건된 봉선사의 원래 이름은 운악사였습니다. 1469년 정희왕후가 세조를 추모하며 운악사를 중창하고 봉선사라고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광릉숲을 끼고 있는 봉선사의 고즈넉한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국립수목원 예약을 못했다면 봉선사를 코스에 추가해도 좋습니다.
산책하기 좋은 봉선사 연못
봉선사 입구에는 두개의 연못이 있는데 여름이 되면 이 연못이 연꽃으로 물들게 됩니다. 연꽃 장관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은 곳이지요.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습니다. 연못 근처엔 사찰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서 카페 나들이로도 추천할 만합니다.
봉선사의 한글 현판
일주문에도 한글로 '운악산 봉선사'라고 쓰여 있었는데 법당에도 한글로 쓴 현판이 보였습니다. 대웅전을 '큰법당'이라고 써놓았습니다. 사찰의 건물마다 한자로 된 현판만 보다가 한글로 된 현판을 보는 게 신기했습니다.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어려운 한자 대신 한글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 숙소에서 바라본 광릉숲(1)
봉선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템플스테이는 누구나 사찰에서 하루를 보내며 마음을 돌아볼 수 기회인데요.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휴식형 템플스테이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불이나 108배 등을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사찰에서 하루를 보내며 쉬어갈 수 있어요. 템플스테이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만 보아도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템플스테이로 봉선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각을 했어요.
봉선사 템플스테이 숙소에서 바라본 광릉숲(2)
템플스테이 숙소는 매우 쾌적하고 깔끔했습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고도 사색과 휴식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선사 템플 스테이를 체험하고 싶다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템플스테이(www.templestay.com) 홈페이지를 확인해보세요.
광릉숲에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스님과 산책하고 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가 특별한 건 바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광릉숲 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말 템플스테이 참여자에 한해 스님과 함께 비밀의 숲을 걸으며 명상과 산책을 할 수 있어요. 누구나 들어갈 수 없는 광릉숲 일부 구간을 걷는다니, 특별한 기억이 되겠지요.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스님과 함께하는 명상도 새로운 경험이 됩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 한해 돌아볼 수 있는 광릉숲 일부 구간
피톤치드를 마시며 새소리를 들으며 비밀의 숲을 걷는 시간은 정말 새로웠어요. 잘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숨 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로 광릉숲과 나 자신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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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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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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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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