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사랑 그리고 입양, 분양, 입식 -
나는 어릴 때부터 개를 무지 좋아했다. 숱한 애증의 세월을 보내고 13년을 살다 자연사한 녀석도 있었다. 지금은 세 녀석이 집을 지키고 있는데 한 녀석은 토종 진돗개인데 지인으로부터 분양分養 받았고 두 녀석은 유기된 애완견인데, 어머니가 입식入植했다.
‘펫팸족’이 늘어난 사회 분위기 탓인지 kbs mbc sbs 등 공중파 외 매체들까지 애완동물을 미화하는 방송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며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반려동물’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동물사랑은 좋지만 인격人格에 해당되는 입양入養이라는 용어를 무분별 하게 동물에게 사용하는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래 전 한국입양홍보회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개나 고양이를 나누어 번식을 하는 것을 ‘분양分養’이라 하며, 다른 곳에서 기르다 새롭게 다시 들여 기르는 것을 ‘입식入植’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부와 그 친생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설정할 목적으로 양자가 되려는 자와 양부모가 되려는 자 사이에 체결하는 신분을 법으로 규정하는 행위를 대한민국 법률은 ‘입양入養’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복지 용어사전은 입양入養을 혈연관계가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 법률적으로 친자관계親子關係를 맺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률적 해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입양入養이란 용어는 동물이나 식물에는 사용할 수 없다. 즉, 입양入養은 사람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고유명사이다. 그런데 간혹 입양入養을 애완동물에게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올바르지 않은 표현이다.
물론, 관계형성이 어려운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삶의 동반자가 된, 자식같은 애완동물에게 입양이라는 용어 한번 쓴게 무슨 그리 큰 잘못이냐라고 항변하는 분들도 있을터이지만, 입양아동을 폄하하고 입양가족에게 심각한 상처를 준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부 펫팸족은 70만원짜리 일제 개모차, 300만원짜리 펫 드라이룸 등 애완동물의 외모가꾸기에 혼신을 다한다. 얼마 전,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은 애완동물 양육비가 월평균 13만 3,000원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애완동물에게는 홍삼이 들어간 사료를 먹이고 자신은 빵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애완동물에게 지출하는 비용을 위해 생활비를 줄여가며 가난하게 사는 ‘펫푸어족’까지 등장했다.
10년 전 즈음, 유전자 변형으로 컵 정도의 크기의 ‘티컵강아지’가 소개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 마리의 ‘티컵강아지’가 탄생하려면 성견이 크지 않도록 작게 만들고 그 중 제일 작은 것을 교배하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선발육성, 즉, 환경을 제약해야한다.
또 하나, 동물들의 장기자랑, 등 TV프로그램 이면에는 심각한 동물 학대와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완이나 반려가 아니라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시 말해 동물에 대한 사랑도 학대도 모두, 소위 ‘펫팸족’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람처럼 입히고 먹이고 돌보는 ‘의인화’에 몰입하는 사랑도 좋지만 동물 입장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한번쯤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