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뜨린느 드뇌브 (Catherine Deneuve, 1943~)
'카트린 드뇌브' 는 1943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하여, 수십 년간 유럽 영화의 뮤즈
(Muse 女神)로 활약해 온 프랑스의 여배우이다. 10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고,
수많은 저명 감독들과 작업하면서 '커리어'를 만들어왔다. 배우이자 모델로서
'드뇌브' 는 ‘스타’라는 수식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중문화의 상징 중 하나였다.
10대 시절 <황혼기의 소녀들>(Les collégiennes, 1957)을 통해 영화계에 입문
했다. 이후 몇몇 작품에서 작은 역할로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가던 그녀는
'자크 드미' 감독의 뮤지컬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
1964)을 통해 큰 주목을 받으며, 전 세계에 그녀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영화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 '미셸 르그랑' 의 아름답고
처연한 음악과 감각적인 색채가 눈에 띄는 작품으로, 청초하고 아름다운 '드뇌브'
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후 그녀와 '자끄 드미 감독'의 인연은 <로슈포르와 숙녀들>(Les demoiselles
de Rochefort, 1967)로 이어진다. 그녀와 친언니 '프랑수아즈 도를레악(Françoise
Dorléac)'과 영화 속 에서도 자매 사이로 등장하며, <쉘부르의 우산>에서와 마찬
가지로 '미셸 르그랑'의 음악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눈부신 외모만큼이나 연기력을 겸비한 실력 있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 시발점은 '로만 폴란스키'감독과 작업한 <혐오>(Repulsion,1965)를
통해서였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역을 맡아 광기(狂氣)어린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혼자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량을 발휘해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어 그녀는 '루이스 브뉘엘'의 <세브린느>(Belle de jour, 1967)에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낮에는 평범한 중산층 주부로, 밤에는 매춘부로 이중생활을
하는 ‘세브린느’ 역을 맡아 완숙미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브뉘엘'과 그녀는 <트리스타나>(Tristana, 1970)를 통해 재회했는데, 이 영화
에서 그녀는 부유하고 나이 많은 ‘돈로페’에 의해 아름답고 순수했던 처녀에서
세속적이고 타락한 여인으로 변해가는 ‘트리스타나’를 연기했다.
'드뇌브' 는 <미시시피의 인어>(La Sirène du Mississippi, 1969)에 출연하면서,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를 이끌었던 대표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François Roland Truffaut)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그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영화 속에서 그녀의 '클로즈업 쇼트'가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두 사람은 아이를 가지는 문제로 의견 대립을 하다 결국 결별했고, 그 후
10여 년이 지난 후 <마지막 지하철>(Le dernier métro, 1980)이라는 작품을 통해
재회했다. 그녀는 독일 점령기의 프랑스에서 극장을 운영하며 배우로 활동하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잘 표현했으며, 영화는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
<마지막 지하철> 이후 1980년대 그녀는 배우로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며,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인도차이나>
(Indochine, 1992)를 통해 관록 있는 연기를 선보여,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세자르상(Cesar
Awards)'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앙드레 테시네'감독의 <내가 좋아하는 계절>(Ma saison préférée,1993),'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수도원>(O Convento,1995), '라울 루이즈'의 <범죄의 계보>
(Généalogies d’un crime, 1997) 등 문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이어
가던 그녀는 '니콜 가르시아' 감독의 영화 <방돔 광장>(Place Vendôme, 1998)으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녀는 '필립 가렐'의 <밤의 바람>(Le vent de la nuit, 1999), '레오 카락스'의
<폴라 X>(Pola X, 1999)등 새로운 거장들의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넓혀갔다.
'드뇌브' 는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의 <어둠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2000), 프랑수아 오종(Francois Ozon)의 <8명의 여인들>
(8 femmes, 2002), 아르노 데스플래생(Arnaud Desplechin)의 <킹스 앤 퀸>(Rois et
reine, 2004), <비러브드>(Les bien-aimés, 2011)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노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비러브드>는 그녀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Marcello Mastroianni)' 사이에서
낳은 딸 '키아라 마스트로얀니(Chiara Mastroianni)'와 호흡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극중(劇中)에서도 두 사람은 모녀 지간으로 등장하는데,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45년에 걸쳐 엄마에게서 딸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