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손길
건강한 아침 길을 걷습니다. 한 곳, 목적지를 정해 놓고, 그곳을 돌아 교회로 향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건강하세요!” 마스크를 끼어서 얼굴은 볼 수 없지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빈도가 높아만 갑니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요. 주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과는 좀 더 긴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오늘도 운동 나오셨네요.”, “어디에 사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제가 머무는 공간과 하는 일 그리고 신분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멀리 보이는 한 건물을 가리키며 어사랑생선구이를 말하게 되고, 건물 3층에 담긴 카페마주이야기와 Book적북적작은도서관 그리고 진주나들목교회를 소개하고 저가 목사임을 밝히게 됩니다. 서로가 엇갈려 가는 길이라 잠시 한번 들러 주시면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약속이지만, 어떤 이에겐 신앙 이야기와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만남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걷기를 시작하여 30분쯤 이를테면 좌우로 수만 평의 단감나무 과수원을 지나게 됩니다. 사시사철 이곳 과수원지기의 부지런함을 목도 합니다. 오늘도 여느 단감과수원에서는 여러 개의 삼각 사다리를 펼쳐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는 광경이 두 눈에 들어옵니다. 수를 헤아려 보니 일곱 명의 여자분과 한 명의 남자분이 동일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얘기 감을 솎아 내는 일은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론 비탈진 언덕 위에 사다리를 펼쳐 그 위에 올라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왜 어린 감을 이렇게 많이 떼어 내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감나무에 감이 많이 달려있으면 감이 크지도 않고, 당도가 떨어져 상품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뭇가지에 달린 일정량만 남기고 다 떼어 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상품의 단감을 수확하기 위해선 엄청난 수고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을엔 감을 수확하고 나면, 수만 평에 달하는 감나무 한그루 한그루의 가지치기와 넓은 감나무 밭을 갈아 업고, 거름을 묻습니다. 봄이면 풀을 베고, 가지 가지마다 셀수 없이 많이 달린 어린 감을 솎아 내야 합니다. 여름이면 감나무에 약을 치고, 수북이 자라 올라온 풀을 베고, 또 베야 합니다. 가을이면 일꾼을 사 매일 매일 나무에 달려 있는 감을 따내야 합니다.
신앙의 영적 상태도 다르지 않습니다. 과수원지기가 가을에 최상품의 감을 수확하기 위해선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신앙의 성숙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은 이것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에베소서 4:13). 신앙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곁에 있는 성도(목회자, 직분자, 지체)의 신앙생활의 목표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믿음의 분량입니다. 개개인의 신앙생활의 목표는 그 누구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의 분량입니다. 성경은 가르쳐줍니다. 예수님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전하고, 행함으로 하나님이 바라시는 장성한 믿음에 이르렀습니다.
농부는 농사하는 시기를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시기입니다. 언제 거름을 내어 밭을 준비해야 하고, 언제 씨앗을 심어야 하고, 또 언제 약을 치고, 언제 수확을 해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질문해 봅니다. 어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궁극적인 싱앙생활의 목표가 무엇인가? “그들이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오므로 준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마태복음 25:10). 신앙의 최종목표는 지혜로운 다섯 처녀들처럼 등과 기름을 준비하여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예수)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섬김이 박희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