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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몽주(鄭夢周)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처 죽어
백골이 진토(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감상 : 널리 회자된 유명한 적품으로 이방원의 <하여가>에 답해 지은 것이라 전한다. 고려왕조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강하게 나타낸 충신의 절의가다. 일명 '단심가'로 불린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2) 이방원(李芳遠,태종)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긔 어떠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감상 : 정뭉주의 의중을 떠보기위해 지은 일명 '하여가(何如歌)'라 한다. 역사적 배경을 떠나서, 인생을 모나지 않게 둥굴둥굴 원만하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3) 이조년(李兆年 )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은 삼경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 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
감상 : 작자는 고려말삼은(三隱)의 한 사람. 봄이 무러익는 밤, 다정다감으로잠 못 이루는춘심(春心)을 잘 그려냈다.
(4) 이색(李穡)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온 매화는 어늬 곳에 피였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감상 : 고려말 성리학의 대가. 지기지우(知己之友)를 찾는 방황하는 심사를 잘 들어냈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5) 우탁(禹倬)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싀 쥐고
늙는 길 가싀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감상 : 탄로가(嘆老歌) 두 수 중의 하나로 인생의 늙음을 희화적으로 탄식한 작품이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6) 작자 미상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감상 : '말'의 중복을 통하여 한껏 기교를 부린 작품으로 말 많은 세상을 풍자하여 말 조심을 당부한 명편이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7) 길재(吉再)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 드니
산천은 의구(依舊) 하되 인걸(人傑)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감상 : 조선 초기 고려 오백년의 도읍 개경을 찾아 황폐한 모습을 읊은 것으로 인간사 무상함을 탄식한 작품으로
흔히 회고가(懷古歌)라 불린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8) 황희(黃喜)
대초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듣드리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나리는고
술 익자 체 장사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감상 : 세종 때 명 재상인 그가 만년 반구정(파주임진강가)에 은거하며 지은 것으로 대추, 밤, 게, 술, 등을 소재로
농촌가을의 풍요로움과 멋스러움을 잘 그려낸 명품이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9) 작자 미상
천세를 누리소서 만세를 누리소서
무쇠 기둥에 꽃 피어 여름이 이러 따
드리도록 누리소서
그 밧긔 억만세 외에 또 만세를 누리소서.
감상 :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노래가 많은 중 과장법과 반복법을 쓴최고의 작품이다. ('엇시조'로 중장이 약간 길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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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작자 미상
나무도 바회돌도 없은 뫼헤 매게 쫓인 가토리 안과
대천바다 한가운데 일 천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용총도 끊고 돗대도 걷고 치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 치고 안개 뒤섞여 자자진 날에
갈 길은 천리 만리 남고 사면은 검어 어둑 저믓
천지 적막 가치 놀 떳는데 수적 만난 도사공의 안과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가을하리오.
사설시조란 : 조선조 후기 서민층에서 발달한 장형시조다. 짧은 3행에 쌓인 회포를 다 표현할 길이 없어 사설을 늘어놓다 보니 자연 형식이 길어졌다. 작자가 거의 밝혀져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감상 : 위의 사설시조는 졸지에 아내를 잃은 그 황망한 슬픔을 나무도 바위도 없어 숨을 곳이 전혀 없는 산에서 매에 쫓기는 꿩의 불안과 바다에서 해적을 만난 선장의 불안에 견주어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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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양사은(楊士彦)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히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 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돗다.
감상 : 작자는 중종 때 서예가로, 태산을 학문이나 기술의 정상으로 비유하여 못 오름을 탄식하지 말고 계속 연구정진하여 노력할 것을 당부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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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인후(金麟厚)
청산도 절로 절로 녹수도 절로 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감상 : 여기서 '절로'란 저절로란 뜻으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의미다. 모든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순수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 것을 권장한, 자연관의 극치를 보여주는 명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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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성종(成宗)
이시렴 부디 갈다 아니 가든 못할소냐
무단히 슳더냐 남의 말을 들엇느냐
그려도 하 애달애라 가는 뜻이나 일러라.
감상 : 조선조 9대 임금 성종이 직접 지은 것으로 사랑하는 신하 유호인이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사직하니 이를 만류하여 읊은 것으로 임금이 신하를 사랑하고 아끼는 정이 너무도 간절하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14) 황진이(黃眞伊)
어져 내 일이여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감상 : 황진이의 사랑노래로 유명하다. 님을 보내놓고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잘도 그려냈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15)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 날 밤이여드란 구비구비 펴리라.
감상 : 황진이의 대표작으로 모처럼 님이 오는 날은 밤이 왜 그리 짧은지 밤이 가장 긴 동짓달 밤을 베어 두었다가 님 오는 날 밤 이불속에서 길게길게 펴서 즐기리라 읊었다. 양주동 박사는 동서고금 남녀애정을 읊은 최고의 걸작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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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김종서(金宗瑞)
삭풍은 나모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一長劒)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에라.
감상 : 북방 6진을 개척한 김종서 장군의 늠늠한 남아의 기상을 온누리에 떨친 호연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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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정몽주 모친
가마귀 싸호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가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히 씻은 몸을 더러일가 하노라.
감상 : 정몽주가 이방원의 연회에 초대해 갈 때 정몽주 어머니가 지은 것이라 한다. 대적하려는 무리들을 조심하라는 은유적 당부의 말이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18) 성삼문(成三問)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 청청하리라.
감상 : 세조 때 사육신의 한 분으로 세조의 온갖 고문에 맞서 일편단심을 토로한 충신의 절의가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19) 월산대군(月山大君)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낙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감상 : 작자는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부가 아니다. 세상의 명예와 물욕을 다 버린 한 자연인의 깨끗한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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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남구만(南九萬)
동창이 밝았느야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희는 상긔 아니 일었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감상 : 바쁜 농가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근면을 일깨우는 교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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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황(李滉)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뵈도 녀던 길 알페 있네
녀던 길 알페 있거든 아니 녀고 어쩔고.
감상 : 도학자의 대표적 작품이다. 여기서 '고인'은 옛 선현을 말하고 '녀던 길'은 그들이행하던 길이다. 선현의 바른길을 따르려는 학자의 풍모를 엿볼 수 있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22) 정철(鄭澈)
재 넘어 성 권롱 집의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은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희야 네 권롱 계시냐 정 좌수 왔다 하여라.
감상 : 송강 정철은 70여편의 시조를 남겨 양과 질 모두 조선조 최고의 작가다.이 작품은 술과 벗을 찾는 흥취가 멋드러지다. 술 소식을 듣고 누운 소를 발로 박차 성급히 몰아 친구를 불러댄다. 생략과 속도감이 돋보인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23) 정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짐을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점엇거니 돌히라 무거울가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가.
감상 : 훈민가(訓民歌) 16수 중에서 경로사상을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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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임제(林悌)
청초 (靑草)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엇는다
홍안(紅顔) 을 어듸 두고 백골만 무쳣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감상 : 임제가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 읊은 것으로 유명하다. 생전의 그를 그리는 정과 인생무상을 담고 있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25) 이순신(李舜臣)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水樓)에 혼자 앉아
큰 칼을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듸서 일성 호가는 나의 애를 긋나니.
감상 : 충무공이 남긴 유일의 작품으로 장군의 위엄과 더불어 우국충정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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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홍랑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자시는 창밧게 심거 두고 보소서
밤 비에 새 닢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감상 : 작자는 선조 때 홍원의 명기로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최경창을 사모해 지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을 보내며 가사를 바꾸어사용되는 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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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주의식(朱義植)
인생을 헤여 보니 한바탕 꿈이로다
좋은 일 궂은 일 꿈속에 꿈이여니
두어라 꿈 같은 인생이 아니 놀고 어이리.
감상 : 세상 명리를 추구함이 덧없음을 역설한 것으로 인생이 일장춘몽이니 적당히 즐기며 살자는 허무주의적 낙천사상이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28) 윤선도(尹善道)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뫼흘 바라보니
그리든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하랴
말삼도 우움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감상 : 산중신곡 중 '만흥(漫 興)'이라 이름 붙은 작품으로 자연과 하나가 된 물아일체(物我一 體) 의 경지를 읊은 것이다. 세상의 오욕을 다 버린 탈속의 도인을 생각케 한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29) 김천택(金天澤)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마라
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앗겨스라
가다가 중지 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리라.
감상 : 시조 57수를 남긴 '해동가요'의 저자다. 자인자중하여 너무 서두루지도 말고 너무 게을러 쉬지도 말고 시간을 아껴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당부하는 글이다. 학문하는 자세로 좋은 교훈이 된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
(30) 작자 미상
내 해 좋다 하고 남 슬흔 일 하지 말며
남이 한다 하고 의(義) 아니면 좇지 마라
우리는 천성을 지켜 삼긴 대로 하리라.
감상 : 세상 풍조에 따라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기 지조를 지켜 올곧게 살아갈 것을 교훈하는 글이다.
[출처] 고시조 감상 |작성자 들녘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