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서순희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말을 하는 것이다. 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세상살이 으뜸이 된다 장애 아동 경우 언어 장애가 수반되는데, 애들 부모님도 특수학교에 면접 올 때 말을 아주 잘못한다고 말한다. 말 잘 하는 것은 우수한 발달로 이어진다.
큰애가 2 살부터 외갓집에서 살았다. 휴일 때 집에 가서 외할머니 뭐 하냐고 물어보면 ‘ 할머니가 김치 담글라고 마늘 씨 쪼사요'라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로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무리 지어 논다. 놀이기구를 타기도 하고, 친구끼리 놀기도 하면서 말하는 것을 듣고 혼자 웃는다. 어린이 말은 신기하고 푸른 싹을 만지는 것 같다. 간간히 오후에 중.고등 학생들 말도 들어본다. 욕하고 화내고, 거칠게 말하지만 생각이 커가는 말은 건강미가 넘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이 있다. 내 가슴에 묻었던 일이 있었는데, 2년 전에 시내 버스 안에서 있었던 학생 이야기다. 학생은 학교에 가지 않고 핸드폰으로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가던 중, 자기는 사람 때리는 것을 제일 잘 해서, 어떤 친구를 그 장소에서 죽게 패는 데 자신있다고. 그러면서 너희는 자기 행동에 모른 체 하라고 했다. 15살 쯤 보이는 그 학생은 오랫동안 시내 버스 안에서 통화 중이었고, 개선장군처럼 말했다. 나는 그 학생보다 먼저 내렸다. 치료차 재활원에 가면서 벌벌 떨었다.
오래전에 세를 얻어 살았던 큰방 주인 이야기다. 자기 딸이 사라져 딸 엄마는 내가 살던 집 주인을 찾아와 딸 내놓으라고 하니 이미 제주도에 가 있다고 한다. 그 엄마는 어쩌면 그럴 수 있냐고 당신 딸 같으면 제주도에 팔 수 있느냐고 하면서 악을 쓰자. 집 딸이 제 발로 걸어와 제주도에 데려다 주라고 해서 그랬다고 도리어 큰 소리를 쳤다. 집 주인은 딸이 하나였는데, 학교에서 조금만 늦게 오면 사방으로 찾아 나섰다. 너무 어린 나이에 어둠의 자식이 돼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막막하고, 고통스럽다.
특수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해 1월 눈이 많이 왔는데, 일직 선생님이 전화를 주었다. 학생이 와서 선생님을 찾는다고, 내가 교감이었을 때 형제가 학교에 와서 급하게 찾아주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 학생은 중 2, 중 3이었고, 부모님은 저능인이어서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지만 풀처럼 자랐고, 부모보다 더 낫은 애들로 컸다. 작은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몰래 집에서 빠져 나와 , 온 몽을 떨며 하는 말 ‘작은 아버지가 자기들을 새우잡이 배에다 팔고, 2 월에 배 타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께 이 말씀 드리고, 작은 아버지를 오시라고 해서 애들이 했던 말이 사실인가 알아보니, 참말이었다. 특수학교 다니면 뭘 하냐? 배 타고 돈벌어야 좋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나는 당신 자식 같으면 새우잡이 배에다 태울 수 있느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움찔했다. 애들 부모님은 아무것도 몰라서 작은 아버지한테 새우잡이 배 태우지 않기로 약속 받았다. 그 후 졸업해서 형은 도자기 공장에 취직했고, 동생은 구세군 학교에 가서 지금은 사회인으로 살고 있다. 특수학교 근무할 때 제일 잘한 일이었다. 말을 해야만 알 수 있는 일이었다.한 순간 수렁에 빠지고 있는 어둠 자식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가 오늘도 세상에 태어나고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