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쾌한 깃발의 시작은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때 처음 등장한 장수풍뎅이연구회가 기폭제가 됐다. 그간 대규모 집회에선 노동조합, 대학, 시민·농민단체 등 특정 이념이나 지향을 가진 단체들의 깃발이 나부꼈다.
지난 3차 촛불집회때 광화문광장에 장수풍뎅이연구회라는 뜻밖의 단체 이름이 혜성처럼 나타나자 트위터 이용자 등은 큰 관심을 보이며 화제가 됐다. 정치적 지향이나 진영을 알 수 없는 장수풍뎅이연구회란 이름에 네티즌들은 "누가 장수풍뎅이연구회를 화나게 했나" "장수풍뎅이연구회를 분노하게 한 박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호응했다.
이후 트위터 등에서 다양한 관심을 반영한 모임들이 태동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의 모임인 ‘전견련’, 파충류 애호가들의 ‘허물없는 세상’, 국경 없는 ‘어항회’, ‘화실련(화분 안 죽이기 실천시민연합)’ 등이 생겨나며 유쾌한 패러디가 이어진 것.
이날 실제로 장수풍뎅이연구회를 비롯해 민주묘총, 범야옹연대, 범깡총연대, 얼룩말연구회, 거시기산악회, 전국양배추취식연합회, 트잉여운동연합(트위터를 하는 잉여인간의 줄임말), 안남대학교 리볼버과, 나만고양이없어, 햄네스티 인터내셔널, 일 못 하는 사람 유니온 등의 깃발이 휘날렸다.
집회에 참석한 홍 모씨는 “민주묘총이란 조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티셔츠까지 구매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집회가 즐겁고, 축제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시위 때 가장 빵 터졌던 순간은 장수풍뎅이 깃발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던 얼룩말연구회 분들. 헤어진 가족 만난 듯 정말 환한 미소셔서 마음이 급따뜻해졌어요"라고 적었다.
http://v.media.daum.net/v/20161120061016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