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 -
밤이 되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할 때 쯤 텐트를 가게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해변 모래사장으로 옮겼다.
텐트 설치하랴 짐 옮기랴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아... 시원하다... 해들해들~~
화창한 날씨라 플라이는 치지 않기로 결정.
옷을 입고 있는데 수진이가 얘기한다.
"어 비온다."
"무슨 비가와?"
"빗소리 나는데... 플라이 쳐야 될 것 같은데...??"
"비는 무슨 비. 빨랑 들어가. 플라이 안쳐 귀찮아. "
수진이와 세인이가 텐트로 들어가고 나는 랜턴에 불을 켰다.
"인철아 비와. 얼굴에도 맞았어. "
"아빠 비오는거 맞아. "
"먼소리야... ??"
텐트에 들어갈려고 할 때 세인이가 소리쳤다.
"아빠 벼룩이야!!!!"
"엄마~~ 이게 뭐야!!!!"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 조우 -
급히 헤드랜턴을 찾아 머리에 달고 텐트문을 열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모랫빛 조그만 벌레들 수백마리가 날뛰고 있었다.
거의 사람 앉은키만큼 뛰어오르며 어떤 놈은 얼굴에 어떤놈은 팔에 이리저리 부딪힌다.
"때려도 안죽어!!!!" 세인이가 외쳤다.
이 놈들은 낮에 해변에서 놀 때 바닷물 속에서 내 다리를 기어오르던 놈들...
기어오를 때 마다 따금거릴 정도로 살을 꼭 잡고 기어오르던 힘 좋던 놈들...
뒷다리 네개가 유난히 뒤에 달려있어 마치 다리가 네개만 달린 짐승처럼 생긴
자세히 보면 딱딱한 등딱지가 공벌레처럼 층이져있던 놈들...
흠.... '비가온다' 라.... 이놈들이었군... 히히히 큭큭큭 (극도의 공포로 정신이 몸을 떠나는 중... @.@)
"아빠 정신차려!!!" 세인이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수진이가 섬섬옥수로 바닥을 미친*처럼 두드리고 있다. -.-;;;;;;;;
부들 부들 떨며 한 번 나도 벌레를 때려봤다. 퍽!!!
헉!!! 안죽는다.
휴지를 들고 바닥을 비비기 시작했다.
겨냥이고 뭐고 없었다. 그냥 바닥 한곳만 죽어라 비비면 옆에 있던 놈들이 밀려들어와서 죽는다.
빗소리는 계속되었다. 후두둑 후두둑...
한 구석에서 한참을 그렇게 물벼룩을 잡다 뒤를 돌아 보았다.
분수를 본 적이 있는지.......
조그만 물방울 수백개가 튀어오르는 광경을 본 일이 있는지...
'문을 열어뒀던가..?'
순간적으로 방충망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봤다. 까만 방충망을 두 손으로 벌리고 들어오는 수십마리의 모랫빛 좁쌀만한 물벼룩들을...
그리고 그중에 메쉬창을 벌리고 다시 밖으로 유유히 기어나가던 힘좋은 물벼룩.. 방충망을 2/3쯩 통과하다 말고
몸을 돌려 날 바라보더니 더듬이 처럼 생긴 것 한쪽을 깜빡 하며 인사를 하던..... 물벼룩을 -.-;;;;;;
"텐트 버려!!! 나가 나가 나가!!!"
정신없이 바닥을 때리고 있던 수진이와 세인이가 바닥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은채 날 바라봤다.
둘 다 정신을 놓은 듯 입꼬리 양쪽에 미소를 띄고 있다.
"나가 밖으로 나가!!"
텐트를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수진이와 세인이를 텐트옆에 세워둔 차에 태우고 차를 타기 전에
무심코 바닥에 불빛을 비췄다.
바닥이 움직이고 있다. 수십개의 모랫줄이 바닥을 뱀처럼 기어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해변을 떠나왔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몇가지 기억나는 건 수진이가 차를타고 가면서 여러번 웃었다는 것과
세인이는 "때려도 안죽어!!!" 를 수십번씩 반복했다는 것과
미친듯이 차를 몰아 해수욕장 밖으로 나가는 중에 스쳐지나가던 노래 '네박자' 소리
그리고 그 옆에서 덩실덩실 춤을추던 사람들.... -.-;;;
여관을 잡았다. 군대 휴양관 같이 생긴 방... 2만5천원을 내고 하룻밤을 묵었다.
- 아침 -
계획은 간단했다. 아직 물벼룩이 안에서 뛰고 있으면 텐트를 뒤집어 털어버리기로.....
햇빛이 화창한 아침 8시에 다시 신전해수욕장으로 짐을 가지러 들어갔다.
다행히 물건들은 그 자리에 잘 있었다. 텐트안을 보니 물벼룩 수십마리가 텐트안에 말라죽어 있다.
텐트를 뒤집어 탁탁 털어내버리고 주인아저씨께 인사드리고 배타고 진도로 나와 남해 은모래 해수욕장에서 일박후
함께한 대구 사촌형의 권유로 대구에서 1박후 집으로 돌아왔다.
7박 8일의 캠핑 계획이 캠핑 3박에 끝나버렸지만 아무도 캠핑이 빨리 끝난 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거의 캠핑에 정이 떨어져버릴 정도로 최악의 3일이었으니까... 은모래 해수욕장에서는... 그만하자. 말하기조차....

나머지 시간동안 찍은 유일한 사진. 남해 가는길 보성 녹차밭.
- 마지막 4부로 이어집니다. -
첫댓글 그 벌레 말만들어도 섬찟하네요.
말 그대로 섬찟합니다. 외계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여관방에서 자면서 꿈에 나왔습니다. 소름이 쫙!!!!! -.-;;
섬을 향해 모빌을 올렸던 순간의...밀려드는 미지의 행복감을 자꾸자꾸 되새김하셔여^^...벼룩이 나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