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5주일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신지요? ♥
혼란과 두려움으로 전지구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몰아넣고 있는 전염병의 위력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으며, 더불어 우리 인간의 연약함도 깨닫게 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얄궂게 시간도 멈춤 없이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으며,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인간들 가운데에는 자기반성 보다는 인종별, 나라별 차별을 통해 같은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며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약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우 분들, 이주 노동자분들, 난민분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분들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요즘, 인터넷과 뉴스에서 보여지는 기부 행렬은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돼지저금통을 깨어 기부하는 어린이들, 직접 만든 마스크를 기부하는 분들, 자신도 어려우면서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동안 모은 돈을 기부하신 독거 어르신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나’만이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음에 희망을 봅니다. 사제로서 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서 미사와 기도하고 있는 저를 바라보며, 무엇이라도 해야하는데 라는 반성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부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끝이 없는 고통이 없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고통의 끝에 희망이 있음을 믿으며 살아갑니다. (제가 제안한 모금 운동에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1독서인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은 바빌론 유배라는 처절한 고통을 맛보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성찰로서 우리에게 위로를 줍니다. 들어보십시오.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 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다 놓겠다.” 언젠가 다시 일상을 허락하신다는 희망과 위로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둠의 터널도 끝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러니 우리도 용기를 내어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하느님께로, 이웃에게로 마음의 문을 열고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2독서인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은 우리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게 해 줍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과 생명의 빵인 성체로 산다고 하셨습니다. 지난 한달 간 사순시기를 보낸 나의 모습은 어떠했는지요? 나의 신앙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한달이었을 것입니다. 혹여 그동안 미사에 대한 갈망, 말씀과 성체에 대한 영적 목마름과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셨다면,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나는 아직 육 안에 있는 자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에 대한 갈망으로 이 시기를 보냈다면, 나는 성령 안에 있는 자가 됩니다. 들어보십시오. “육 안에 있는 자들은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을 모시고 있지 않으면, 그는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행복과 일상과 구원과 부활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하느님께 대한 갈망을 더 키워야 합니다. 죄와 물질적 욕망만을 키워서는 안됩니다. 이 시련은 우리 인류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지구를 사랑하라는, 자신만을 위해 살지 말라는, 거룩한 신호요, 표징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평화방송 미사 참례하시고 계신거죠? 여러분들, 믿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유명한 요한 복음의 마지막 일곱 번째 표징인 라자로의 소생 이야기입니다. 요한 복음에서 표징의 기능은 그분을 믿게 하려는 것으로 모아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지난 주 복음의 눈먼 이가 영적, 육적 눈을 뜨게 되고, 이번 주에는 죽었던 한 생명이 살게 됩니다. 이 사실들은 단 한가지를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의미와 빛과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직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서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이셨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이 시련을 죽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희망도 없이 그저 ‘자 나만 잘먹고 마시자’의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고요와 고통과 죽음의 이틀이 지나고 이제 머지않아 부활의 동이 트는 사흘째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 우리는 남을 단죄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침묵 안에서 내 부족함을 바라보며 어떤 도울 일이 있는지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 묵상하며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서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 사랑하며 이 세상에서 주님께서 우리가 하면 좋아하실 만한 일을 찾아 하도록 합시다.
4월 6일 성주간 월요일부터 미사가 재개됩니다. 가장 슬픈 성주간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가장 기쁜 성주간을 보내고 거룩한 부활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오빌의 금으로 단장한 왕후처럼 우리의 영혼과 마음과 육신을 단장하면 좋겠습니다.
곧 서로 마주보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복된 그날을 기다리며…^^ 파이팅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뜻안에 사는 사람의 죽음은 자신의 헌 옷가지를 벗는 것과 다를것이 없다고합니다. 아버지의 나라를 소유하기 위해 초라한 옷을 벗고 왕 다운 새 옷을 갈아 입는사람으로 은총의 이 시기를 잘 지나보내고 모두가 부활을 맞이 할 수 있기를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