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한티 가는 길 / 안용태시인
골골이 찢긴 속살 만져 보지 않고
누가 한티를 말하랴
동백꽃 뚝뚝 모가지 떨어져 구비구비 울어도
돌아보지 않는 야속한 냇물아
어디까지 흘러가야 씻겨 지려나
피 맺힌 골짜기여 한 맺힌 여울이여
그대 뼈 묻은 고샅길 따라
고행의 순례길 한티 가는 길
돌아보고, 비우고, 뉘우치고, 용서하고
사랑하라하기에 그래, 그래야지
묵주 알 닳고 닳도록
가실에서 한티까지 굳은 다짐도
피정의집 앞마당 억새 숲에 서면
한 줄기 소슬바람에 헝클어지는 마음
내 봉두난발 움켜잡아
술렁이는 억새꽃들
◇안용태 = 2000년 해동문학 등단, 한국문협 대구시인협회원, 계간 ‘시와시와’ 발행인, 저서 시집 ‘몽돌’.
<해설 / 박윤배 시인> 돌아보고, 비우고, 뉘우치고, 용서하는 시간이 시인에게 있었던가 보다. 그런 힘든 시간이 지나면 대개의 사람들은 모든 욕망을 내려놓게 된다. 또는 신 앞에서 평온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안용태 시인이 시 속에 담아낸 배경이 성지가 있는 한티로 가는 길이라면 아마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미 성지에 한 발짝 들여놓을 때, 느껴지는 지난날 박해의 아픔이 주는, 고행의 교훈이 찐득하게 피땀으로 배어 나오는 그런 시다. “사랑하라하기에 그래, 그래야지” 이 부분은 성지인 한티의 말을 시인이 대신 받아 적은 중심 메시지인 것이다. 갈등과 대립이 극한에 이른 현 시국에게도 길을 안내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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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행의 순례길
한티가는길
돌아보고
비우고
뉘우치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비내리는 이 아침에
우리네 인생사를 그려놓은 듯한 시를 접하며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하느님만이 주시는 참평화를 누리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