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의 이면을 품어주는 공간 <심야식당>
사람이 음식으로 기억될 때가 있다. 함께 먹었던 음식이 사람에 대한 기억을 불러오고, 사람에 대한 기억이 다시 음식을 부른다.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심야식당의 손님이 될 자격이 있다. 밤 12시. 대부분이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문을 여는 식당이 있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재료가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메뉴도 만들어준다. 손님들은 주인장을 마스터라고 부른다.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는 한쪽 눈에 칼로 베인 듯한 상처가 있음에도 선한 인상을 풍긴다. 손님들은 짝을 지어 오거나 혼자 오는데, 혼자 왔다 짝을 이뤄 나가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사연 있는 사람들이 주로 온다. 한물간 스트립쇼 걸, 게이, 조폭 등등. 그들은 곧 단골이 되고, '늘 먹던 거로요'라고 주문을 한다. 어느 날 식당에서 손님이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함이 발견된다. 마스터는 유골함을 들고 근처 경찰서의 경관 코구레(오다기리 조)를 찾아간다.
아베 야로가 2007년부터 연재한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이후 <MBS>에서 제작한 TV드라마로 실사화돼, 2009년부터 전파를 탔다. <도쿄 타워>의 마쓰오카 조지 감독이 드라마 공동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영화를 연출했다. 드라마 출연진인 고바야시 가오루와 오다기리 조가 각각 드라마와 같은 역할로 주연을 맡았다. 만화 <심야식당>은 매회 한 가지 음식을 주제로 음식과 손님의 사연을 엮는 에피소드 형식을 취했으며 드라마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영화는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 등 몇개의 음식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엮는 원작의 구성을 가져오되, 의문의 납골함을 통해 챕터를 아우른다.
납골함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어쩔 수 없이 극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여기에서 죽음이란 어떤 심오하거나 무거운 것이 아니다. 제의에서 음복과 추도사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사람과 음식을 연결하고, 사람을 기억하는 것으로서의 죽음이다. 죽음은 심야식당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시간과도 관련된다. 심야식당 문을 여는 자정은 대부분이 잠든 무의식의 시간이며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아웃사이더이다. 이를 통해 삶의 이면을 품어주는 공간으로서의 심야식당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빨간 문어발 비엔나와 사각형 프라이팬에 굽는 계란말이 등 심야식당 단골메뉴를 눈으로 맛보는 재미가 있다.
[ 뉴스 글_김소희 ] | 씨네21 | 2015.06.17 09:01:36
첫댓글 저도 이거 드라마로 여러번 봤는데요,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드라마인데
음식이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거.
걍 평범해보이는 거. 이게 바로 이 드라마의 강점인가? 하고 생각한 게 여러번이었죠.
음식에 담긴 스토리가 중요한 듯....우리 음식이 아니고 평범한 식당이니 음식도 지극히 평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