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별세
지난 수 십년의 삶에서
가장 큰 상실이었다.
예기치 못한 상실이었기에
슬픔은 크고 깊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도 못드려
어둡고 두려운 길을 홀로 가시게 했다.
얼마나 외롭고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허겁지검 청량리역으로 달려가
출발 3분 전에 고향행 KTX에 올라
타고 승차권을 끊고 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 깊고 깊은 우물 속 같은
서늘한 고요 속에서 짐승처럼
울음을 토해냈다.
따스한 햇볕이 드는 양지바른
산 언덕,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아버지를 모셨다.
어디서나 처럼 삼일장을 치뤘다.
이상하게도 돌아가신 첫날 쏟아진
울음 뒤로 장례기간 내내 울지 않았다.
아니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배가 고팠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음식을 먹었다.
어째 이럴 수가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전혀 예상치
못해서일까?
당황스럽고 죄책감이 들었다.
마음이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 감사꺼리를 찾아내어
매달리듯이 아버지가 비교적
장수하셨고 오랜 기간 고통을
겪지 않고 가셨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옹색한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장례를 치루고 정리차 몇 차레
고향에 오르내렸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며 안경과 신발과 점퍼 두개를
챙겨왔다.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것을
사용하면서 아버지를 느끼고 싶었고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었다.
보름 쯤 지나고 노래를 부르는데
가슴이 울컥거리며 눈물이 쏟아졌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촬영한
아버지의 초롱초롱한 영상을
보는데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조앤 디디온은 남편을 잃고 쓴
<상실>에서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인생은 빠르게 변한다.
인생은 한 순간에 변한다.
당신이 앉은 저녁 식탁에서
인생은 끝나기도 한다.
자기 연민의 문제"
노년의 삶은 상실의 시기다.
그것도 예기치 못한 상실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을
자주 되뇌이면서 오늘을 충실히
살기 위해 애쓰지만 너무도
자주 부질없는 것들에 휘둘려
오늘을 놓쳐버리고 만다.
"살아계실 때 잘해!"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났던 말이다.
아버지를 잃고나서야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연민, 후회, 어리석음, 죄책감
같은 복잡한 감정이 뒤엉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먹고 마시고 웃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금방
일상으로 돌아오는 죄책감,
세상 인구의 거으 십억명의
사람들이 굶주주린다는 데 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죄책감,
하루에도 몇 번씩 은밀하고 부도
덕한 욕망에 사로잡히는 죄책감,
아내나 자식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죄책감...........
살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죄책감들로 평온을 잃어버린다.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고달프다.
세상 사람들에 나를 맞추고, 환경에
적응하고, 규칙과 규범을 지켜야 하고
거짓말을 해야 하고, 억지로 웃어야
하는 세상 살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나는 결점
많은 인간이다.
그러기에 때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오로지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다른 사람을 이해
하고 사랑할 수 있다.
노년이 되어서야 다른 사람들의
못 마땅한 태도, 마음상하게 하는
불편한 언행들을 좀더 부드럽게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노년의 삶은 상실에 익숙해져야
하고, 타인들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고 측은지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좀 더 부드럽고 너그러워
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늘을 보자.
특히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슬플 때는 울어도 괜찮다.
가슴이 후련해질 때까지 실컷 울자.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귀기울이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음악을 듣고
그리고 책을 읽자.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괴롭고 고통스런 시기를 혜쳐나갈
길을 더 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내가 되고 오늘을 살고
오직 내 삶을 살자.
첫댓글 굿모닝!!
서정적인 아일랜드 민요
Oh, Danny Boy를
멋지게 부르셨네요
' 나중에 효도' 보다
'지금의 효도'를 잘 알면서도
두 부모님 돌아가셔서 고아가 되어보니
죄송함을 느낍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엄지님
안녕하세요?
가을 정취에 빠져 있다가
이제서야 인사합니다.
상큼한 공기
부드러운 햇살
살랑이는 바람
가을은 참 좋습니다.
이 빛나는 계절에
늘 건강하시고
삶의 즐거움 많이
누리시기 바랍니다.
늦었군요.
이제사 잠시 지나치다 이글을 읽다보니
고향 아버님 부음 소식을 알게 되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톡을 나누면서 그냥 평상시처럼
고향 다니러간줄 알았더니
국송님
명복을 빌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상태도, 의사의 소견도
전혀 그런 결과를 예견할 수
없어 황망했습니다.
우리
건강한 몸
아름다운 마음으로
빛나는 가을 날들을
살아갑시다.
@고르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산사람은 살아야지.
@국송 밤이 가고
낮이 가고
세월가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지.
망각이 모든 걸
덮어버리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골탄님
오랫만입니다.
고맙습니다.
원주 나들이 즐거웠는지요?
젊었을 때 열차로 간현 지나다
보면 풍광이 아름다웠던 기억이
납니다.
상큼한 공기 냄새에
풀벌레 소리 고즈넉한
가을 날 많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