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이어온 전통은 현재에 개량하여 미래로 전해야 할 진실되고 유익한 가치이다.
녹차는, 쪄서 익힌 다음 덩이지어 말린 덩이차에서, 덖어 익힌 다음 비벼서 낱낱이 말린 잎차로, 개변되어 왔다.
오늘날 중국은 덖음녹차를 주로 만들고, 일본은 찐녹차가 주류인데, 우리는 두 가지가 공존한다.
중국은 덖음녹차를 차오찡뤼차(炒菁綠茶초청녹차)라 부르는데, 완성찻닢을 차예(茶葉차엽)라 부르고 원료찻잎을 차찡(茶菁차청)이라 부르므로 찻잎 덖기를 초청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은 찐녹차와 그것을 우려마시는 행위를 센짜(煎茶전차)라 부르는데, 쪄서 만든 찻닢을 우려서 마시면서 달여 만든 차를 달여 마신다고 하는 것은 과거의 낡은 잔재이다.
중국의 호북에서는 은시옥로라는 찐녹차가 옛날부터 났었고, 경도에서 해가림재배를 하여 만든 찐녹차인 우치옥로를 일본인들은 최고급 녹차로 여긴다.
일본에서도 일부 덖음녹차가 생산되는데, 부초차(釜炒茶)라 부른다. 그렇다! 가마솥덖음차이다.
일본인들이 가마라 부르는 솥인 부(釜)는 바닥이 편평하고 원통이 붙어있어서 삶거나 데치거나 시루를 올려놓고 찌기에 적합하고, 찻잎을 덖기에는 반구형의 노구솥인 과(鍋)가 유용하다.
공간이 정신을 고양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도구는 생산을 제고하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냥 '덖음녹차'라 하면 될 것을, '지리산 야생 아홉번 덖고 아홉번 비벼 만든 전통 가마솥덖음녹차'라고 부르면 없었던 향미가 무담씨 생겨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