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듬지
25기 황무선
파란 창공을 바라보며 하루를 설계한다. 두둥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은 상큼한 마음을 부른다. 아침에 맑은 기운이 덧대어져 한 움큼의 에너지가 온다.
길거리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인사를 나눈다. 나무 꼭대기 줄기인 우듬지는 홀로 우직하게 세상과 맞닿아 있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들은 체 하지 않고 온몸으로 마주한다. 겨울이 오면 윤기없는 낙엽이 되어 지구를 위해 거름이 된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수용하는 우듬지의 정신이 세상을 통달한 선구자처럼 보인다.
우듬지는 가장 먼저 비와 눈을 오롯이 맞으며 삶의 경계선에 서 있다. 아래에 있는 작은 나무 줄기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도 비슷하다. 부모가 되면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세찬 바람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한다. 가정에서도 가족이 합심하여 안간힘을 다했기에 버틸 수 있었을 터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한다. 유년 시절 화목한 환경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행복하다는 것은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몸을 기댈 집이 있었다. 시골에는 대다수의 가정이 생계가 어려웠다. 의도하지 않게 결핍의 꽃 한 송이와 친구가 되었다. 만족한 환경에도 부족함이 있었고 가난한 환경 속에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 웅크렸다. 곤궁해서 내색하지 않았고 들추어 내기가 왠지 쑥쓰러웠다.
나는 시골에서 다양한 색깔의 결핍을 겪으며 아지트에 희망을 그리곤 했다. 혼자만의 공간에 좋아하는 문학의 싹을 틔우며 성장하는 상상을 했다. 어려운 환경에도 눈부신 햇빛은 유리창에서 빛났다. 독서를 즐기며 시선을 확장한 것이 정서에 도움이 되었을 터이다. 내 삶에는 우듬지의 흔적이 배였다. 아무리 힘든 장애물이 닥쳐와도 내 탓이라고 여겼다. 견디고 버티면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삶의 무대에서 맡은바 역할에 충실하며 아름답게 승화하기 위해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자처했다.
언젠가 아버지는 내 이름의 뜻을 말씀하셨다. "호반 무武는 한자 무 武의 훈으로 무술.무사를 뜻한다" 라고 했다. 창을 들고 나가 싸운다는 뜻에서 전쟁, 무사 등의 의미다. 한문의 선先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앞장서서 봉사를 하라는 뜻이다”라고 곁들이셨다. 아버지의 말씀은 가슴속에 각인된 주홍글씨가 되었다. 이름 값을 하기 위해 나태해진 마음을 일깨우고 붙잡았다.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였다. 슬픔을 가누지 못해 목놓아 울고 있었다. 회사에서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 ‘마케팅인상’을 안겼다. 인생이란 기쁘고 슬픈 일이 공존하는 것인가? 좋은 소식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환한 표정으로 박수를 보내 줄 아버지의 부재가 슬펐다. 아무리 웃고 있어도 부모님을 상실한 공허한 빈자리는 무엇으로 메꿀 수 없는 시린 상처였다. 나무 꼭대기에 있는 우듬지 또한 힘든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을까? 우듬지는 힘듦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본인의 방식으로 끌어안는다. 그들의 둥지를 인정하고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본다.
유년 시절 아버지와 맺어진 인간적인 약속은 담금질이다. 당신이 인정해 준 그릇에 물건을 담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다. 부모님이 자식을 인정하고 신뢰하면 용기가 생긴다. 바다를 향해 노를 젓는 뱃사공의 마음이 될 터이다. 요즘 시대에는 멘토가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이끌어 줄 스승이 있다면 그림자로 만족할 터이다. 젊은 세대는 불확실한 현실에 정신적인 스승을 존경한다. 어려운 삶을 스스로 성취하는 것이 보람이 될 터이다. 부단한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우듬지의 정신처럼 숭고하게 느껴진다.
공동체에서 만족한 실적을 내는 동료가 있다. 다른 동료에 비해 성과를 내는 능력자였다. 스스로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디며 마중물이 더해져 새싹을 피우곤 했다. 우듬지처럼 삶을 원망하지 않고 부족함을 채우며 눈보라를 맞으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나는 정년퇴직을 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사람이나 사물을 요모조모 섬세하게 관찰하는 편이다. 글을 쓰면서 웃고 울며 공감하고 있다. 내 글쓰기는 삭히지 않은 떫은 감처럼 완숙되지 않은 순수함이 묻었다. 내 안의 작은 상처들을 곳간에 둔 놋그릇을 예쁘게 닦듯이 치유해 간다. 생활 속의 체험을 표현하며 부족한 점은 사색하면서 반성한다. 삶과 자연, 사물이 글꽃의 소재가 된다.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며 바느질하고 있다. 나는 타인의 장점을 빌려서 부족한 인격에 채우기로 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침묵으로 자신을 지키는 우듬지의 겸손한 무늬를 배운다.
첫댓글 나무 줄기의 꼭대기인 우듬지는 순수한 우리 말이네요.
겨울에도 하늘을 향해 늘 위로 자라려는 그 기상을
생각해 봅니다.
이를 스승으로 승화하고 있는 문우님은 불교에서 지향하는 向上一路(향상일로)와 뜻이 상통합니다.
내 방에는 탄허 큰 스님의 '향상일로'라는 붓 글씨의 액자가 있지요.
나는 여름날 호숫가의 큰
나무로 그늘을 드리우고, 뭍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역활을
하라는 天命을 다 하고자 일로향상하는 삶의 지향점과도 닮아 있는 듯 합니다.
그래써 더욱 공감을 느낍니다.
평소에도 이런 마음으로 서로 의기가 상통하니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 하지요.
잘 읽었습니다.
진일 스님
오랜만에 수필을 올렸습니다.
좋은 스님을 만난 것이 좋은 인연입니다.
우듬지는 나의 스승입니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값을 하려고
부단히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수필을 쓰면서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배워 간다.'
어쩌면 수필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크게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름 풀이를 한두 줄 정도 넣었더라면 읽기가 더 편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김창남 선생님
수필 공부를 하면서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