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2023.3.12.
노년은 특별한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아동기, 청년기, 장년기, 중년기를 거쳐 노년의 삶을 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노년은 이런 인생의 마지막 한 시기일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새삼스럽게 노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 사람의 수명이 최근 100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끝나기 전까지 전 세계 사람의 평균 수명은 30~40세에 불과했다. 수족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능력껏 일을 해 양식을 마련하면서 살다 죽는 것이 보통 사람의 인생이었다. 그러니, 정년이라는 제도도 자리 잡지 않았다. 특히,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1년 83.6세로 늘어났고, 최빈사망연령(2015~2019년 기간의 5년 평균)은 남성 85.6년, 여성 90년이다. 이러니 한국 사회는 불과 5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세계에서 가장 평균 수명이 긴 나라 중 하나)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흔히 60세도 되기 전에 퇴직하니 은퇴 후 30~40이라는 성년기의 반에 달하는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88세 이 씨는 전문직을 그만둔 후 다양한 사회 활동과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재정적으로도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산다. 69세인 정 씨는 새벽 3시 50분 첫 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출근한다. 정 씨는 사무실에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하면서 생활비를 번다. 정 씨는 스스로 일을 해 살 수 있으니 다행이라 여기면 산다. 72세인 김 씨는 모아둔 자산도 없이 기초연금만으로 쪽방에 살며, 병마와 싸우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원할까? 당연히 이 씨와 같은 여유롭고, 건강한 노년의 삶을 살고 싶다. 그런데, 이런 소망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흔히 노인의 4苦(질병, 빈곤, 고독(소외), 무위(無爲:할 일 없이 무료함)를 말한다. 이런 많은 노인이 직면한 괴로움은 <<나이 듦 수업: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에 나온 것처럼 우리가 많이 늘어난 수명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로병사의 순환을 벗어난 생명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어느 정도는 4고를 줄일 방법이 있지 않을까?
먼저, 질병은 건강은 유전인자의 영향을 받지만, 이것만이 건강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년기의 건강은 생활 습관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좋은 식습관과 무리하지 않고 몸을 꾸준히 움직이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한다. 그러니, 습관을 정복해 질병에서 벗어나지는 못할지라도 평균 남성은 14년, 여성은 20년이라는 건강하지 못한 말년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자존감을 해치지 않고, 가족의 짐(병간호의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다.
노인 빈곤은 특히 OECD 국가 중 특히 한국에서 심각하다. 부가 신분의 상징인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 한국에서 빈곤은 자존심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하다(한국 노인의 33%가 우울증을 앓고, 자살률은 10만 명당 82명으로 OECD 평균의 10배이고 빈곤층 45%이다). 사회보장 제도가 늦게 도입되고, 연금 가입자 비율이 낮은 데다 자녀 교육비 등 양육에 과도한 돈을 쓰느라 노년을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한다. 이러니 갈수록 자녀가 부모를 봉양할 수도 없고, 공공 연금도 제 기능을 할 수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노년을 경제적으로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빚과 소비의 유혹이 넘치는 시대에 노년을 대비해 분에 맞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참고로 2023년 2월 기준 60세 이상 고용률도 42.8%에 이르러 노년 세대가 경제적 필요에 따라 경제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고독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한다. 사회적 교류가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라 하지 않나. 그런데도, 불행하게 가족 내에서도 황혼 이혼도, 졸혼도 늘고, 결혼을 안 하거나 이혼이 급증하고, 자녀와도 소통이 갈수록 어려운 시대다. 부부 사이에도, 가족 사이에도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제일 소중하고 지속되는 친밀한 관계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자기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유연하게 다시 생각해 보고, 먼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감사하고,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자녀가 다 성장한 노년기는 가족을 넘어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서 관계의 폭을 넓히고 깊게 할 필요가 있다. 고독사 같은 끔찍한 상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무위(無爲)는 일과 가족을 돌보는데 바쁘다 일거리 없이 밀려나는 노년이 겪는 자괴감이다. 사실 일에 밀려 살 때는 삶의 의미보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압박감, 사명감에 쫓겨 산 것이라 해야 할 수도 있다. 노년이 되면, 이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꼭 생계비를 버는 일이 아니라 봉사나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보람 되게 살 수 있으니 이는 노년에 오는 새로운 삶의 길이다. 또, 정년의 나이에 매이지 말고 급여가 적어도 꿈꾸었던 일을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노년도 우리 인생의 한 과정이다. 그런데, 영원한 젊은 외모와 육체적 매력을 추구해 백발, 주름 등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을 감추려 할 필요가 있을까? 노화는 수치스럽거나 병적인 현상이 아니다. 노화를 영원히 막을 수는 없으니, 잘 늙어가는 지혜와 방법을 찾는 게 낫다. 헛되이 젊은 외모를 동경하고 젊어 보이려 꾸미기보단 삶을 통해 얻은 깊은 사유를 빛내야 하는 시기가 노년이 아니겠는가.
*참고문헌*
고미숙, 정희진, 김태형, 장회익, 남경아, 유경 <<나이 듦 수업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파주:서해문집, 2016
우리도 결국 노인이 된다: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https://namu.wiki/w/%EA%B1%B4%EA%B0%95%20%EC%88%98%EB%AA%8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47148?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