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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 모기류(Anopheles species)에 속하는 암컷 모기에 의해서 전파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중국 얼룩날개 모기(Anopheles sinensis) 암컷이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킨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후 인체에서 감염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2주~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오한, 발열, 발한의 전형적인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데 원인 병원체의 종류에 따라 증상 및 특징이 다르다. 우리 나라의 토착 말라리아는 3일열 원충(Plasmodium vivax)으로 1970년대에 사라졌다가 1993년 이후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플라스모디움(Plasmodium) 속에 속하는 3일열 원충(Plasmodium vivax), 난형열 원충(Plasmodium ovale), 4일열 원충(Plasmodium malariae), 열대열 원충(Plasmodium falciparum)의 네 가지 말라리아 원충이 각각 3일열 말라리아, 난형열 말라리아, 4일열 말라리아, 열대열 말라리아를 일으킨다.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후 인체에서 임상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잠복기는 약 14일이지만, 3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길게는 1년 정도(5개월∼1년 6개월)까지 간 속에 잠복해 있기도 한다. 발병 후 감염의 전형적인 증상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한두 시간 동안 오한, 두통, 구역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오한기가 먼저 나타나고, 피부가 따뜻하고 건조해지고 빈맥, 빈호흡 등을 보이는 발열기가 3∼6시간 이상 지속된 후 땀을 흘리는 발한기로 이어진다. 발열 이외에도 환자는 빈혈, 두통, 혈소판 감소,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등의 증세를 보인다. 빈혈은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발생하고, 파괴된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이 비장에 침착 되면서 비장이 커지며, 혈소판 감소증은 항혈소판 항체가 형성되어 생긴다. 열대열 원충에 감염되었을 때에는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저혈압, 뇌성 혼수, 간질성 폐렴, 심근 부종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자주 발생하는 질환에는 사구체신염이나 신증후군, 급성 세뇨관 괴사증, 흑수열 등이 있다.
말초혈 도말을 김자염색(giemsa stain)한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말라리아 원충을 찾아낸다. 말라리아가 의심되면 박층 도말과 후층 도말을 시행한다. 확진하기 전 선별검사에는 아크리딘 오렌지(Acridine orange)로 염색한 후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열대열 말라리아의 선별검사법으로 딥스틱(dipstick)법을 사용할 수 있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중증임에도 경우 불구하고 말초 혈액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감염이 의심되면 여러 차례 반복 검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IFA법 등의 혈청 진단이 가능하지만, 항체는 발병 후 1주일이 지난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혈청진단법은 조기 진단에는 유용하지 않다.
1) 혈액도말 검사: 후층 도말법은 많은 양의 혈액을 도말하여 건조시킨 후 적혈구를 모두 용혈시키고 원충과 백혈구만 현미경으로 검사하므로 말라리아 양성 또는 음성의 판정에 매우 편리한 방법이다. 그러나 종을 감별하는 것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박층 도말법은 적혈구와 백혈구를 슬라이드에 얇게 도말하여 원충과 적혈구를 정확히 관찰할 수 있으므로 종 감별에 매우 유용하지만 감염 밀도가 낮은 경우는 진단이 어려우므로 두 가지를 병행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2) 아크리딘 오렌지 염색: 환자 혈액 5㎕와 아크리딘 오렌지 용액 10㎕를 슬라이드글라스에서 혼합한 후 커버글라스를 덮어 2∼3분간 잠시 두었다가 형광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이다.
3) 혈청학적 검사: ELISA(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효소면역측정법)는 말라리아 원충의 단백질항원을 이용하여 대량의 시료를 검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4) 유전자적 검사: PCR은 말라리아 원충의 MSP와 CSP 유전자 등을 특이 프라이머(primer)로 확인한다.
말라리아 치료약은 예상되는 원충의 약에 대한 내성을 감안하여 선택되어야 한다. 클로로퀸(chloroquine)은 가격이 싸고 매우 효과적이어서 수년간 광범위한 지역에서 말라리아 치료의 선택약(drug of choice, 일차선택약이라고도 하며 어떤 질병에서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하는 약)이었지만, 클로로퀸에 내성을 보이는 원충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클로로퀸에 내성이 생긴 열대열원충으로 그 유행지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다른 약제 역시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처방 가능한 항말라리아 약으로는 아르테메터(artemether), 아르테수네이트(artesunate), 아토바쿠온(atovaquone), 퀴닌(quinine), 클로로퀸,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메플로퀸(mefloquine), 프리마퀸(primaquine), 프로구아닐(proguanil), 설파독신-피리메타민(sulfadoxine-pyrimethamine),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등이 있다.
1) 3일열 말라리아(vivax malaria): 권태감과 서서히 체온이 상승하는 발열 증상이 발병 초기에 수일간 계속되다가 오한과 고열이 나타난다. 두통이나 구역을 동반하며, 땀을 많이 흘린 뒤 열이 내려가고 하루 동안 열이 없다가 다시 발열, 발한 후 해열을 반복하는 하루거리 발열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는 경우, 증상은 1주∼1개월간 때로는 그 이상에 걸쳐 계속된다. 후에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 2∼5년 주기로 나타난다. 예방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열대열 말라리아와 달리 3일열 말라리아는 어린이나 고령자, 면역부전환자 이외의 사람에게서는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2) 난형열 말라리아(ovale malaria): 3일열형 말라리아이며, 다른 증상도 3일열 말라리아와 비슷하다. 원충의 감염 농도는 낮다. 최대 5년 후에도 재발할 수 있다.
3) 4일열 말라리아(malariae malaria): 3일열 말라리아와 비슷하다. 이틀 동안 열이 없다가, 다시 권태감, 발열, 발한 후 해열을 반복한다.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증상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50년까지도 재발이 반복될 수 있다.
4) 열대열 말라리아(falciparum malaria): 초기 증상은 3일열 말라리아와 유사하지만, 발열의 주기성은 불분명하고 발열, 오한, 기침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이 되면 황달, 응고 장애, 신부전, 간 부전, 쇼크, 의식 장애나 섬망, 혼수 등의 급성 뇌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도 갑자기 회복이 불가능한 징후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진단과 동시에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길게는 9개월∼1년 정도 증상이 계속된다. 치료하지 않는 경우 사망률은 10% 이상이며 치료해도 0.4∼4%의 환자가 사망에 이른다.
말라리아 유행지역이라도 도시 지역은 대부분 안전하다. 예방약 복용 등의 화학요법은 모기에게 물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예방화학요법을 사용하더라도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은 있다. 방문할 지역의 말라리아 원충이 항말라리아 약제에 대해 내성이 생긴 원인, 약의 부작용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여 적절한 예방약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예방약을 복용하는 즉시 예방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은 입국 2주 전부터 약을 복용하기 시작해야 하며 출국 후 4주까지 예방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단, 항말라리아 약제 중 아토바쿠온과 프로구아닐은 예외적으로 입국 2일 전부터 복용을 시작하고 출국 7일 후까지만 복용하면 된다.) 아직 말라리아에 대한 백신은 없다.
말라리아 토착지역에서는 위생 상태를 잘 관리하여 모기의 서식을 최대한 줄이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 소매옷과 긴 바지를 입고, 노출되는 피부 부위에는 곤충 기피제를 뿌린다. 잠잘 때 살충제를 실내 및 침실에 뿌리고, 모기장에도 곤충 기피제를 살포하고 모기향도 사용한다. 오염 지역에서는 수혈에 의한 말라리아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예방약을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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