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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약이 된다 술은 옛날부터 '백약지장'이라고도 하고 '백독 지장'이라고도 하였다. 술을 마시되 도를 넘지 않게 하는 것이 힘듦을 말하 는 것이니라. 또 '주유병'이라고 하여 술이 마치 무서운 병기와 같아서 다루기가 힘듦을 경계하고 있으나 하여간 술이 인생에 있어서 매력 있는 기호품임에는 틀 림없어 술을 가르켜 '천하지미록'이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을 보면 "술은 성이 대열하고 맛이 쓰고 달고 매우며,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위장 기능을 도우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근심을 없애며 노여움을 발산시키고 마음껏 지껄이게 한다. 오래 마시면 신경을 상하게 하고 수명에 해롭다. 과음하면 몸이 말을 듣지 아니 하고 신 경이 마비되니 이는 유독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여러 군데에서 과음의 해 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술의 종류를 무려 32종이나 열거하고 있어 옛날에도 술의 품종이 얼마나 다채로웠던가를 엿볼 수 있다. 조하주: 막걸리이며 몸을 덥게 한다. 두림주: 검은 콩 볶은 것을 청주에 넣은 것으 로 산후의 풍에 좋다. 총주: 한기가 들 때 총백을 썰어 뜨거운 술에 담가 마시면 땀이 난다. 포도주: 얼굴을 늙지 않게 하며 신을 따뜻하게 한다. 상심주: 뽕나무 오디의 즙을 짜서 만든 술이며 오장을 보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한다. 구기주: 허한 것을 보하고 살찌게 한다. 지황주: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얼굴을 늙지 않게 한다. 무술주: 누런개를 삶아 곤 물에 쌀을 넣어 술 을 만들며 양기를 크게 보한다. 송엽주: 각기와 신경마비에 좋다. 송절주: 관절, 신경통에 좋다. 창포주: 신경마비에 좋고 장수한다. 녹두주: 사슴 머리를 삶아 곤 물로 술을 만들 며 기혈을 보한다. 고아주: 염소 새끼를 고아서 만든 즙으로 술을 만들며 살찌고 튼튼하게 한다. 밀주: 꿀로 만든 술로 영양제가 된다. 춘주: 음력 정월의 셋째 해일에 빚은 술. 삼해 주와 비슷한 맛좋은 술. 무탄주: 순도 높은 술. 병자주: 찹쌀가루에 여거 가지 약재를 섞어 만 든 술. 황연주: 주독을 풀고 사람을 해치지 아니 한 다. 국화주: 장수하고 어지럼증을 없앤다. 천문동주: 기혈을 돕고 장수케 한다. 섬라주: 섬라국(지금 태국)에서 온 술이며 기 생충을 죽인다고 한 것을 보면 도수 높은 술인 듯. 하여간 그때에도 수입주가 있었던 모양. 홍국주: 술이 독하다. 동양주: 술맛 좋기로는 자고로 천하 제일. 금분로: 처주에서 나는 술. 그밖에도 산동추로백, 소주소병주, 남경금화 주, 진안녹두주, 강서마고주 등 요새로 말하면 외제 위스키 이름들인가. 소주, 저주, 이화주라는 것도 있다. 심신을 젊게 ^35^ 양명주 <동의보감>이 우리나라 민족 의학의 대표적 업적으로서 이미 4세기가 가까운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국내외적으로 불멸의 광채를 발휘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 자존심이 강하고 한방의학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까지도 <동의보감>을 한방의학의 최 고 원전으로 삼고 있다. 역시 최고의 특징은 당시 번잡, 다기하여 갈피 를 잡을 수 없던 한방 의학을 질서정연한 논리와 실증에 의하여 집대성, 체계화했다는 점 에 있을 것이다. 현대의학이나 거의 진배없이 분과별로 나누어 서 병인 병상등을 논하고 치료약의 처방 및 단방으로 사용되는 약재를 소상하게 기재하는 동시에 일일이 원전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치료법이나 약 재도 삽입되어 있다. 보약으로 양명주 두 가지가 올라 있다. 술마시 면서 건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테면 요즘의 토닉제에 해당되는 것 같다. 고본주: 피로를 풀고 허한 것을 보하고 연년익 수하며 머리를 검게 하고 얼굴을 아름답게 한다고 그 효능이 적혀 있고, 처방은 생건지황, 숙지황, 거심한 천문동과 맥문동, 백복령, 인삼을 잘게 썰어서 항아리에 넣고 술을 담가 3 일간 두었다가 약한 불로 한두 시간 끓이면 술빛이 검어지는데 이것을 주량에 따라 적당히 공복에 마시면 된다는 것이다. 오수주: 벌써 이름부터 오수라고 되어 있어 수 염을 까마귀처럼 까맣게 한다는 뜻인데 한방의 보약 중에는 유난히도 머리를 검게 한다 는 것이 강조되었다. 머리가 백발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장생불로를 직접 결부시키는 사 고방식은 현대 의학에서도 좀더 검토해야 할 것이며 백발을 겉으로 염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옛 처방에도 염색법이 있다) 약을 내복함으로써 안으로부터 희지 않게 한다는 발 상법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수주의 효력은 고본주와 같아 굉장한 것이 며 누런 기장쌀(찰기장쌀)에 맥문동, 생지황, 하수오, 천문동, 숙지황, 구기자, 우슬, 당귀, 인 삼을 가루로 하여 넣고 누룩을 적당히 혼합하여 보통 술과 같이 빚어서 술을 담가 익 거든 걸러서 매일 새벽 한두 잔씩 미취할 정도로 마신다는 것이니 이 아니 좋은가. 몸을 가뿐하게 ^35^ 감국화주 백초화라는 것이 있다. "백병을 다스리고 장생신선이 된다. 백종초화 를 따서 그늘에서 말려 찧어 가루로 만들어 술과 더불어 마시든지 꽃 끓인 물로 술을 담가 마신다." 로맨틱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큰 약효가 있을 성싶지 않은 것은 백종초화라는 것이 막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약을 생활 주변 의 화초나 산채 같은 데서 구한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 같은 화학물질 공해가 범람하는 시 대에 자연과 더불어 생을 즐기면서 건강을 찾는 방법이라 할 수 있고, 오늘날 점점 식용 야 초나 산채에 대한 관심이 적어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뜻에서 <동의보감>의 양생보약에 나와 있는 '감국화', '국화주'등은 오늘의 생활 가운데서도 지니고 싶은 지혜라 할 수 있겠다. 감국은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들국화 종 류이며 "몸을 가볍게 하고 늙지 않아 장수하게 하는데 새싹, 잎, 꽃, 뿌리 모두 약용이 되며 응 달에서 말려 가루로 만들어 술과 같이 먹든지 또는 꿀에 환으로 개어 만들어 오래 계 속해서 먹는다. 국화주는 감국화, 생지황, 구기자, 근피를 물에 끓여 낸 물에 찹쌀을 넣고 끓인 다음 누룩을 넣어 양조하는데 국화는 흰색이 더욱 좋다"라고 되어 있다. 요즘 식으로 간단히 국화주를 만들려면 소주 1.8l(한되)에 말린 감국화 200g을 넣고 설탕 또는 꿀을 150g 정도(단맛은 적당히 가감하면 좋다) 섞어 3~ 4주간 두어 두면 마실 수 있게 되며 오래 저장할수록 좋아지는 것은 말할 나위 도 없다. 술뿐만 아니라 꽃을 차로 달여 마셔도 좋다. 원래 국화꽃은 운치 있는 존재로 서 도연명의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이라는 시는 너무나 유명하며, 소동파의 글에도 "봄에 는 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가을에는 화실을, 겨울에는 뿌리를 먹는도다"라고 하여 철저히 국화를 애용한 것이 나타나 있다. 국화꽃이나 잎의 성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 이 연구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정유 성분이 밝혀지고 해열작용 및 모세혈관 저항성 증강작 용등이 보고되고 있다. 과연 국화가 어느 정도의 장생불로약인지는 규명되어 있지 않다 치더라도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사지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며 풍에 의한 현기증과 두통을 고친다"고 한 것으로 보아 적어도 건위강장제 정도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 농본초경> 때부터 이미 상약으로서 높은 자리를 차지해 온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약용이 되는 국화는 고미 아닌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감국화라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 궁중에서 애용하는 강정주 ^35^ 녹용주 녹용에 관한 약효를 좀더 더듬어 보면 "몽설과 설정을 그치게 하며, 근육과 뼈를 장하게 하고, 노인으로 하여금 새로 치아가 나게 하고 흔들리는 이를 단단하게 하며, 여자의 하혈과 적백 대하증을 고치며, 신허를 보하고 허리와 음부의 냉한 것을 다스린다" 등등의 지극히 매력적인 문구가 나열되어 있다. 소련에서는 일찍부터 녹용의 알콜 추출액을 약용으로 상품화하여 판토크린이라는 이름으 로 세계에 날렸다. 그것 역시 약효는 일반 허약증 및 강정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분상의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 는 작용이 있음이 밝혀지고 부교감신경의 흥분은 성기의 혈관 확대와 관계가 있어 부교감 신경과 강정 효과를 서로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녹용은 강정제라고 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우리나라 약학자 중에도 녹용이 혈중 콜레스테롤 양에 미치는 작용을 연구한 분 이 있다. 또 녹용에 적혈구의 신생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밝 혀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녹용의 무슨 성분이 그와 같은 약리작용을 나타내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지견이 없다. 최근 동 물의 각질을 가수분해시킨 성분 가운데 생리활성이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도 있으나 워낙 단백질 계통의 연구가 힘들다 보니 아직 뭐라고 단정을 내릴 수는 없지 않을 까. 우리 음식에 도가니탕, 꼬리곰탕, 족탕 등 소나 돼지의 뼈를 ?료로 하는 것이 있는데 교질, 콘드로이틴, 하이알우로니테이스 등 성분 이 많이 섞여 있어 농후한 미각이 문자 그대로 "생정, 보수, 강근, 건골"의 효력이 있을 성싶어 여름의 스태미너식으로 십상이다. 녹각을 고아서 만든 녹각교라는 것도 녹용만은 못하지만 강장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사슴은 머리끝에서 꼬리끝에 이르기까지 그야 말로 철두철미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피, 살, 태아, 꼬리, 힘줄 심지어는 페니스와 정액마저 귀물로 치니 사슴 팔자는 참말로 기구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하여간 옛날 중국의 궁중에서 가장 귀하게 애 용된 강정 강장제가 이와 같은 사슴 계통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녹용주를 만드는 처방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 다. 소주 1l, 녹용 10g, 산약(서여라고도 하는 마의 지하근) 30g, 꿀 100g을 병에 담아 약1개월만 지나면 마실 수 있는데 어느 나라나 국민 소득의 향상과 비례하여 보건약의 소비고 도 높아지게 마련이므로 각자의 체질에 맞는 이런식의 보건약을 가용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생활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술 마신 후 섹스 말라 싫거나 좋거나 인생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어떻게 마시면 건강도 해치지 않고 인생을 즐겁게 하느 냐하는 데에 술의 철학이 있고 술의의학이 있게 마련이다. "술은 오곡의 에센스이고 쌀과 누룩의 조화품 이라,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람을 해치는 것도 될 수 있다. 만약 지나치게 마시면 독성이 심장을 공격하고 창자에 구멍이 나게 하며 옆구리의 간이 망가지고 정신 이 혼미해져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되니 술이야말로 생명을 망치는 근본이 되는 것이 다." "술은 석 잔 이상을 마시지 말도록 해야 하며 과음하면 오장이 상하고 난성발광하게 되나 만약 지치게 마셨거든 빨리 토하도록 한는 것이 상책이다." 이와 같이 술을 마시되 지나치지 말 것을 경계 하는 동시에 술 마실때 주의할 사항이 씌어 있다.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고 평소에 창 백한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면 혈기가 소모되어 해롭다." "술 취한 후에 무리로 밥을 많이 먹으면 종기 가 나기 쉽고 술 취한 후에 바람을 쐬면서(요새로 말하자면 선풍기 틀어 놓는 것 일까) 자면 목소리가 나지 않게 된다." "만취된 후에 마차를 다리거나 뛰어넘어서는 아니 된다." 이를테면 술 마신 후에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요즘 교통규칙과 어쩌면 그렇게도 잘 부합되는지 신통할 지경이다. "술 취한 후에 섹스를 영위하면 경할 때는 얼 굴이 검어지고 기침이 생기며 심한 경우에는 크게 수명이 손상된다. 옛날부터 술에는 색이 따르게 마련인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술 마신후에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나쁘 다고 하였는데 요즘도 음주의학에서는 술과 음식의 관계가 언제나 문제가 된다. 많이 취했을땐 쌀밥이 해롭다 <동의보감>에 음주 후 대식을 하면 종기가 생 기고 해롭다고 하였는데 왜 그럴까. 하여간 어느 경우에나 술은 폭음하여서는 안되며 특히 공복일 때 폭음하면 위와 간장이 나빠지게 마련이라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식사와 더불어 술을 반주 정도로 즐기든지 그렇지 못하면 적당한 음주 후에는 반드시 식사를 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주객들이 간이 나빠지고 위가 상하는 것은 영양실조, 비타민 B결핍, 저혈당등의 원인 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과 곁들여서 먹는 안주나 음식의 종류와 질 도 문제가 된다. 김치 깍두기에 소주나 마시면 소위 속을 훑어내린다고 하여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술과 더불어 또는 술 마신 후에 섭취하는 식사 로는 1) 지방분이 많은 것은 간에 부담을 주어 해롭다. 2) 전분질, 그 중에서도 특히 쌀밥 을 많이 먹으면 위염이 생길 뿐만 아니라 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숙취를 일으키고 피부 병 같은 것도 생기기 쉽다. 3) 자극성이 강한 향신료나 맵고 짠것은 위염을 일으키고 간이나 신장에도 부담을 준다. 4) 술은 포도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산성 식품(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주는 식품)이므로 산성이 강한 흰쌀, 계란, 생선의 빨간살 등은 피하고 알칼리성 식 품인 채소, 과일등을 먹는 것이 좋다. 5) 간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단백질과 에너지의 근 원이되는 당분(꿀이 그래서 좋다)을 꼭 들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강간제보다도 좋은 약이 되 는 것이다. 결국 술과 더불어 먹으면 나쁜 음식으로는 백 미, 밀국수, 버터, 달걀 노른자위, 기름기 많은 고기, 파, 양파, 새앙, 땅콩, 고추, 카레라이 스, 생선의 빨간살, 겨자등을 들 수 있다. 그러니까 아무리 술을 마셔도 집에 돌아와 식사 를 해야 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김치 깍두기에 흰밥을 꾸역꾸역 먹으면 소화불량은 물론 전신 건강에도 해롭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니 역시 주부의 정성어린 우거지 해장국이나 선지 해장국 같은 것이 좋다는 것도 이치가 있는 셈이 된다. 해장술은 절대 금물 술이 사람을 망치게 하는 독이 되느냐, 인생을 즐겁게 하는 백약지장이 되게 하느냐는 음주관리법 여하에 달려 있다. 도가 지나쳐서 알콜 만성중독이 되면 백가지 병이 다투어 생기게 되어 볼장 다 보는 격이 된다. 알콜 중독 이 되는 틀림없는 비결은 약한 술을 마시어 술이 서로 릴레이를 하게 하면 된다. 결국 해장 술이니 장취니 하는 것이 술 중독의 장본인이 되는 것이다. "주독위변자병: 술이 독이 변하여 온갖 병을 일으킨다. 병이 오래되어 깊어지면 소갈(요즘말로 당뇨병), 황달, 치질, (간 으로 배 가 붓는 것), 실명(백내장이 생겨서 눈이 먼다), (해수, 천식), 간질등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병들이 생기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이렇게 <동의보감>에서는 술 중독이 되는 것 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마신 술이 완전히 체내에서 소실이 되려면 물론 마신 술의 양에도 관계가 있지만 최소 24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조반때 해장술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만배불취단', '신선불취단', '해성탕', '해주화독 산'이니 하는, 술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처방들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급성 알콜중독이 나 술을 깨게 하는데는 다소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나 술 중독으로 생긴 만성병에는 아무 소용 이 없으니 믿지 말것이다. 술을 끊는 '단주방'이라는 것이 있다. 오늘날도 금주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안타뷰즈 시아나미드 계통의 금주약들이 있다. 모두 술이 체내에서 산화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유독한 물질이 혈액 속에 장시간 머물러 있게 하여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술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게 하는 약이다. <동의보감>에는 '로자분(가마우지라는 새의 똥)' 또는 '응분(매 똥)'을 태운 재를 술에 타서 먹으면 술을 끊게 되는데 약을 먹일때 본인에게는 알리지 않 고 몰래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을 보면 심리적 암시 효과뿐만 아니라 무슨 뚜렷한 약리 작용이 있는 모양이다. 또 술에 주사(실사: 령사라고도 하며 황화수은 의 화확성분)를 담가서 병에 넣어 밀봉한 것을 돼지우리에 1주일 동안 놓아 두어 돼지 발 길에 채여 굴러다니게 한 술을 꺼내 먹으면 술을 마시지 않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암시효 과 때문인 것 같다. 여포의(당나귀의 태반)를 태운 재를 술에 타 마셔도 역시 술을 끊을 수 있 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주객 자신의 결심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 까. 술 마신 후 감을 먹지 말라 감에는 홍시(연시), 건시(말려서 만든 하얀 곶 감), 오시(불에 말려서 까맣게 만든 감)의 세가지가 있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감의 효능을 살펴보면, "비기를 건강하게 하며 비위가 허약하여 소화가 되지 않는데 사용한다. 우유와 꿀을 섞어 달여서 마신다." "개위하고 장위를 두텁게 하며 상식하면 좋다." "소갈증(당뇨병)으로 갈증이 날때 연시를 먹으면 좋다." "건시를 쌀가루와 같이 죽을 쑤어 소아에게 먹이면 가을철 이질에 좋다"등 모두 좋다는 것뿐이다. 또 '시유칠절'이라고 하여 감나무에는 일곱가 지 기막히게 좋은 장점이 있는데 1) 수 2) 다음 3) 무조소 4) 무충두 5) 상엽가완 6) 개실 7) 낙엽비대 라고 하였다. 모르기는 모르되 감나무가 수명이 길고 여름 에는 무성하여 응달이 좋고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으며 서리 맞아 단풍든 잎 사귀가 볼 만하고 과일이 좋고 낙엽이 두껍고 커서 좋다는 것이 아닐까. 감이 덜 익었을 때 떫은 것은 시브올이라는 타 닌산 때문인데 효소작용에 의하여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하면 떫은 맛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감을 항아리에 넣고 탄산가스 또는 카바이드 에서 나오는 아세틸렌가스 등을 채워 놓으면 산소가 없어져서 효소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 에 단감이 된다. 항아리에 술이나 알콜, 그것도 없을때는 따뜻한 물을 넣어 두어도 단감이 되는 것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떫은 감을 먹으면 위장에서 페프신, 트리프신, 디아스타제 등 소화효소의 작용을 저해하기 때문에 소화에 나쁘다. 감의 성분으로는 당분(포도당, 과당, 만니트, 만난등 곶감의 하얀 가루는 만니트가 결정으로 석출된 것이며 한방에서는 시상이라 고 하여 약으로 사용한다), 능금산, 타닌, 페크틴, 캐로틴, 피페콜린산, 리코핀, 효소(카탈 라제, 페르옥시다제), 비타민 C등이 있지만 주성분은 역시 탄수화물이며 영양가가 높다. "연시는 술 마신 후에 먹어서는 안 되는데 위 통이 생기고 술이 더 취하게 된다. 또 게와 같이 먹어도 안 되는데 복통 구토 설사가 생긴 다." 이런 구절이 <동의보감>에 있는데 흔히 음주 후에 연시를 먹거나 수정과를 들면 시원하게 술이 깰 것으로 생각되는 상식과는 반대로 술 먹고 감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였으며, 게와 함께 감을 먹으면 죽는다는 속설까지 있는데 죽 기까지는 몰라도 게와 감을 같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보고도 있으니 (이것을 한방에서는 감과 게가 모두 냉한 성질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함)하여간 좋지 않 은 모양이다. 술 마시고 속쓰린데 좋은 모과차 가을의 거리를 향기롭게 하는 것이 두가지 있 으니 하나는 모과요, 또하나는 탱자이다. 한두개 구하여 서재에 놓으면 청향이 방안에 충 만하니 이 아니 운치스러운가. 또한 이 두가지가 모두 약이나 차의 재료로도 유용하니 더욱 좋다. 모과는 광택 있는 황금색도 멋이 있지만 독특 한 향기가 천하일품이다. 모과를 식물학적으로 따지자면 1) 추피모과 2) 광피모 과 3) 일모과의 3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것은 광피모과에 해당되는 것이며 본 초학상으로는 명자라는 것이다. 원래 중국에서 모과라고 하는것은 추피모과인데 이 두가지는 모든 성질이 비슷하고 다만 모양이 명자는 꼭지 부분이 밋밋한데 비하여 중국모과는 젖꼭 지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것을 유난히 명자라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모과라고 하면 된다.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대만에서 파파야라는 열대 과일을 속칭 목과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모과(한방의 모과)와는 얼토당토않은 것이며 그것을 모과와 혼동한 책들이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의 모과 및 명자의 기재를 살펴보 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모과는 토사곽란 후에 다리에 쥐가 내리는 것 을 고치며 음식 소화를 촉진하고 설사 뒤 갈증나는것, 가슴 치밀어오르는 것, 각기, 수중 다리, 구역질등을 다스리고 담을 삭이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고 다리 힘이 약한 것을 고치지만 산기가 많아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치아와 뼈가 오히려 약해진다. 철기를 접촉시키지 말 것이며 구리칼로 껍질과 씨를 없애고 얇게 저며서 볕에 말려 두었다가 사용한 다(우리 가정에서 얇게 저민 것을 설탕에 재워 두었다가 차를 끓이는데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자와 모과는 약효가 대동소이하며 주독과 이에 따르는 메스꺼움이나 속쓰린데 등에 좋아서 술을 많이 마실 수 있게 하며 냄새가 향 기로우면서도 매워 옷장에 넣어 두면 좀벌레가 죽는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아 좋고, 향기로워 냄새 좋고, 차로 끓여 마시면 주독을 푼다니, 이래저래 풍류객들이 사랑할 만한 것이 모과가 아닐까 한다. 영산 김재일에서 퍼옴
첫댓글 시간투자해서 읽엇는데..좋은내용입니다.
처가에 모과가 노랗게 익었을텐데...따러거야 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저도 한번 더 읽어 보고 공부를 더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눈이 빠지도록 2번이나 읽었네요~ㅋ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