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라는 산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산인데,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킬리만자로라는 산이 한국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있다. 30여년 전, 76세의 한국여성이 등반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였다. 그녀는 킬리만자로 정상을 등반한 세계 최고령자라고 한다.
나 자신도 등산 애호가는 아니었지만 20대초에 속리산 매표소에서 정상인 문장대까지 60분만에 등반한 경험이 있다. 정상에서 사진업을 하시는 분의 말로는 자신이 아는 청년의 50분 등반기록이 최고라고 하였다. 대학 졸업반때 한라산을 등반했는데, 차량으로 올라간 출발지(1200미터)에서 정상까지 2시간만에 등반한 경험이 있다.
70대 여성이 등반한 산이라면 킬리만자로라는 산이 등반하기에 적당한 곳인 줄로 오해를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예능전문 케이블에서 연예인 4명을 참여시킨 다큐프로가 있었다.
해발5892미터의 킬리만자로는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산소결핍으로 인한 고산증세가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출발부터 정상까지의 과정에는 3곳의 산장이 있어서 적당히 체력을 안배하며 등반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마지막 산장인 키보는 4720미터에 소재해 있고, 이곳을 출발해 정상인 5892미터 까지는 정상적인 경우 8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였다. 1100미터를 8시간만에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은 1950미터. 1200미터 까지는 차량으로 접근을 하니 700여미터를 오르면 된다. 그러나 킬리만자로의 마지막 관문인 4720미터의 출발지는 산소가 부족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산증에 시달리게 된다. 오죽하면 35명의 마지막 출발자들 중에도 낙오자가 속출해 겨우 12명만이 성공할 수 있는 코스이다.
마지막 출발지인 키보산장에서 밤12시에 출발을 하게되는데, 정상적으로 8시간만에 성공을 한다고 했을 때 1시간정도 머물다가 하산을 하면 해가 어둡기 전에 완전 하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산소가 부족해 숨쉬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는 한발을 떼는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다보니 지칠대로 지친 일행은 정상적으로 8시간 코스를 12시간이상 걸려서야 성공을 할 수 있었다.
밤12시의 출발은 등산을 해본 경험자들에게는 의미가 깊다. 대다수의 등산가들은 정상을 밟고자하는 욕망이 있다.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 출발하지만 올라갈수록 체력이 저하되다보니 정상은 까마득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꼭 정상을 밟아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산을 오르는 자는 정상을 자꾸만 쳐다보려는 본능이 작동을 한다. 힘이 넘칠때는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힘이 빠지고 지칠수록 정상을 쳐다보기가 힘들어진다. 어쩌면 정상이 보지 않고 묵묵히 걷는편이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킬리만자로의 마지막 출발지에서 밤12시에 출발한 도전자들은 머리에 부착된 전등의 불빛에 의존해 오로지 앞만 보고 묵묵히 오르게 된다. 칠흙같이 어두운 상황에서는 정상을 볼 수가 없다. 그러니 그들은 오로지 시간만을 의존하며 앞으로 가게 된다.
밤12시에 출발하는 이유는 하산에 걸리는 시간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관문의 고통때문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불필요하게 정상을 쳐다보며 절망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 맞닥뜨리는 2023년을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예측을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매우 어렵다"는 예측이다. 언제나 전문가들은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그들의 입에서 "우리에게 새해는 매우 긍정적이다"라는 예측을 들어본 경험은 없는듯 하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통계 때문이다. 통계를 바탕으로 예측할 때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하지만 킬리만자로 정상을 향하는 마지막 출발을 밤12시 심야에 하면서 오로지 한발 앞만 보고가다보면 그들에게는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정상을 밟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오로지 오늘을 살다보면 우리 모두는 이미 정해져있는 미래에 도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점쟁이가 왜 필요하며 토정비결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예언기도는 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묵묵히 한발짝 한발짝 밟고 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