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갸우뚱하지요.
일 년에 한 번은 심장에 대한
혈액과 소변 검사,
심전도와 운동 부하 검사를 한 뒤
진료를 받는데
오늘은 주치의가 백 점이라며
엄지를 올리고는
당뇨 약도 하향 조정하였다
요즘
잠 자다 깨는 일 없이 통잠을 자고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하는데
매일 이 만보씩 일주일내내 걸어도
피곤한 줄 몰라 갸우뚱하고,
일상의 의욕도 여전하여
아침마다 속옷 텐트를 거둬야 하니
기분은 청명한 가을 날씨 같다.
세월의 흐름이 가팔라져도
얼굴색 좋아졌다는 이야기나
체형이 겨울나무처럼 말랐지만
흠집이나 부러진 데가 없어
가끔씩 갸우뚱하면도
네거리의 신호등 보듯이
한층 주의를 기울인다
겉은 파란 하늘처럼 멀쩡한데
속엔 먹구름이 가득 끼어
갑자기 위기의 비바람 부는 일
종종 보아왔기에
오만과 자만을 경계하며
어디가 아프고 난 뒤에
치료차 운동하는 게 아니라
건강할 때 아픈 이의 절박함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최근 좋아진 건강은
지난 여름 다섯 달 가까이 보낸
파나마의 휴양지 같은 환경에서
맨발의 모래 걷기나
여러 인간관계에서 격리되어
단순하게 살며
어린 손녀들의 에너지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지난해 일손을 놓았을 때부터
진정한 나와의 동행이 시작되어
일 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건강은 많이 회복되었고
시 창작 편수도 왕성하게 늘었고
성경 읽는 시간도 많아졌으며
시와 성경 구절의 암송도 역시 늘었다
다만 좋아했던 등산이나
풍광 좋은 올레길, 둘레길 대신
맨발 걷기 명소를 찾아 나서는
여행의 관점이 조금 달라졌을 뿐,
은퇴 후 계획은
5 년마다 수정하겠지만
지금까진 순항이라고 생각한다.
은혜로 태어난 삶이
구원과 축복을 받아 살아가며
항상 기뻐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명상과 기도를 꾸준히 하여
평강으로 떠날 그날이
어느 날 갑자기 오더라도
아무 걱정 하지 않기로 하였다.
*저녁의 기도
고목같은 친구들
그늘 넉넉한 줄기에
병엽이 생기거나
마른 가지가 부러져
밑둥 뽑힐 아픔으로
기도 소리가 떨리옵니다
당뇨나 관상동맥
신호등으로 바라보지만
눈 감으면 통잠이 오고
의욕도 넘쳐
날마다 나들이 다녀도
지치지 않음에 감사드립니다
혹, 무슨 함정이 있을까
마지막 불꽃같은
이런 건강을 심어놓았을까
신이시여, 소망하오니
질병의 위협으로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소서
여름의 뜨거운 폭염을
잘 견디어왔듯이
서늘한 가을날도
맘껏 받아들이게 하시며
겨울엔 따뜻한 햇볕
넉넉히 허락하여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