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저희들의 인연이 오래 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네팔여성 '찬드라' 사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찬드라는 저희들에게 네팔과의 깊은 인연을 맺게 했는데 그녀의 석방을 돕느라 기자회견을 열고, 여기저기 글을 쓰고, 성금을 모아 안나푸르나를 방문하고, 동행을 원하는 취재진과 같이 네팔에 가, 그 사실을 널리 알린 적도 있었지요.
그후, 2009년에 저는 이대 정신과에서 근무하시던 이근후선생님의 요청으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인연들에 또 하나의 인연을 보태게 되었습니다. 정년퇴직한 이근후선생님의 도움으로 네팔의 중견화가 라타 카시 사키야(Rata Kaji Shakya)씨의 전시를 퇴골에서 열게 된 것이지요.
제가 아는 이근후 선생님은 참으로 보기 드문 분이십니다. 그분은 젊은 군의관 시절부터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금까지 보육원과 관련된 구체적인 일들을 하고 계시지요. 40대 후반부터는 네팔 사람들을 돕는 일을 벌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의료혜택이 부족한 그들을 위해 네팔에 병원을 짓는 일은 물론 네팔 NGO와 손을 잡고 간질병 환자 돕기, 비타민보내기, 화가 돕기 운동을 하십니다. 특히 화가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그들에게 물감도 보내고, 한국으로 초청해 전시회도 마련해주시곤 했지요. 제가 알기로만도 상당수의 네팔 화가분들이 한국에 초대되어 세종문화회관 등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저희들이 춘천의 외진 골짜기에 연구소 지소를 세우고 일을 해온 지 어느새 7년 째입니다. 그동안 마을 어르신들께 한방무료 진료도 하며 마을 분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오신 네팔 화가 Shakya씨는 '지구온난화'라는 주제로 전국 순례 전시를 하는데, 연구소가 후원하여 툇골에서도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네팔 작가 전시는 아직까지 춘천에서 열린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고, 저희 마을분들과 주변 사람들도 당연히 네팔 그림을 본 적이 없으십니다. 우리는 사실 네팔문화에 대해 잘 모릅니다. 네팔,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들은 ‘히말라야’이거나 최근에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산악인의 사고’, 혹은 ‘네팔 이주노동자’ 따위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작은 노력이지만 이 전시를 통해 두 나라 간의 이해를 돕는 작은 소통의 길을 내는 일도 의미 있겠다 싶어 마을 입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나비야'에서 야외 전시를 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주부터 전시를 하고 있지요.
그림을 보시면 알겠지만 화가 사키야씨는 비록 현대미술을 지향하고 있으나, 네팔의 국력과 문화예술과의 관계 탓인지 그림의 수준은 우리 미술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주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한 네팔의 정서와 소박 단순한 네팔 그림은 가난하지만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먼 나라 네팔을 느끼는 데에는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전시내용은 앞서 말씀드렸듯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그린 아홉 작품과 네팔역사를 담은 네팔 소설가 다이아몬드 라나(Dimond AJ. B. Rana)의『White Tiger』에 삽화로 참여했던 소품들 50여 점입니다.
Rata Kaji Shakya는 1962년생으로 트리뷰반 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이며 1988년 학교를 졸업한 이후 현재까지 전업화가로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룹전과 개인전 등 국내외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으며 일본 벨지움 영국 미국 한국 등지에 그의 그림이 나가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소설가 다이아몬드 라나(Dimond AJ. B. Rana)는 1940년대 후반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1954년부터 1987년까지 네팔의회당 당원으로 정치활동을 하며 9차례 투옥, 특히 자유선거를 쟁취하기 위해 6년을 감옥살이를 하며 역사소설 『White Tiger』를 썼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네팔궁정을 무대로 네팔의 현대사가 압축된 대서사로서 네팔민중으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지요. 다이아몬드 라나씨는 올 3월 94세로 작고하셨고, 『White Tiger』의 우리말 번역은 이근후 선생님이 하셨습니다.
툇골전시는 11월 19일 이번 주 토요일까지 입니다. 혹시 춘천에 가실 분이 계시면 한번 들러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전에는 채식식당이었지만, 최근 게스트 하우스로 업종을 변경한 툇골 입구의 '나비야'는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한, 뜰이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지금은 가을이 깊어 분위기가 더욱 좋습니다. / 정상명
첫댓글 네팔화가의 귀한 전시회를 춘천 퇴골 <나비야>에서 열리게됨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아 한층 업그레이드 된 나비야가 될 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